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품새 경기, 또 나눠주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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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 없는 공인품새가 화근, 경기용 품새 도입 시급
#1 지난 3일 전북 무주 반딫불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대한태권도협회장배 전국태권도품새 선수권대회 고등부 단체전. 이날 남자부와 여자부 결승에는 리라컴퓨터고등학교(이하 리라컴고)와 청지회가 올랐다. 결과는 리라컴고의 남녀 동반 우승. 이번 결과에 대해 동반 준우승에 머문 청지회는 물론 남자 준결승전에서 리라컴고에게 패한 K-타이거즈, 예선전에 맞붙은 매화체육관 등은 울분을 토했다. 특히 매화체육관의 박종범 관장은 소청까지 신청했다. 하지만 소청은 기각됐고, 다른 팀들도 이틀 뒤 있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강력한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
#2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WTF 세계품새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선수선발대회. 이날 시니어Ⅰ부분의 경쟁은 치열했다. 초반부터 이변이 속출했지만 경희대의 강세는 계속됐다. 남녀 모두 무섭게 결승까지 치고 올라왔다. 결국 남자부 결승은 경희대끼리 격돌하게 됐고, 여자부는 한명의 선수가 결승에 올랐다. 문제는 여자부였다. 여자부 결승이 끝난 직후 경희대는 “분명 상대선수가 실수를 범했는데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경희대측은 대회장에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요즘 겨루기나 품새대회건 간에 소청이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품새대표선발전에서 심판진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두 상황 모두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제6회 대한태권도협회장배 전국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 겸 제4회 WTF 세계품새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선수 선발대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재 품새는 겨루기에 이어 경기화를 이루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올해로 4회를 맞이했고, KTA가 인정하는 국내대회만 1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품새 지도자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는 상당수의 지도자들이 “현재 품새 심판들이 ‘밀어주기, 나눠주기’ 식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전민우 경희대학교 코치는 “이번 대회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큰 사고가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대부분의 품새대회가 그랬다. 이는 KTA가 경기운영을 잘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 대회마다 심판들의 주관적인 판정으로 인해 오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지도자들이 안다. 소청을 하면 명백히 들어나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실수를 고려한 점수라고 해명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어 걸면 귀걸이 같은 대답이다”고 말했다.
물론 결승에서 진 선수가 경희대이기 때문에 전 코치의 항변은 주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타 대학의 품새 담당지도자들도 전 코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국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모든 심판들이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주관적인 입장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이는 8강 이상에 오른 선수들의 실력을 공인 품새로서 가늠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무도복(소속팀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은 도복)을 입는 것 자체가 심판 스스로가 오심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대회는 무도복인데 왜 세계대회는 국적을 표시하느냐. 또 무도복인데 경기시작 직전 전광판에 소속과 이름은 왜 띄우는 것인가. 정말 아무 소용없는 경기 룰이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재 공인품새의 실력은 평준화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평점으로 승부를 가리는 체조와 우슈와 비교했을 때, 공인 품새는 난이도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솔직히 일정 궤도에 도달한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공인품새가 변별력이 없는 것이다. 이에 지도자들은 난이도가 있는 ‘경기용 품새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국현 교수는 “겨루기는 소청을 하면 득점여부가 명백히 가려진다. 하지만 품새는 소청을 해도 힘든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있는 경기용 품새 ‘비각과 한류’의 도입이 필요하다. 경기용 품새의 도입으로 정확한 숙련도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또한 공인 품새와 경기용 품새를 같이 치르면 보존과 개혁이 함께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택용 용인대학교 교수도 경기용 품새의 도입에 뜻을 같이하면서 “품새의 정확성 부분에 대한 감점은 겨루기처럼 실시간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선수가 실수할 경우 과분수가 인정하고 이 같은 내용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감점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판을 앞에만 두지 말고 7심의 경우 2명 정도는 뒤쪽에서 평가하는 다방면평가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 시합마다 심판들은 공정한 판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품새 대회는 누가 보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판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심판들은 ‘밀어주기, 나눠주기’로 지도자들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돌아가면서 우승하기 위해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백한 룰로 정정당당히 겨루기를 원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 같은 횡포의 최대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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