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다시 활성화할 터" 포르투갈 정선용 사범
"포르투갈 태권도는 지금 사면초가" 27년 전 포르투갈에 처음으로 태권도를 소개한 정선용 사범(정 마스터 협회 회장, 8단)은 이렇게 말했다.
시드니 올림픽 이후 무도성을 탈피하고 스포츠 측면을 지향한 결과, 포르투갈에서의 태권도는 이도 저도 아닌 무도와 스포츠 사이에서 어정쩡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정 사범의 설명이다.
비록 올림픽 정식종목이라고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태권도 지원은 줄고 있는 형편이다. 선수층이 얇아 국제대회에서의 입상 경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욱이 최근에는 쿵푸, 가라데, 무에타이 등 새로운 무술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고 또 이들 무술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포르투갈에서의 태권도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정 사범은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제 박진감 넘치는 무술을 배우고 싶으면 킥복싱이나 무에타이를 찾고 정신적인 면이 강조된 무도를 배우고 싶으면 가라데를 찾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태권도 인구도 한때는 최대 5천명 정도 되었으나 이제는 2천여명 안팎"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무술과 비교해 볼 때 포르투갈 사람에게 있어 태권도는 더 이상 매력이 넘치는 신비한 무도가 아니다. 다른 많은 무술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나마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라는 것이 하나의 위안거리다.
포르투갈에서 태권도의 세력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이유에는 다른 무술의 유입, 무도와 스포츠 사이에서 태권도의 정체성 상실 이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경제 여건이다.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클럽 중심으로 스포츠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의 태권도 수련자는 태권도 도장을 찾는 대신에 싼 값으로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클럽을 찾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권도만을 업으로 하는 사람과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태권도 도장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포르투갈 태권도는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며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때 자신이 설립한 정 마스터스 협회의 회장이기도한 정 사범은 자신이 포르투갈에 처음으로 소개한 태권도를 다시 일으키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협회에 속해 있는 도장 및 클럽을 대상으로 무도적인 측면을 강조한 태권도를 가르치는 한편 작년에는 전남과학대 태권도 시범단을 초청해서 포르투갈 전역을 돌며 태권도 시범을 가졌다.
또한 한국을 직접 방문해서 면접을 통해 유능한 태권도 사범을 채용하기도 하는 등 뜨거운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 다시 일으키기란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스포츠와 무도 사이의 어정쩡한 태권도 인식을 개선해야 함은 물론 태권도인이 태권도 사범으로서 포르투갈에서 홀로 설 수 있는 경제적인 환경여건도 조성해야 하는 등 태권도 다시 일으키기는 다른 수많은 태권도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과연 태권도를 포르투갈에 처음으로 소개한 정 사범이 씨를 뿌린 후 열매까지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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