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비디오판독, 전자호구 '바뀌어야 산다'

책임 주심제 도입, 고성능 카메라 설치, 전자호구 물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

덴마크 세계선수권에서 나온 명 경기 장면
142개국 총 928명(남자 558명, 여자 370명)의 세계 태권도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4일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덴마크에서 열린 제19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차등점수제와 비디오판독 등의 새 규정들이 적용됐고, 메이저 대회로는 처음으로 전자호구가 공식 사용됐다. 이번 대회의 얼굴 ‘3점’은 역전과 재역전의 명승부를 연출케 했고, 비디오판독은 공정한 판정을 위한 잣대로 사용됐다. 또 전자호구 착용은 심판의 (난타전 상황에서의) 제한된 시각을 보완했다. 경기 직후 “태권도 경기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것만큼은 고쳐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덴마크에서의 5일간의 상황을 돌아보고, 더 나은 2011년 세계선수권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본다.
심판
스티브 로페즈(미국)의 세계선수권 5연패 뒤에는 심판들의 방조가 어느 정도 한몫했다. WTF 규칙과 규약 제 14조에 나와 있는 ‘금지행위’ 규정을 심판들이 올바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WTF가 개정한 금지 행위 조항에는 스티브가 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앞발을 드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직접 포함되어 있다. 이날 스티브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경기당 3~4회 이상 앞발 들기로 상대의 공격을 견제 또는 차단했다. 로페즈 경기를 지켜본 삼성에스원의 김세혁 감독은 “앞발을 들어 상대의 부상을 야기시키는 동작에 대해서는 심판들이 시기적절하게 경고를 줬어야 한다”며 “유명선수에게 어드벤테이지를 주는 해외 심판들의 행위들도 스티브 우승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8m×8m의 경기장 밖으로 두 발이 모두 나갈 경우, 경고를 준다는 조항도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심지어 관중들과 양 코칭스태프측에서 상대 선수의 양 발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경고!”를 외치는 기이한 상황들이 자주 연출됐다. 또 종료 1분여, 혹은 30여초를 남긴 급박한 상황에서의 갈려후 ‘시간!’으로의 경기 운영도 이뤄지지 않았다. 갈려 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이러한 심판의 부족한 경기 운영 능력은 몇몇 국가들에게 패인의 원인으로 직접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판 개개인의 능력별로 ‘복싱의 주심제’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행 각 국가협회별로 선정된 국제심판들이 조를 짜서 1에서 5까지의 코트를 돌아다니며 보는 것이 아닌, 코트별로 주심과 부심이 따로 조를 나누어 보는 책임 심판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전 심판의 자질 평가에 따라 주심이 될 수도 있고, 부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심판 운영 미숙에서 오는 심각한 ‘오심’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디오판독
셋째 날(16일) 한국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염효섭의 승리 뒤에는 부심의 잘못된 ‘얼굴 3점 채점’이 있었다. 최종 비디오판독관의 결단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의 10년 공든탑이 비디오판독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영상득점 화면을 되돌리고 느리게 재생하는 카메라의 화질 선명도가 너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영상촬영을 한 모 국가의 메인 카메라맨은 “설치된 소형 캠코더로는 태권도의 빠른 발차기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없다. 성능이 현저하게 뒤 떨어지는 작은 카메라에 선수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디오카메라의 설치 각도 역시 문제가 됐다. 서로 반대 방향에서 경기를 찍어야 정확한 판정이 나오는 데도 불구, 결승전 두 대의 카메라는 모두 사각의 경기장 한 면에 일렬 배치됐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예선전에서는 단 한 대의 비디오카메라가 사용됐다.
상당수 해외 지도자들은 “느린 화면 재생에서도 화질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 카메라 장비의 도입이 있어야한다. 예선에는 최소 2대, 결승에는 3대 이상의 카메라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호구
“(금메달) 딸 사람은 다 딴다”, “비판하기에 앞서 모두 다 같은 (전자호구 착용) 조건이다”, “적응도 실력이다.” 대회 기간 내내 라저스트(Lajust) 전자호구를 향한 각국 관계자들이 내뱉은 말이다. 이는 전자호구가 ‘비판기’에서 ‘적응기’로 변화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고 100%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세계선수권을 통해 일부 개선점들도 드러났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 요구된 것이 전자호구의 ‘물기’부분이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몇몇 국가들이 전자호구에 대한 치밀한 적응 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일종의 ‘편법’이 생겨난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물’이다. 공기 중의 습도, 즉 습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일부 참가 선수들이 가죽으로 둘러싸인 주먹 글러브 속의 면 부위를 물에 적신 채로 출전하는 수법이었다. 간혹 최 중량급(헤비급)에서의 과도한 웜업(준비운동)과 경기 중 팔 안쪽의 흘러내린 땀에 몸통 호구 옆구리가 젖어 이상 득점이 발생하는 경우 등이 바로 전자호구 오작동의 원인이 되었다. 물은 몸통 전자호구 센서에 영향을 주었고, 경기 중 서로 간의 ‘배치기 득점'을 야기했다. 라저스트측은 “하루 1건 정도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반드시 개선해야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런 시스템 오류에 의한 이상 득점이 발생했을 경우에 주심이 즉시 경기를 중단시켜 득점을 시정 조치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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