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부진에 빠진 한국대표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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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 카드 사용 전략 부재, 전자호구 훈련 부족, 근원적인 문제는 '체격 차'
14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 발레롭 슈퍼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는 제19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은 첫날 남자 박정호(한국가스공사)의 예선탈락을 시작으로 박혜미(삼성에스원)마저 두번째 경기에서 패했다. 첫 출발에 남윤배 만이 은메달을 획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대회 둘째날인 15일에는 김두산, 이미란, 최유진이 줄줄이 패했다. 세계 선수들의 기량 평준화와 '체격'의 차이라는 요소가 바탕에 깔려있지만, 한국대표팀의 경기 운영 능력 부족과 철저한 사전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더 높다.

남윤배의 경기모습
소청 카드 사용 전략 부재
스티븐 로페즈의 세계선수권 5연패 기록 달성 이면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상대의 경고를 끌어내고 앞발 견제를 통해 타이밍을 뺏어내는 것도 주요했지만, 고비 때마다 사용된 비디오 판독 요청 ‘카드’ 사용은 우승의 견인차가 됐다. 8강전 5대 5, 경고 7개를 받은 3회전 종료 1초를 남겨놓고 코치석의 진은 경기장 밖으로 나간 상대를 발견하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판독 결과 상대가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간 것이 확인됐고, 스티븐은 감점승이라는 행운을 얻었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소청인데도 진은 ‘버리는 카드’를 사용하며 스티븐의 집중력을 다잡았고, 상대의 상승세를 꺾었다. 스티븐 역시 무카스와 인터뷰에서도 “경기 규칙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영상판독의 규칙상 코치가 카드를 사용했을 시에 판정의 과실이 인정되면 계속 판독 요청 카드를 사용할 수있다. 하지만 아닐 경우 주심이 즉시 회수하고, 권한을 박탈한다. 잘만하면 한 번의 카드 사용으로 게임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14일 은메달을 획득한 남윤배 경기로 눈을 돌려보자. 케이타가 한 수 위였고 2m 10cm라는 신장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마지막 3회전을 4대 5로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남윤배에게 ‘한 번의 카드’정도는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중책을 맡은 WTF의 핵심관계자(익명 요구)는 “남윤배는 케이타를 상대로 나머지 1분 동안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혹시 모를 3점짜리 역전 대비용 카드일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확실한 한 방을 위한 ‘숨고르기’와 전술지시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전자호구 훈련 부족
첫날 예선 탈락한 박정호의 공격 스타일은 여전히 ‘밑 뽕(걷어 올리면서 차는 발)’이었다. 소리는 컸지만 자세히 보면 마지막 박정호의 발등은 꼭, 상대 등짝에 붙어있었다. 둘째 날예선 탈락한 최유진의 발등 역시 그랬다. 두 선수 모두 일반 호구를 착용하고, 기존 타격음에 의지한 득점체계의 훈련 방식에서 잘 통하는 ‘빗겨 차기’였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버릇이라고는 하지만 명색이 세계선수권 출전인데 세심한 준비가 아쉽다.
미국태권도연맹(회장 데이비드아스키나스)은 지난 2년간 US오픈 대회에서 전 경기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사용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이번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적어도 두 달여 이상의 합숙 기간을 가졌다. 이에비해 한국은 마지막 태릉선수촌에서 약 2주간 착용 훈련을 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물론 외국 선수들과의 체격차이가 근본적인 이유이기는 하다. 라저스트 전자호구의 특성상 발등과 상대 몸통 센서부위의 마찰 면은 거의 수직을 이루어야한다. 점수 획득을 위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서의 선제공격 상황을 고려하면 왜, 수직이 되어 맞아야하는지 알 수 있다. 신장이 큰 선수들은 적은 움직임으로 자신의 발등을 상대의 몸통까지 쉽게 댈 수 있다. 반면 키가 작은 선수들은 자신의 발을 컨트롤하기 위해 몸의 중심점이 낮아지고 동작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날까지 노골드가 계속되자 한국팀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선발전의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국제용, 국내용으로 갈라지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은 무의미하다. 여자부 경량급을 봐라. 발이 상대의 몸통 올리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계속 이렇게 되면 망신만 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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