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강상구 마이애미 정착기]⑦성룡과 함께한 ‘러시아워 2’

[강상구 마이애미 정착기]⑦성룡과 함께한 ‘러시아워 2’

2달 간 허리우드서 러시아워 2편 촬영, 3편 출연으로 이어지기도 해


참, 제가 한 가지 중요한 일을 깜빡했습니다. 이건 제 인생에 있어 아주 특별한 경험담인데요. 바로 성룡(Jackie Chan)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DVD 대여점에서 볼 수 있는 ‘러시아워 2편’에 제가 출연하게 된 것입니다. 뭐, 솔직히 제가 이소룡 다음으로 좋아하는 액션배우였으니, 저한테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영광이었죠.

평범한 태권도 사범이 러시아워2를 촬영하기까지의 과정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여러분들 패밀리맨과 러시아워의 블랫 레트너 감독(미국)에 대해 아시나요? 바로 이 친구가 제 고등학교 친구랍니다. 친구 덕 좀 봤죠.

1998년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레트너 감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참을 반갑게 얘기하고 있던 중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죠. ‘내가 만약 러시아워에 출연할 수 있게 되면, 엄청난 도장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저는 대화가 끝나갈 무렵 아주 조심스럽게 레트너에게 말했습니다. “작은 기회라도 한 번 준다면 정말 실망시키지 않을게.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 당시 레트너는 즉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 역시 기껏해야 스턴트 정도로만 한정될 역할에까지 자신의 손을 뻗치기 싫었던 것이죠. 그 이후로 저는 꾸준히 그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레트너의 할머니와 가족들과 친분을 쌓아갔습니다. 그렇다고 지극히 계산된 그런 의도적인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정을 쌓아간 것이죠. 하지만 그런 허리우드 대작 시리즈물에 한국인인 제가 발을 들여놓기란 처음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Snag's taekwondo에서 오랜 기간 수련하고 있던 서프사이드시(市)의 포 노백 시장이 구원투수가 되어 주었습니다. 12년간이나 한 지역에서 시장을 맡을 정도로 그는 덕망이 높은 어르신이었습니다. 바로 즉시 레트너에게 전화를 걸어주셨죠. “레트너,이곳 마이애미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아주 유명한 친구가 있어 추천하고 싶네.” 메시지를 남긴 그는 이후 2시간 동안이나 레트너와 통화를 하며, 저에 대해 칭찬과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과는요? 레트너가 저에게 “생(Sang), 2000년 1월부터 2월까지 시간 어때?”라며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게다가 저에게 특별손님이라면서 허리우드의 유니버셜스튜디오로 직접 와달라고까지 했습니다.

러시아워 2편, 목욕탕 명장면의 탄생


2000년 허리우드에서 촬영을 마치고 성룡과 기념사진 한 컷.


결전의 그날. 촬영장에 갔습니다.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인 반대편에서 성룡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레트너가 저를 성룡에게 인사시키기 위해 다가갔습니다. 레트너는 “재키(성룡), 나의 친구 생(Sang)이야, 인사해. 그리고 순서대로 액션 장면 잘 맞춰서 해봐”라며 저를 소개했습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성룡이 한참 동안 저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군요. 제가 느끼기에는 이건 뭐 레트너가 소개는 해줬으니까, 반대할 수도 없고 ‘내 허락도 없이 왜 데려왔느냐’는 식의 표정 같았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성룡에게는 전속 스턴트팀이 있어 단체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죠. 얼마나 제가 미웠을까요. 그래도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성룡이 앤디 칭이라는 스턴트코디네이터를 불러 저와 호흡을 맞춰 보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러시아워 2편’ 중반에 성룡이 목욕탕에서 누워있는 상황에서 괴한이 침입해 알몸으로 난투극을 벌이는 명장면이 되었죠.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은 ‘나쁜 놈 1’이었던 저의 얼굴이 나오는 카메라를 성룡의 발차기가 제대로 가렸다는 것입니다. 이건 나중에 영화가 개봉된 뒤에나 알게 되었죠. 하지만 당시에는 ‘고도로 치밀한 전략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단역이기는 했지만 장장 2개월여 간에 걸친 저의 허리우드 데뷔작은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러시아워 2편을 찍고 나서 제 생각이 360도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큰물에서 큰돈을 버는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니, 더 큰 생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러시아워 2편에서의 인생 경험이 저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큰 불을 지핀 것이죠. 아! 그리고, 러시아워 2편이 제 허리우드 마지막 작품은 아닙니다. 러시아워 3편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마 3편에서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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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2009.09.16
와우 재밌습니다. 헤어스탈이 저땐 풋풋했네요 ^^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
박사범 2009.09.16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 지내요 ^^
.. 2009.09.17
헐 나두 성룡한번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