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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종주국이 왜 ITF 홀대하나

출처: 오마이뉴스

"태권도 종주국이 왜 ITF 홀대하나"

ITF본부, 대전시 푸대접 불만... 시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아니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윤형권(goodnews) 기자


▲ 계체량과 선수등록을 하고 있는 ITF 태권도 미국선수단

ⓒ2004 윤형권

ITF 세계선수권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국 선수단은 경기장이 있는 대전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13일 오전 현재 25개국 30개 팀 500여명이 계체량을 마치고 대회조직위에 선수 등록을 했다.

대회조직위는 대전 시내를 권역별로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 각국 선수단이 사용할 호텔과 식당을 분산 배정하고 있으며 통역과 운영요원을 배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행사 일정을 보면 첫 날인 14일 오후 2시에 ITF총회가 개최된 후 저녁 6시부터 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이 열린다. 대회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치러지며 제7회 ITF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15~16일까지, 제13회 ITF세계선수권대회는 17~19일까지 각각 5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대전시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라 협조할 수 없다"

그러나 행사를 하루 앞둔 13일까지 대전시는 이번 행사에 어떤 지원과 협조도 할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대회조직위 관계자의 애를 태우고 있다. 더욱이 국제테러조직이 한국 내 시설에 대한 테러를 경고한 상황에서 각국 선수들과 임원진의 신변보호는 조직위 자체적으로 하고 있으나 행정당국과 경찰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돌발 사태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 미흡한 실정이다.

행정당국과 대회조직위와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ITF 대한태권도연맹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난 6월부터 대전시청 문화체육국에 대회 성격과 규모 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나 대전시는 ITF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특히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지원과 협조도 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 ITF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대전무역전시장. 관중석과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

ⓒ2004 윤형권

더욱 문제인 것은 대회가 열리는 장소. ITF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전무역전시관은 전시행사를 위해 지은 건물이라서 국제 규모의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에 적당하지 않다. 바닥도 마루가 아닌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조명도 어두운 데다 관중석과 경기장도 임시로 만든 상태다. 이러한 열악한 시설 탓에 선수와 관중들의 불편함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애초 ITF 대한태권도연맹은, 선수 규모 천여 명 정도 되는 국제스포츠행사를 치를 만한 충무체육관을 대회 장소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대전시시설관리본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체육관 사용불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와 대전무역전시관으로 대회 장소를 변경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본부의 책임 있는 관계자는 "충무체육관 사용불가 결정에 대해 밝히기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해 갑작스런 변경 방침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ITF 본부 경기운영책임자인 호세 마이다나(41)가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 ITF 경기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호세 마이다나

ⓒ2004 윤형권
"세계 어느 곳을 가든지 ITF는 환영을 받는다. ITF 대회가 열리는 도시의 자치단체는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고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ITF 회원국은 대회 유치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ITF가 열리는 곳의 자치단체는 경기장 제공, 셔틀버스, 통신, 의료, 보험, 언론 분야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그런데 한국의 자치단체는 이상하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라서 특별한 생각을 갖고 왔다. 큰 대접을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 한국을 떠난 해외에서는 WTF와 ITF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는 단지 세계 각국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뽐내고 한국을 알고 싶어 온 것이다.

우리는 대전시에 많은 돈을 쓰고 간다. 밥을 사먹고, 호텔이용료를 내고 쇼핑을 한다. 우리는 비행기로 20시간 이상을 달려온 손님들이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은 ITF 집행부와 천여 명의 선수들과 그리고 한국에 오지 못한 3800만 ITF 태권도 가족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 120여개 나라의 ITF 태권도 가족들은 대전에서 열리는 제13회 ITF세계태권도선수대회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성지로 생각한다고 한다."

해외 태권도 수련생들, 한국을 성지로 생각

국제 스포츠 행사에 지자체의 협조가 전혀 없는 것에 대해 ITF 대한태권도연맹 오창진(36) 사무총장은 행정당국의 경직성에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수백 명의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에 한글로 된 태권도라는 세 글자를 보세요. 세계 곳곳에서 태권도가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행정당국은 너무 경직되어 있습니다. 단지, ITF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라서 행정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게 납득이 안 갑니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 임원 중에는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체육계 유명 인사가 많이 있습니다. 각 지역의 지자체가 일부러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 나가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줄 압니다. 이번 대회에 내한하는 인사들 중에는 국제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경제인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으로 찾아옵니다.

통상 관련 문제나 스포츠 외교를 하기에 좋은 기회인데, 지자체에서는 원칙과 명분에만 매달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제가 염려되는 것은 이들이 귀국해서 대회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행정당국의 비협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가 더 걱정이 됩니다."

한편 ITF 사무총장인 오창진씨의 주장에 대해 대전시 문화체육국의 한 관계자는 "ITF가 대전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연다는 것은 공문을 받아보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ITF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다. 즉, 정부가 인정한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할 규정과 관행이 없다. ITF가 어떤 단체인지 자세한 것은 문광부에 문의해봐라. 또, ITF측에서 구체적인 협조요청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구체적으로 협조 요청을 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는 없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했다. 또 만일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행사를 준비한다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협조요청이 있으면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개요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브리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해 이번 대회에 대한 대전시의 인식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 미국 알래스카에서 온 태권도 가족. 왼쪽이 모니 메이커씨의 딸인 테일러(15세), 조니(9세), 모니 메이커(43), 부인 카렌(41세) 씨.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많다.

ⓒ2004 윤형권

알래스카에서 자동차 영업을 하고 있다는 모니 메이커(43)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에 온 것에 매우 흥분하며 말했다.

"큰 딸 테일러(15)가 ITF 태권도 미국 챔피언입니다. 가족과 함께 태권도의 나라 한국에 오게 된 것을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들이 태권도의 성지 한국에서 푸대접만을 받고 간다면 그 때도 한국에 와보는 것을 영광이라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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