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은커녕 쪽박 깨는 무예진흥법” 무예신문에서 펌
동냥은커녕 쪽박 깨는 무예진흥법”
▲ 한국무예포럼(회장이용복)
지난 7월 6일 오후2시, 올림픽 파크텔 아테네홀에서는 정부로부터 무진법 시행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은 체육과학연구원(KISS)이 주최한 「전통무예지도자 양성 제도 도입공청회」가 열렸다. 관계공무원, 연구진과 무예지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공청회는「전통무예지도자 양성 시스템 구축 방안과 전통무예지도자 양성 종목 지정 기준 개발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한 무예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발표된 내용을 보고 이 공청회가 있기까지 난제를 안고 고심하였을 연구진의 수고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평가하면 연구진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은가. 하지만 제시된 안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무예계를 실망시킨 것이 사실이다. 기대했던 국가의 지원방안은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부담만 지우는 내용이었기에 그런 것이다. 정작 절실히 필요한 방안은 제쳐 놓고 규제할 것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였으니 말 그대로 지동지서(指東指西)라는 게 중론이다. 공청회 이후 시간이 갈수록 무예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공청회가 법적기준에도 미달이었다.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공청회 개최공지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발표할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토론자 선정 시 찬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듯 토론자의 발언은 주제를 벗어났다. 또 토론자와 연구자가 이면 접촉한 정황이 발설되어 가뜩이나 민감한 공정성 문제에 대한 의혹을 부풀렸다. 그리고 연구책임자의 브리핑은 확정된 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45개 무예단체장이 참석한데 비해 정부에서는 사무관 한명만이 참석한 것도 아쉬웠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인 공청회는 행정절차법으로 일반적 절차와 방법을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해두었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청회가 이런 절차를 소홀히 함으로써 그저 행정청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공청회(空聽會)가 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무진법이 제정된 이후 3년 4개월여 만에 전통무예지도자 양성기본지침(안)이 발표되는 공청회가 그러한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까닭이다.
다음으로 이번 발표된 안은 무예를 진흥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예를 규제하자고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많다. 민․관․학 협력체계 구축,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의 실현 등을 통해 우리무예발전을 이끌어 세계적인 무예의 중심 국가를 만든다는 취지는 대단히 훌륭하다. 그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종주성을 대원칙으로 역사성, 대중성 등으로 구분하여 전통무예의 기준을 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진일보한 연구 성과로 인정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을 보면 상대적 약자가 다수인 무예계의 실정에 부적한 면이 많다. 제시된 기준대로라면 무예지도자 자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매우 제한적이 될 것이고, 또 몇몇 종목, 단체의 위상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대다수 무예종목과 단체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웬만하면 모두 수혜대상이 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고 수혜를 훨씬 많게 하는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발표된 무예지도자 양성(안)의 1항부터 5항의 전통무예지도자 양성목표, 방향, 종류, 전형방법, 고시과목, 연수과정, 연수원 지정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은 제7항의 전통무예지도자 자격의 위상을 확보하는 방안과 병행해서 다루어져야한다. 수혜 없는 자격제도로는 무예발전을 선도할 수 없고 오히려 무예진흥을 가로막는 폐해를 늘일 것이다.
그리고 제1항부터 5항의 내용은 현 무예단체장과 원로 지도자들, 일선 관장, 사범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기준이다. 물론 이점을 고려해서 전형방법에 특별과정을 설정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 줄 법규가 동시에 마련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무예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이런 특별전형이 자격제도 시행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2급이든 1급이든 누가 누구를 교육시키고 평가하고 자격을 인증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 전형의 고시과목에는 해당종목의 실기고시가 없다. 동일종목 복수단체의 경우 단체별 실기체계가 통일되지 않거나 상이할 수 있어서 검정을 시행하기가 난처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우회하자는 의도로 봐진다. 하지만 실기시험이 없는 자격고시는 각 무예의 개성을 몰각케 할 뿐 만 아니라 무예전승조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우려스러운 기준이다.
지도자 양성방안 제6항, 종목 선정방법과 기준은 무진법에서 가장 민감하고 가장 난해한 문제이자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그런데 종목선정 기본방향은 무예단체가 아닌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대상종목을 선정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서 무예단체 간 갈등 해소를 유도하고, 무예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따라서 기대는커녕 무예단체 간의 갈등이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또한 시행령 제3조 3항 2호의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통무예단체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배제하는 기준이다. 2급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지정무예단체가 발행한 자격증(4단 이상 단증, 지도자 자격증 등)은 전문대학졸업학점 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무예종목 이수자와 동일한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단체가 발행한 자격증을 배제하는 규칙은 시행령으로 정해 둔 무예단체의 고유권한을 불법적으로 박탈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또, 시행령 제2조 2항「전통무예단체의 육성ㆍ지원 방향에 관한 사항」에도 배치된다. 그러면서도 지도자 2급 특별전형 규칙에서 단 취득 20년 이상, 6~7단을 보유한 현직 사범, 관장에게 고시면제를 해준다고 정하고 있다. 이 자격증은 문화체육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에서 발급한 것이라야 하니 가히 갈팡질팡이다.
일반적으로 전통무예단체에 대한 정의가 대한체육회, 생활체육회와 유사하게 다수 무예종목의 결맹단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지만 법령에서 단체가 자격증(단증)을 발급한다는 취지가 있는 것을 보면 국기원과 같이 특정종목을 대표하는 단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체의 정의가 다종목 결맹체이든 개별종목단체이든 간에 종목지정을 하려면 한 종목 복수단체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 것이다. 한 종목의 복수단체의 기술적, 행정적 체계가 상이할 경우도 있고, 종목선정 시 입증 의무를 책임 져야 하는 대표단체나 혹은 동일 종목 연합체가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 자격요건을 구비하는 단체를 제외하고, 대표단체에 반대하는 단체나 연합체 가맹을 거부하는 단체, 그리고 전승무예에 준한다고 하는 정부복원 종목의 해당단체 이외의 복수단체 등은 설 곳이 없어진다. 창시를 입증하는 문제는 법정에서도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난제이다. 결국 종목지정은 단체지정과 맞물리게 되어 있고 단체의 정비가 선결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런 반대급부를 가지지 못한 무예지도자자격제도가 수십 년 간 수십 개로 분파된 여러 단체를 정비시키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제시된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개별 단체의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 결국 애써 마련한 시행방안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일 뿐이다.
현재 국내의 대다수 무예종목은 정통성이 희박하고 대중적 기반도 약한 군소종목들이 대다수이다. 한편 대중적 규모가 큰 종목은 예외 없이 내부분열이 거듭되어 단체가 난립해있다. 이런 취약성 때문에 대부분의 무예종목들이 체육진흥법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가 없음으로서 오랫동안 정책 사각지대를 떠돌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런 무예계의 애로가 반영되어 만들어진 게 무진법이다. 따라서 무진법은 기준이 완화된 무예맞춤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시된 무예지도자 양성방안은 현행 문화재지정제도나 체육지도자자격제도보다 기준이 훨씬 세다. 물론 체육지도자보다 무예지도자의 수준을 더 높게 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아무런 반대급부도 전제되지 않은 제도에 속박 당하게 되었으니 무예인들은 동냥 얻으려다 쪽박 깨지는 신세가 되게 생겼다. 이런 현실적인 인식을 전제로 시행방안의 방향을 새롭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같은 창으로 통해 내다보지만 시각이 다르면 전혀 다른 사물을 보게 마련이다. 참조자료를 보는 무예계와 연구자의 시각이 다르다. 문화재법을 준용하면 전통무예 종목지정신청 시 자료입증 책임을 정부와 분담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재 등급 제도와 등록문화제제도를 원용하면 종주성, 역사성, 대중성, 기술체계 등의 기준에 따라 전통무예지정종목, 예비종목, 등록종목, 신규종목 등과 같이 차등 명칭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유사종목 간, 복수단체 간의 이해충돌의 접면이 완화되고 제출하는 입증자료도 간소하게 됨으로 순리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종목을 수용할 수 있다. 동일 종목에 존재하는 복수단체들의 지위문제는 일단 무진법 안으로 포섭을 한 후 회원 수, 체육도장 수, 사업실적 등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차등지원을 하면 반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체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켜 종목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이것이 무예계의 시각이다. 법과 제도가 규제가 되면 피대상자의 반발이 생성된다.
특히 막장에 이르게 되면 쥐가 고양이를 물 수도 있다. 현재 무예계는 막장에 놓인 형국이다. 이런 무예에 대하여 국가는 부연하게 혜택을 줌으로서 조직과 행정 등의 경쟁력을 갖도록 해주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시행방안을 보면 공정성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하는 내용이 더러 있다. 단순히 복원작업에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은 사실만으로 전승종목에 준하는 당연지정종목이 된다고 한 것이나, 말과 병장기를 사용하는 군사무예종목을 민속무예로 분류한 것은 완전 난센스이다. 이런 종목의 실기를 수십 시간씩 연수 받으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택견과 태권도, 합기도가 충분한 논의와 해당 종목의 입장을 청취하지도 않은 채 지도자 자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일방적이다.
먼저 합기도의 종주성 문제는 전향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합기도가 아이키도(合氣道)와 한자표기 명칭이 동일하다는 점을 제외하고 보면 합기도가 가진 대중성과 연륜, 기술체계의 독창성, 조직의 독자성 등은 가장 우수한 편이다. 더구나 합기도는 처음부터 아이키도와 별개로 국내에서 시작되었고 여태 독자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합기도 명칭문제로 국제아이키도연맹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자국무예보호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죽 쑤어 개 좋은 일을 하려드는 속내를 알 수 없다.
태권도와 택견에 대한 중복수혜배제 원칙도 모순이다. 택견이나 태권도가 전통종목기준에 합당하다면 이 종목 지도자들이 무예지도자 자격을 얻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다. 그리고 중복성 배제원칙이 유독 체육진흥법에만 적용된 것도 공정하지 않다. 그리하면 택견, 씨름, 국궁 등이 배제된다. 대표적인 전통무예 모두를 싹쓸이로 몰아낸 것이 무슨 전통무예진흥법이란 말인가. 이는 주객이 전도된 한편의 코미디이다.
다른 무예종목들도 체육진흥법의 지원대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무예를 진흥하는 일이다. 잘나가고 있는 종목을 배제하자는 것은 편협하다. 파이 조각 하나를 서로먹겠다고 쩨쩨하게 굴지 말고 파이를 크게 만들어 듬뿍 갈라먹을 통 큰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알려진 두세 개 종목을 빼면 전통무예가 거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수십 년 동안 무예에 종사해온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제 이익을 위해 명칭에 접두사로 사용해온 전통무예라는 용어를 국가로부터 공인을 받겠다는 것은 다분히 억지스럽다. 법이 상식에 반하는 개념을 억지로 규정할 수 없는 일이고 또한 국가가 검증되지 않은 픽션을 인증해줄리 없다.
따라서 무예계 스스로가 지나친 기대와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모호하게 정의된 전통무예에 대한 개념을 무예인이 자청해서 바로 잡도록 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이다. 한편으로 국가는 선언적 법조문이나 무예계의 과도한 기대가 오랫동안 정책에서 소외된 데서 비롯한 반작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무예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개발하여 무예진흥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진법이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모든 시행방안과 제도가 무예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체육회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전통무예단체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것은 시행령을 근거로 해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게 정녕 불가능하다면, 정부는 하위 법령 연구에 시간낭비와 헛수고를 하지 말고 일찌감치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다소 기준에 미달하는 종목이라도 앞으로 전통무예로서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구비하고 대중성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쪽으로 시행방안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진법은 현재의 모든 무예를 대상으로 한다는 따뜻한 마음과 활짝 열린 가슴이 있어야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컬럼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국무예포럼(회장이용복)
지난 7월 6일 오후2시, 올림픽 파크텔 아테네홀에서는 정부로부터 무진법 시행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은 체육과학연구원(KISS)이 주최한 「전통무예지도자 양성 제도 도입공청회」가 열렸다. 관계공무원, 연구진과 무예지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공청회는「전통무예지도자 양성 시스템 구축 방안과 전통무예지도자 양성 종목 지정 기준 개발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한 무예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발표된 내용을 보고 이 공청회가 있기까지 난제를 안고 고심하였을 연구진의 수고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평가하면 연구진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은가. 하지만 제시된 안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무예계를 실망시킨 것이 사실이다. 기대했던 국가의 지원방안은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부담만 지우는 내용이었기에 그런 것이다. 정작 절실히 필요한 방안은 제쳐 놓고 규제할 것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였으니 말 그대로 지동지서(指東指西)라는 게 중론이다. 공청회 이후 시간이 갈수록 무예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공청회가 법적기준에도 미달이었다.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공청회 개최공지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발표할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토론자 선정 시 찬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듯 토론자의 발언은 주제를 벗어났다. 또 토론자와 연구자가 이면 접촉한 정황이 발설되어 가뜩이나 민감한 공정성 문제에 대한 의혹을 부풀렸다. 그리고 연구책임자의 브리핑은 확정된 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45개 무예단체장이 참석한데 비해 정부에서는 사무관 한명만이 참석한 것도 아쉬웠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인 공청회는 행정절차법으로 일반적 절차와 방법을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해두었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청회가 이런 절차를 소홀히 함으로써 그저 행정청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공청회(空聽會)가 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무진법이 제정된 이후 3년 4개월여 만에 전통무예지도자 양성기본지침(안)이 발표되는 공청회가 그러한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까닭이다.
다음으로 이번 발표된 안은 무예를 진흥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예를 규제하자고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많다. 민․관․학 협력체계 구축,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의 실현 등을 통해 우리무예발전을 이끌어 세계적인 무예의 중심 국가를 만든다는 취지는 대단히 훌륭하다. 그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종주성을 대원칙으로 역사성, 대중성 등으로 구분하여 전통무예의 기준을 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진일보한 연구 성과로 인정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을 보면 상대적 약자가 다수인 무예계의 실정에 부적한 면이 많다. 제시된 기준대로라면 무예지도자 자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매우 제한적이 될 것이고, 또 몇몇 종목, 단체의 위상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대다수 무예종목과 단체가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웬만하면 모두 수혜대상이 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고 수혜를 훨씬 많게 하는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발표된 무예지도자 양성(안)의 1항부터 5항의 전통무예지도자 양성목표, 방향, 종류, 전형방법, 고시과목, 연수과정, 연수원 지정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은 제7항의 전통무예지도자 자격의 위상을 확보하는 방안과 병행해서 다루어져야한다. 수혜 없는 자격제도로는 무예발전을 선도할 수 없고 오히려 무예진흥을 가로막는 폐해를 늘일 것이다.
그리고 제1항부터 5항의 내용은 현 무예단체장과 원로 지도자들, 일선 관장, 사범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기준이다. 물론 이점을 고려해서 전형방법에 특별과정을 설정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 줄 법규가 동시에 마련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무예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이런 특별전형이 자격제도 시행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2급이든 1급이든 누가 누구를 교육시키고 평가하고 자격을 인증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 전형의 고시과목에는 해당종목의 실기고시가 없다. 동일종목 복수단체의 경우 단체별 실기체계가 통일되지 않거나 상이할 수 있어서 검정을 시행하기가 난처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우회하자는 의도로 봐진다. 하지만 실기시험이 없는 자격고시는 각 무예의 개성을 몰각케 할 뿐 만 아니라 무예전승조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우려스러운 기준이다.
지도자 양성방안 제6항, 종목 선정방법과 기준은 무진법에서 가장 민감하고 가장 난해한 문제이자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그런데 종목선정 기본방향은 무예단체가 아닌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대상종목을 선정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서 무예단체 간 갈등 해소를 유도하고, 무예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따라서 기대는커녕 무예단체 간의 갈등이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또한 시행령 제3조 3항 2호의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통무예단체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배제하는 기준이다. 2급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지정무예단체가 발행한 자격증(4단 이상 단증, 지도자 자격증 등)은 전문대학졸업학점 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무예종목 이수자와 동일한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단체가 발행한 자격증을 배제하는 규칙은 시행령으로 정해 둔 무예단체의 고유권한을 불법적으로 박탈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또, 시행령 제2조 2항「전통무예단체의 육성ㆍ지원 방향에 관한 사항」에도 배치된다. 그러면서도 지도자 2급 특별전형 규칙에서 단 취득 20년 이상, 6~7단을 보유한 현직 사범, 관장에게 고시면제를 해준다고 정하고 있다. 이 자격증은 문화체육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에서 발급한 것이라야 하니 가히 갈팡질팡이다.
일반적으로 전통무예단체에 대한 정의가 대한체육회, 생활체육회와 유사하게 다수 무예종목의 결맹단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지만 법령에서 단체가 자격증(단증)을 발급한다는 취지가 있는 것을 보면 국기원과 같이 특정종목을 대표하는 단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체의 정의가 다종목 결맹체이든 개별종목단체이든 간에 종목지정을 하려면 한 종목 복수단체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 것이다. 한 종목의 복수단체의 기술적, 행정적 체계가 상이할 경우도 있고, 종목선정 시 입증 의무를 책임 져야 하는 대표단체나 혹은 동일 종목 연합체가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 자격요건을 구비하는 단체를 제외하고, 대표단체에 반대하는 단체나 연합체 가맹을 거부하는 단체, 그리고 전승무예에 준한다고 하는 정부복원 종목의 해당단체 이외의 복수단체 등은 설 곳이 없어진다. 창시를 입증하는 문제는 법정에서도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난제이다. 결국 종목지정은 단체지정과 맞물리게 되어 있고 단체의 정비가 선결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런 반대급부를 가지지 못한 무예지도자자격제도가 수십 년 간 수십 개로 분파된 여러 단체를 정비시키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제시된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개별 단체의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 결국 애써 마련한 시행방안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일 뿐이다.
현재 국내의 대다수 무예종목은 정통성이 희박하고 대중적 기반도 약한 군소종목들이 대다수이다. 한편 대중적 규모가 큰 종목은 예외 없이 내부분열이 거듭되어 단체가 난립해있다. 이런 취약성 때문에 대부분의 무예종목들이 체육진흥법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가 없음으로서 오랫동안 정책 사각지대를 떠돌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런 무예계의 애로가 반영되어 만들어진 게 무진법이다. 따라서 무진법은 기준이 완화된 무예맞춤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시된 무예지도자 양성방안은 현행 문화재지정제도나 체육지도자자격제도보다 기준이 훨씬 세다. 물론 체육지도자보다 무예지도자의 수준을 더 높게 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아무런 반대급부도 전제되지 않은 제도에 속박 당하게 되었으니 무예인들은 동냥 얻으려다 쪽박 깨지는 신세가 되게 생겼다. 이런 현실적인 인식을 전제로 시행방안의 방향을 새롭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같은 창으로 통해 내다보지만 시각이 다르면 전혀 다른 사물을 보게 마련이다. 참조자료를 보는 무예계와 연구자의 시각이 다르다. 문화재법을 준용하면 전통무예 종목지정신청 시 자료입증 책임을 정부와 분담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재 등급 제도와 등록문화제제도를 원용하면 종주성, 역사성, 대중성, 기술체계 등의 기준에 따라 전통무예지정종목, 예비종목, 등록종목, 신규종목 등과 같이 차등 명칭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유사종목 간, 복수단체 간의 이해충돌의 접면이 완화되고 제출하는 입증자료도 간소하게 됨으로 순리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종목을 수용할 수 있다. 동일 종목에 존재하는 복수단체들의 지위문제는 일단 무진법 안으로 포섭을 한 후 회원 수, 체육도장 수, 사업실적 등의 객관적 기준에 따라 차등지원을 하면 반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체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켜 종목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이것이 무예계의 시각이다. 법과 제도가 규제가 되면 피대상자의 반발이 생성된다.
특히 막장에 이르게 되면 쥐가 고양이를 물 수도 있다. 현재 무예계는 막장에 놓인 형국이다. 이런 무예에 대하여 국가는 부연하게 혜택을 줌으로서 조직과 행정 등의 경쟁력을 갖도록 해주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시행방안을 보면 공정성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하는 내용이 더러 있다. 단순히 복원작업에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은 사실만으로 전승종목에 준하는 당연지정종목이 된다고 한 것이나, 말과 병장기를 사용하는 군사무예종목을 민속무예로 분류한 것은 완전 난센스이다. 이런 종목의 실기를 수십 시간씩 연수 받으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택견과 태권도, 합기도가 충분한 논의와 해당 종목의 입장을 청취하지도 않은 채 지도자 자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일방적이다.
먼저 합기도의 종주성 문제는 전향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합기도가 아이키도(合氣道)와 한자표기 명칭이 동일하다는 점을 제외하고 보면 합기도가 가진 대중성과 연륜, 기술체계의 독창성, 조직의 독자성 등은 가장 우수한 편이다. 더구나 합기도는 처음부터 아이키도와 별개로 국내에서 시작되었고 여태 독자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합기도 명칭문제로 국제아이키도연맹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자국무예보호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죽 쑤어 개 좋은 일을 하려드는 속내를 알 수 없다.
태권도와 택견에 대한 중복수혜배제 원칙도 모순이다. 택견이나 태권도가 전통종목기준에 합당하다면 이 종목 지도자들이 무예지도자 자격을 얻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다. 그리고 중복성 배제원칙이 유독 체육진흥법에만 적용된 것도 공정하지 않다. 그리하면 택견, 씨름, 국궁 등이 배제된다. 대표적인 전통무예 모두를 싹쓸이로 몰아낸 것이 무슨 전통무예진흥법이란 말인가. 이는 주객이 전도된 한편의 코미디이다.
다른 무예종목들도 체육진흥법의 지원대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무예를 진흥하는 일이다. 잘나가고 있는 종목을 배제하자는 것은 편협하다. 파이 조각 하나를 서로먹겠다고 쩨쩨하게 굴지 말고 파이를 크게 만들어 듬뿍 갈라먹을 통 큰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알려진 두세 개 종목을 빼면 전통무예가 거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수십 년 동안 무예에 종사해온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제 이익을 위해 명칭에 접두사로 사용해온 전통무예라는 용어를 국가로부터 공인을 받겠다는 것은 다분히 억지스럽다. 법이 상식에 반하는 개념을 억지로 규정할 수 없는 일이고 또한 국가가 검증되지 않은 픽션을 인증해줄리 없다.
따라서 무예계 스스로가 지나친 기대와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모호하게 정의된 전통무예에 대한 개념을 무예인이 자청해서 바로 잡도록 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이다. 한편으로 국가는 선언적 법조문이나 무예계의 과도한 기대가 오랫동안 정책에서 소외된 데서 비롯한 반작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무예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개발하여 무예진흥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진법이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모든 시행방안과 제도가 무예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체육회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전통무예단체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것은 시행령을 근거로 해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게 정녕 불가능하다면, 정부는 하위 법령 연구에 시간낭비와 헛수고를 하지 말고 일찌감치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다소 기준에 미달하는 종목이라도 앞으로 전통무예로서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구비하고 대중성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쪽으로 시행방안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진법은 현재의 모든 무예를 대상으로 한다는 따뜻한 마음과 활짝 열린 가슴이 있어야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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