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의 태권도역사를 앞당긴 김수련 대사범

정치적으로 변한 태권도가 안쓰러워

전남 광주에서 <무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수련 대사범
“나는 태권도를 40년간 수련했지만 태권도를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기자와의 만남 직후 김수련 대사범(75,현 남부대학교 교수)이 꺼낸 첫 마디다. 당황스러웠다. 오랜 기간 태권도를 수련하며 현재 많은 지도자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대사범이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조금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었다.
“지금 태권도는 수련이라는 순수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서 연구하고 토의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대다수의 태권도인이 돈에 의해 움직이고 힘 있는 세력을 쫒아가기에 바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40년간 태권도를 수련했다는 자체가 자랑스럽기보다 창피하다. 때문에 태권도를 수련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이는 원로로서 최근 태권도관련 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밥 그릇 싸움’에 대한 일침이었다.
1953년부터 태권도를 수련한 김수련(오도관)은 월남에 파견된 제1호 태권도교관이다. 1964년 최초로 월남에 파견되어 태권도를 전파했고, 1971년 이란으로 건너갔다. 대부분 이란의 첫 번째 한국인 사범이 강신철(남창도장, 현 이란대표팀감독) 관장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란에 태권도를 처음 전파한 것은 김 대사범이다. 이란은 김 대사범을 ‘이란을 빛낸 스포츠인’으로 선정했으며, 아직까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이란에서 가장 큰 경기장)에 그의 사진을 걸어놓고 있다. 강 관장 또한 김수련을 이란의 대사범으로 인정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의 ‘태권도’ 휘호 공개

김수련 대사범은 지난 2000년 무등일보를 통해 이승만 대통령의 휘호를 공개했다
김 대사범의 신념은 태권도의 새로운 태권도의 역사를 창출해냈다. 자신이 소장하던 자료 중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이 쓴 ‘태권도’라는 휘호가 수록된 저서 ‘태권도(1959, 저자 최홍희)를 공개한 것이다. 이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쓴 ‘국기태권도’ 휘호보다 16년이나 앞선다. 또한 태권도라는 명칭통일이 1955년부터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자신의 신념을 지킴으로서 태권도의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 대사범은 “이 책에는 이 대통령의 휘호와 더불어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판된 책이라는 점에서 소장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독재정치 시절 정부는 이승만 대통령의 휘호가 수록된 책인 ‘태권도(1959, 저자 최홍희)’를 모두 수거했다. 당시 나에게도 당국(정보부)에서 찾아와 책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나는 완강히 버텼고, 결국 책을 뺏기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 고인이 된 이기정 교수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기정 교수는 내가 태권도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이다. 어느 날 이 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사범님이 교수직을 맡아주시지 않으시면 저도 교수로 부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나를 이끌어 줬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그는 태권도에 대한 신념도 강한 사람이었다. 이제 좋은 곳에서 편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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