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마이애미 정착기] ⑭'뚱보' 아줌마 앞으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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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대화, 아줌마 수준에 맞는 펀치와 더킹
미국과 유럽은 전 국민의 30% 가량이 비만인이라고 합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에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뚱뚱하다는 것은 이미 병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지난 23일 ‘⑫왜, 망설이십니까?’ 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지금 미국은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최근에는 비만으로 인한 발암건수가 매년 10만건을 넘는다는 하와이암연구센터(CRCH)의 충격적인 연구결과도 발표됐습니다. 이, 살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비만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그룹이 바로 아줌마입니다. 한국에서는 ‘파워워킹 아줌마 부대’가 공원을 점령하고 있죠? 답답해 보이는 햇빛 차단 모자에 마스크, 장갑을 낀 아줌마들이 연신 팔을 휘저으면서 빠른 걸음을 재촉합니다. 모두들 자기 몸에 붙어있는 ‘살’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하지만 파워워킹이란 것이 재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관계로 쉽게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아줌마들의 비만을 얘기하다 보니, 저희 'Sang's martial arts TNT'도장에서 벌어진 한 예를 들어 볼까 합니다. 2006년 6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른 없이 태권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8살 된 제리(남)가 파란띠를 메고 태권도 수련에 한창이었죠. 제리의 어머니 크리스마(47)는 관람석에 앉아 아들의 수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왜, 난데 없이 크리스마 얘기를 꺼내는지 의아하시죠? 왜냐면 크리스마는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비만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상구 관장(오른쪽)이 TNT를 지도하고 있다.
크리스마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는 전형적인 미국의 ‘뚱보’였습니다. 불현듯 저렇게 살이 찐 여자들에게 TNT를 가르치면 효과는 두 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크리스마, 요즘 운동은 어떻게 해요?(강상구)”
“이따금 공원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운동해요(크리스마)”
“그게 전부예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세요?(강상구)”
“한 두 번 정도요.(웃음) 지겨워서 자주는 못하겠어요(크리스마).”
저는 크리스마의 ‘지겹다?’는 대답에서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곧장 저는 “크리스마, 재밌게 운동하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한번 해보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전 못해요.” 크리스마의 대답은 예상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꼭 크리스마에게 TNT를 가르쳐 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제 자신을 향한 도전이기도 했죠. “만약에, TNT를 해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손은 벌써 크리스마의 손목을 잡고 코트 위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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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에게는 강력한 TNT의 성인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편하게, 재밌게, 웃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죠. 저는 글러브를 끼운 채로 도장을 다섯 바퀴 정도 천천히 걸었습니다.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난생 처음 글러브를 낀 크리스마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줬죠. 그렇게 한 20여분 정도가 흘렀을까요? 어느 정도 크리스마가 저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어, 타깃에 주먹지르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크리스마가 주먹을 질렀다기보다는 제가 주먹에 타깃을 맞추어 주면서요. 아주 천천히 조금씩 했습니다. “원, 투!”, “원, 투, 쓰리(펀치)”에 이어 천천히 크리스마의 얼굴에 훅을 휘두르며 더킹(상체를 숙여 주먹을 피하는 동작)을 실시했습니다. 분명 낮은 운동 강도였지만 크리스마는 땀으로 범벅이 되 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크리스마는 시종 웃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먹과 더킹 만으로 체험은 끝이 났고, 그 자리에서 크리스마는 1년 회원에 가입했습니다. 가입비는 제가 요즘 금액적인 부분을 얘기하다보니, 태권도 사범이 너무 돈만 바라는 것 처럼 보일것 같아서 조금 자제하려고 합니다. 개인지도인 만큼 큰 액수였다는 것만 알려드릴께요.
이후에 크리스마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도 저희 TNT의 회원으로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제 누구도 그녀를 ‘뚱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15kg이라는 다이어트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효과를 봤는데 어떻게 TNT 수련을 멈출 수 있겠습니까. 이런 크리스마의 소문이 돌아 지금은 제 2, 제 3의 크리스마가 되기 위한 아줌마들의 TNT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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