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임태희 칼럼]태권도 예절 관련 논문의 치명적 오류

[임태희 칼럼]태권도 예절 관련 논문의 치명적 오류

태권도 예절 연구 논리의 네 가지 문제점


태권도는 전 세계 무술, 예, 도 중 가장 널리 보급되었고, 인기를 얻고 있는 무도이자 스포츠이다. 이와 같은 발전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태권도인의 끊임없는 노력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태권도의 발전은 학문 분야에까지 영향을 주었는데, 1982년 Y대학의 태권도학과 개설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는 약 34개 학과에 매년 1000여명 이상이 태권도학과에 진학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 태권도대학원 과정이 생겼으며 매년 많은 편수의 태권도 관련 논문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는 실로 태권도학의 눈부신 발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양적 발전에 비해 질적인 수준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글은 태권도학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한 일환으로 태권도 수련효과와 관련한 논문들을 분석하고 진단함으로써 그결과를 일반인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쓰였다.

우선 태권도 수련과 예절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자. 태권도에서 예절(禮節)이란 단어를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예절은 태권도 수련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태권도장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예절문화체험, 인사, 행동, 생활예절 등과 같은 교육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한편 태권도 예절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 중의 하나가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예시예종(禮始禮終)이란 단어일 것이다. 도장에 들어서고 나갈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거나 운동 시작 전과 후에 사범님과 수련생 상호 간 인사를 하는 것 등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또한 태권도 1세대 지도자들은 예절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법으로 상하를 불문하고 공경과 신뢰의 마음을 가져야 하며, 예의 실천을 위해서는 몸가짐이 단정하고 품위가 있어야 하고, 예의 표현은 상체를 15도 정도 굽혀 정중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태권도 예절에 근거를 두고 태권도를 하면 예절이 함양된다는 연구들이 다수 수행되었다. 이들 연구들은 태권도를 수련하는 초등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예절점수가 높고, 상급자가 하급자보다 예절점수가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 수련이 예절에 대한 의식과 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예절을 실천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

학계. 대중을 설득할 수 없는 태권도 예절 논문


미국의 한 도장에서 수련생들이 사범의 지도를 듣고있다.(기사와 무관함)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연구논리에 있어 몇 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예를 들어가며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기관이나 개인의 부탁 등으로 인해 설문에 응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사회 심리분야에서는 연구의 가정이나 가설에 대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것이 설문지, 질문지, 또는 검사지이다. 설문지의 문항들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에 대한 적합한 질문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필수이다. 하지만 태권도와 예절을 연구한 연구들은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검사지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수준 이상이 이해할 수 있는 어휘 수준을 초등학생에게 질문하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당연히 그 응답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된다.

또 몇몇 연구는 초등학생 어휘수준에 맞게 수정하여 설문지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런 경우에는 그 설문 문항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의미가 훼손되기 때문에 타당도(내가 묻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묻고 있는가? 즉, 혈압 기기로 혈압을 측정해야지, 혈당 수치를 쟤면 그 수치는 믿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임)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둘째로, 초등학교 1, 2학년과 같은 너무 어린 수련생들에게 설문지를 사용하는 것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할 소지가 크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휘나 의미는 매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낱말들을 사용한 연구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셋째, 태권도 예절 연구들에서 결과를 확대해석 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소년기에는 생각하는 방식, 학업과 관련된 인지적인 능력, 신체발육, 정서적인 능력이 매우 급속히 변화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령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태권도를 하고 안하고에 따라 예절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꼭 태권도를 배우지 않고도 가정, 학교, 학원, 또래와의 관계에서 관찰학습(modeling: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등을 통해 학습한다는 이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절을 익혀 갈 수 있다는 것이 심리 발달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또한 유소년의 사회 심리적 발달에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부모와 교사라는 것이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사실, 즉 이론이다.

마지막으로 태권도와 예절의 관련성을 성립시키기 위해 무도적인 태권도 그리고 전통주의적인 태권도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설문지나 예절의 의미 그리고 내용들 대부분이 국외에서 개발된 설문지와 서양문화를 대변하는 예절개념들이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cm로 측정한 값과 mm로 측정한 값을 같은 단위로 해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태권도 연구와 지도현장에서 좋아하는 무도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해 주지 못할 소지가 크다. 일선 지도현장에서는 태권도만이 자랑하는 특성과 무도적 가치를 어떻게 교육으로 승화시키고 있는지 돼 묻고 싶다.

이와 같이 태권도 수련과 예절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학계나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수련생이 도장에서 ‘예시예종’을 따르고 예절을 실천하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고 효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접근이 절실하다.

연구 논문들의 접근 방식 개선 필요


물론 태권도 예절 연구 전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핵심은 바로 연구 논문들의 접근을 좀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 예절을 꼭 설문지를 통해 수치의 차이를 가지고 예절이 좋아졌다거나 그렇지않다로 비교하는 것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가 무도적 관점에서 발전하였다면 이를 해석하는 것 또한 무도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무도적 잣대를 가지고 예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태권도 지도현장의 끊임없는 변화에 맞게 연구논리를 세워야지, 역사적 태권도 철학과 무도성만을 가지고 그대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학이라는 명목 하에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 왜곡된다면 결국 맞지도 않는 사이즈의 옷을 입기 위해 짜깁기를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태권도학이나 무도학으로서 국가에서 인정하는 학회지 하나 변변히 갖추고 있지 못한 이 현실 속에서 올바른 연구풍토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하고, 이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단지 우리들만이 알아듣고, 우리들만 믿을 수밖에 없는 정보들로 ‘우리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결국 논문은 논리이다. 도장에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논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장사꾼도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 제품에 대하여 상대가 믿을 수 있는 근거를 토대로 설득해야만 한다. “태권도를 하면 예절이 좋아집니다.”라고 얘기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하기도 한다. “왜 좋아지나요?”, “어떻게 좋아지나요?” 만약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하여 “태권도는 예절을 중시합니다.”, “무도를 수련하면 예절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도장에서 예절을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와 같은 대답 말고, 보편타당한 내용들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당장 입관원서를 쓸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훌륭한 지도자이자 태권도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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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왜 댓글제거 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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