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에 대한 미국 현지사범들의 여론과 이슈

시합장엔 많은 사범들이 모이기에 거기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바로 태권도계의 여론이 되고 현재의 트렌드를 짚어볼 수 있는 정보교환의 장이다.
마침 경기가 열리기 바로 직전 한국에서 새로운 국기원장이 선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범들이 수렁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ATU 전, 현직 회장단과의 일문일답이다.
Q. ATU 전체 임원모임이 있었는데 회의에서 오간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
조택성 현 회장(뉴저지): 여러 안건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오현득 국기원 신임원장 임명에 관한 건이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나 역시 공인 8단이지만 국기원 수장이 고작 5단이라면 6, 7, 8, 9단의 고단자들이 앞으로 그런 사람에게 단증을 받아야 하는가 그런 의구심이 든다. 왜 많은 잡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고집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ATU 사범들 역시 이것은 아니다 라는 뜻이 모아져 조만간 ATU의 공식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국기원의 상징성과 가치를 외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같은 해외 사범들이다. 그런 사범들이 이렇게 싫어하는 일에 왜 무리수를 두는지 알 수가 없다.
도장에 나오는 수련생들이나 그 가족들을 대할 때에 우린 절대로 함부로 하질 않는다. 항상 최선을 다해 그들을 위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국기원은 일방적일뿐 우릴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 자기들끼리 탁상공론으로 결정하고 최전선에 나와 있는 우리에겐 통보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단증발급을 빌미로 해외 사범들을 줄을 세우고 컨트롤 하려고만 한다.
Q. 국기원장이 새로 임명되었다는 것에 어떤 반응들을 보이고 있나?
이승형 전 회장(캘리포니아): 우리 ATU 소속 사범들 말고도 미국에 많은 사범들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져 이 사태를 아주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현득씨가 행정전문가일지는 몰라도 태권도계의 수장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너무 잘못되었다고들 한다.
일반 수련생들에게도 저런 분이라면 마땅히 국기원장직에 오르셔도 된다는 당위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태권도계의 인사가 아니었던 사람이 국기원 입성 5년 만에 국기원장직까지 차지해 버린 상황에 우린 할 말을 잃었다. 한국사범으로서 자존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는데 국기원이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수련생들 앞에 고개를 들라는 것인가?
Q. 무슨 대책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인가?
이웅희 전 회장(캘리포니아): 미국에선 이미 신임국기원장 선출에 대한 대처방안이 빠르게 논의 되고 있다. 도장마다 국기원 단증신청 중지, 각 나라마다 국기원과 업무를 단절하고 협회를 독립하는 방법, 각 단체마다 각자 단증발급 등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선 국기원단증에 대한 필요 가치가 없다. 올림픽출전이나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자격조건으로 국기원 단증이 필요 없다. 게다가 자기 스승에게 받는 단증을 귀하게 여길 뿐 국기원단증은 심사를 보고 나서 찾아가지도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정도다.
미국의 특성상 국기원과의 결별은 너무도 쉬운 일이고 70%이상이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기원과 결별을 한다고 해서 손해를 보거나 할 사안도 전혀 아니다. 도리어 경제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그런데도 우린 수 십 년 동안 국기원에 비싼 승단 심사비를 내고 단증을 신청해 왔다.
Q. 그렇다면 굳이 국기원과 관계단절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순기 전 회장(뉴욕):
그것은 국기원에 대한 연민과 애착 그리고 태권도의 뿌리에 대한 정체성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 한국사범으로서의 자존심이 작용했던 것이다. 우리가 국기원을 성토하지만 관계단절까지는 원치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국기원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기원의 리더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현득 신임원장 선출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는 것이다.
국기원장직은 태권도의 정체성과 전체 태권도인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기도 한만큼 당연히 일생을 태권도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 가야할 자리다. 그런데 고작 10명의 이사들에 의해 졸속으로 선임되었다는 것은 8천만 태권도인들의 바람을 무시한 처사라 통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기원이 그 기능을 잘 해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구심점이 되어주고 지속적으로 일선 사범들에게 필요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방향제시를 해주는 역할을 감당해 주길 바랄뿐이다.
필자의 견해
필자 역시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20년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항상 듣는 말이 국기원이 우리에게 승단심사비만 받아갔지 무엇을 해주었느냐는 탄식이다. 그런 국기원이 그나마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더 기대하겠느냐고 한다.
해외시장에서 국기원이란 그 존재가 미약하다. 우리가 국기원이 세계태권도의 본부라고 목 놓아 외쳐보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국기원이 우리 수련생들을 위해 무엇 하나 영향을 느낄 만한 일을 해 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국기원을 강조한들 심사 때 필요한 시험답안으로 이름만 외워두고 마는 무미건조한 단어일 뿐이다.
사실 우리 같은 일선 사범들은 국기원에 뭘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흉한 구설수에 휘말려 태권도의 품위를 깎아먹는 일이나 벌이지 않아주길 바랄 뿐이다.
이번 신임 국기원장 선출사태는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SNS를 통해서 감지되는 사범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우리 태권도계가 또 한 번 불필요한 혼란의 폭풍 속으로 빠져 들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향후 벌어질 사태에 다들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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