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루키 김기현 “유전자가 다르다”

센고쿠 국내 루키선발전 강력한 우승후보
전 세계 복서 중 ‘돌주먹’이라는 애칭을 가진 선수는 두 명 뿐이다. WBC 미들급챔피언 로베르토 두란과 한국의 문성길(WBC 슈퍼플라이급챔피언)이다. 문성길은 정말 기막힌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태릉선수촌의 ‘불암산 달리기(4.5km가량의 크로스컨트리)’에서 세운 ‘21분’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불암산의 전설’이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문성길은 지금도 똥배 하나 나오지 않았다. 최근 격투기계에도 문성길처럼 고품격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루키가 등장했다. 바로 센고쿠 국내 루키선발전에 출전하는 김기현(18,대전인파이터)이다.

김기현이 코리안탑팀에서 원정훈련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기현은 어린 시절 누구보다 몸이 왜소했다. 그의 작은 몸은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밖에 나가면 친구들로부터 이지매(집단따돌림)를 당하지는 않을까.’ 어머니는 항상 노심초사였다. 결국 김기현에게 유도, 특공무술, 합기도 등을 배우게 했다. 하지만 흥미가 없었다. 그는 집에서의 걱정과 달리 오히려 애들을 괴롭히는 쪽이었다. 몸집은 작았지만 ‘깡다구’ 하나는 최고였다.
김기현의 격투기 인생은 엉뚱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김기현의 고등학교에서는 ‘프라이드 놀이(일종의 타격없는 격투기)’가 유행이었다. 김기현은 친구들 사이에서 ‘표도르’로 통할 만큼 ‘격투 광’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김기현은 친구들과 프라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놀이에 열중하던 김기현은 잠시 주춤했다. 하필이면 상대가 그 학교 ‘짱’이었던 것이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을까. ‘표도르’ 김기현은 자신도 모르게 짱에게 기술을 걸었다. 이후 짱은 바닥에서 김기현을 올려봐야 했고, 암바 연결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결국 짱은 탭 아웃을 선언했다. 짜릿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격투기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됐을 때의 일이다. 김기현은 이 사건 이후 단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김기현의 아버지는 대전인파이터의 김성태 감독이다.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이전 김성태 감독은 일본에서 킥복싱챔피언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일본 내에서 김 감독의 인기는 꽤 높았다고 한다. 김기현은 챔피언 출신의 아버지로부터 타격을 직접 지도받았다. 여기에 김기현에게 날개를 달아준 사람이 또 두 명 더 있다. 이들은 김기현과 어린 시절 부터 매트에서 같이 뒹굴었던 고향 친구들이다. 훗날 한 명은 서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재석)로, 레슬링국가대표(이우연)로 변신했다. 두 레슬링 선수는 대전인파이터의 그라운드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격투기 프로선수들 역시 김기현의 실력에 대해 극찬한다. 김기현과 동 체급이며, 최근 센고쿠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찬성(22,코리안탑팀)은 “김기현은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뛰어나다. 솔직히 나도 김기현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김기현은 2010년을 이끌어 갈 선수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김기현의 스파링을 지켜보면 UFC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가 떠오른다. 타격과 그라운드를 조합하는 경기운영이 꼭 생피에르를 닮았다. 김기현의 꿈은 한국이 아닌 세계다. “이번 센고쿠 루키선발전은 나의 세계 진출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번 선발전을 계기로 꼭 센고쿠에 진출하겠다. 화끈한 승리를 거둘 것이다. ‘전 세계 65kg급의 최강자는 김기현’이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 아직은 무명이다. 하지만 김기현이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달라”며.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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