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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VS 박완규 태권도신문 편집국장


“화합의 큰 틀로 나가야 난국 극복과 새출발 기초 다져져”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VS 박완규 본지 편집국장

“구천서 회장 스스로 거취 밝히는 게 중론이자 순리”
“잔여임기 보장되면 갈등해소와 화합을 위해 전력”


·일시=2004년 1월3일(토) 오전 10시~12시(120분)
·장소=대한태권도협회 접견실
·사회/정리=서성원 차장
·사진=이소연 기자

·사회자= 어느덧 2004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태권도계는 몹시 혼란합니다. 특히 일선 태권도인들에게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제도권의 분열과 갈등은 매우 심각합니다. 태권도계의 장래를 짊어지신 두 분이 오늘 어렵게 자리를 만든 만큼 태권도계의 갈등을 치유하고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누시죠.

·양진방 전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은 많았지만, 주위의 오해와 편견을 고려해 가급적 말을 아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생각과 실무책임자로서의 입장을 밝히고 싶습니다.

·박완규 국장= 지난해 4월 전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태권도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충이 있었던 것도 여러 채널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된 검찰 수사는 그것이 표적 또는 기획수사이든 간에 태권도계에 걷잡을 수 없는 파장과 혼란을 가져다 줬습니다. 그로 인해 태권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시각이 다소 왜곡된 감도 없지 않지만,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를 비롯해 제도권 실무자들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梁 전무= 옳은 말씀입니다. 우선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실무책임자로서 전 태권도인에게 사과를 드립니다. 이번 사태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 모순과 그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태권도의 내적인 문제로만 인식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고 봅니다. 태권도는 30년간 외형적으로 발전·성장해 오면서 환경적 변화가 엄청나게 이뤄졌지만, 인적(人的) 측면에서는 동일한 사람들이 대부분 기득권을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적쇄신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朴 국장= 태권도의 양적 팽창이후 그에 따른 질적 변화와 인적쇄신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폭발했다는데 동의합니다. 특히 2001년과 2002년 사이에 전개된 태권도 개혁으로 인해 김운용 총재의 역할과 권위가 추락했고, 이와 맞물려 영향력을 행사하던 원로들이 퇴진하면서 태권도를 움직이던 중심축이 공백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지도자들이 발빠르게 대처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 당시의 개혁은 불완전한 형태였기 때문에 기득권의 잔재 요소와 부합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이 지속되면서 쌓였던 반목과 갈등이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워낙 크고 넓고 깊어서 총체적 난국 상태로 빠진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梁 전무= 그러나 이것은 오욕으로 점철된 태권도계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봅니다. 다만 느닷없는 검찰의 수사로 인해 대한태권도협회가 추진해 왔거나 계획했던 각종 사업들이 차질을 빚게돼 안타까울 뿐입니다.

·朴국장= 이번 사태는 제도권 안에서 보는 시각과 제도권 밖에서 보는 시각, 또 사회 일반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권의 사람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하다, 심하다, 편파적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는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안일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반성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상황 자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제도권의 모순이 더 심각하지 않을까요.

·梁전무=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제도권 내부에서 반성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해 가는 전략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제도권 중심에 있는 대다수 사람들이 사심을 버리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리더십을 조성하고 세력권을 형성하기에는 제도권의 속성상 어려운 요소가 많습니다.

·朴국장=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아무리 梁전무가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혼자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대한태권도협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도장 활성화 정책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에서 많은 일을 했지만, 국기원 및 시도협회와 유기적인 협조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까 그 성과가 미진했던 것 같습니다. 또 중앙협회로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봉합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오히려 반대측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골칫덩어리인 경남협회 징계문제도 머뭇거리지 말고 확실히 매듭을 지었다면 오늘날 이 같은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텐데요.

·梁전무= 협회는 그동안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급성을 필요로 하는 현장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또 대승적인 차원에서 태권도 발전을 모색하면서도 제도권의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는 한계도 노출했고, 그 갈등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11월 임시총회에서 다뤘던 법인화(法人化) 과정입니다. 검찰 수사로 회장이 구속되는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올해 법인화를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내년 2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現 집행부 체제를 인정해 준다면, 내년 상반기에 법인화를 실현시키겠습니다. 그러나 現 집행부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분명하게 선을 긋거나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소수에 의해 정략적으로 태권도계가 이끌려 가는 것은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경남협회 문제를 무리없이 처리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한 점 인정하고 반성하겠습니다.

·朴국장= 이번 기회에 강력한 개혁 및 쇄신책을 내놓지 않으면 태권도의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개혁 의지와 역량, 행정력, 미래에 대한 마인드 등 모든 면을 놓고 볼 때, 태권도계가 올바르게 변화하려면 종주국 협회를 책임지고 있는 梁전무가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사리사욕과 이해타산, 권모와 술수에 의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제도권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지 않으면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 자명합니다. 현재와 같은 과도기에는 화합도 필요하지만,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암적인 존재들은 확실하게 걷어내는 결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봅니다.

·梁전무= 현재 태권도계의 가장 큰 화두(話頭)는 개혁이 아니라 불신을 없애는 것입니다. 불신의 내면에는 뺏어먹기라는 인식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아웅다웅 싸우는 것입니다. 이제는 제자리 찾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진 원로들에게 역할을 주되 그 역할에 대한 선(線)을 분명하게 긋고, 퇴진할 수 있는 통로와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고, 16개 시도협회와 4개 연맹체도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되 태권도 발전을 위해선 한덩어리가 되는 결집력이 형성돼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불신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화합과 개혁이라는 두 갈래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화합과 개혁은 상호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를 병행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까지 전무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이상(理想)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집단의 현실과 속성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先화합-後개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현재 태권도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화합이 선결과제입니다.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모습이 그 어떤 가시적인 일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개인과 단체간의 감정과 입장을 초월해 화합의 큰 틀로 나아가야 새 출발의 기초를 다질 수 있습니다. 태권도계 안정과 화합을 위해 특정한 대상과의 싸움을 최대한 자제할 생각입니다.

·朴국장= 개혁을 추진하지 위해 먼저 화합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화합을 위한 방법적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의문이군요.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梁전무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개혁을 주도했던 학자로서 제도권에 입성한 후 이상과 현실에서 괴리를 느꼈을 것입니다. 또 여러 중책의 인선과정에서 외부의 끊임없는 청탁과 개혁과 거리가 먼 주변 환경으로 인해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급진적인 개혁파들은 梁전무의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터넷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현실과 적절하게 타협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는 구천서 회장과 특정 중진의 정서 속에서 전무가 됐던 태생적 한계가 작용한 탓도 있겠지만, 그 전에 태권도계를 변화시키겠다는 확고한 소신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梁전무= 어떤 집단이나 조직을 막론하고 실무책임자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확고한 소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소신만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소신을 받쳐주는 힘의 집단이 있어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동조세력도 없이 혼자 돈키호테 식으로 뛰어봤자 개혁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전무가 되면서 저 스스로 철학의 철저성이 부족함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받쳐줄 동조·지지그룹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국 (개혁을 하려면) 현실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이 재야에 있을 때와 입장이 다르다 보니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도권의 이같은 상황에서 얼마만큼 개혁적이어야 하느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또 각자 처해진 입장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개혁의 핵심적 사안은 인사(人事)인데, 태권도계 속성상 개혁적 인물과 반개혁적 인물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잔여 임기(1년)이 보장되면 주어진 여건 속에서 태권도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朴국장= 구천서 회장이 구속 수감됨에 따라 現집행부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일각의 불순한 무리들은 불신임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저들만의 새판짜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에, 재판 여부를 떠나 회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또다른 혼란을 야기하기 전에 구회장 스스로 거취를 직접 밝히고 명예로운 퇴진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총체적 난국을 양 전무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梁전무=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처해 나가려고 합니다. 우선 1차적으로 구속된 사람들의 재판은 이달 중순경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중순 이후 결산이사회를 열어 집행부의 진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2월 초순에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KTA의 방향성과 집행부의 진로를 확정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은 대의원들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정기총회 전에 최대한 다양한 채널과 대화를 나눠 통일된 합일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 둘 것은 목소리가 큰 소수에 의해 기획된 전략에 대다수 대의원들이 더 이상 끌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朴국장= 그렇다면 그동안 노정된 KTA에 대한 문제와 불신을 실무책임자로서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태권도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초에 시도협회 전무, 태권도학계, 언론, 재야 태권도인 등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소집해 시국토론회를 열어 해법을 강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梁전무= 제 판단에는 시국토론회를 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문제해결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제가 보는 문제의 핵심은 서로가 서로를 대결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파의식인데, 그것만 해소되면 태권도계는 안정될 것이라고 봅니다. 분파의식을 없애려면 우선 일정한 틀 속에 모든 사람들을 수용해 함께 활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누가 개혁적이고 반개혁적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특정인만 내편이라고 선을 긋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잔여 임기가 보장되면 이런 생각을 인사(人事) 기준으로 삼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정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저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지만. 이것이 위험한 실험이라고 해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승부할 생각입니다.

·朴국장=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국내의 각 언론들은 태권도계를 마치 부패의 온상 또는 폭력배 집단처럼 보도해 태권도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습니다. 따라서 추락한 태권도의 위상을 회복하고 이미지를 쇄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본지도 이를 위해 그 역할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제도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梁전무= 굴러가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조직 운영에 대한 적절한 비유입니다. 이번 사태로 제도권과 행정기관이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생동감 있게 새로운 일을 전개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태권도계가 거듭 태어난다는 면모를 표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관광부도 태권도계가 앞으로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태권도계가 중요하다는 방증이죠. 이 기회에 태권도계가 자구의 노력을 통해 좋은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정부도 특별한 관심과 정책 지원을 배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어느덧 대담을 시작한지 2시간이나 흘렀습니다. 좀 더 깊은 얘기는 다시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고 이제 각자 마무리 말씀을 하시죠.

·梁전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는 2월 정기총회를 통해 잔여임기가 보장되면, 상반기에 법인화를 실현하고 제도권에 내재된 갈등을 해소하는데 전력하겠습니다.

·朴국장= 태권도 발전을 위해 태권도신문도 제도권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문지이자 정론지로서 그 역할과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梁전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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