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100, ‘김동현이 추성훈보다 낫다’

지난 12일은 격투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날이었다. UFC 최고의 빅 매치였던 UFC100에서 김동현과 추성훈이 동반 승리를 거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김동현은 기술, 체력, 경기운영 면에서 그랜트를 완벽히 제압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반면 추성훈은 UFC가 첫 출전이라서 그랬는지, 앨런 밸처를 상대로 고전 끝에 2대 1로 힘겨운 판정승을 거뒀다. 현재까지 UFC 4경기에 출전, 3연승을 거두며 급성장한 김동현과 조금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추성훈의 경기를 비교. 분석 해봤다.
체력 급성장 김동현

UFC100에서 김동현이 그랜트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김동현은 이번 경기에서 완벽한 체력을 과시했다. 전 라운드(3회)를 체력소모가 상당한 그라운드전을 펼쳤지만, 외관상 전혀 지장이 없었다. 놀라웠다. 지난 카로 파리시안과의 경기에서 3라운드 종반에 나타난 체력고갈의 우려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고된 훈련의 결과물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집이 있는 대전을 떠나 4,5개월 동안 부산팀매드에서 체력훈련에만 열중한 덕분이었다.
경기운영 능력도 돋보였다. 김동현은 이번 경기에 앞서 타격전을 예고했다. 화끈한 경기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며 ‘KO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T.J그랜트는 김동현에게 그라운드 전이라는 뜻밖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타격으로 KO를 시키겠다고 공언한 김동현이지만 유도 선수출신의 그가 구지 그라운드 전을 피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경기는 김동현에게 타격가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게 할 시험대이기도 했다. 당초 김동현은 매 경기에서 타격에 의한 KO승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매번 지루할 수도 있는 그라운드 전으로 이어졌다. 김동현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닥에서의 경기’가 계속된 것이다. 당연히 그 바탕에는 유달리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UFC 선수들의 압박이 작용한다. 단적인 예로 반다레이 실바가 연패를 하면서도 UFC 출전 때마다 환영을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솔직히 이번 경기에서 김동현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뻗은 스트레이트(허공을 갈랐지만) 외에 이렇다 할 펀치하나 없었다. 간간이 뒤로 물러나면서 뻗는 펀치만 있었을 뿐이다. 당연히 이런 펀치로는 UFC 선수들을 상대로 KO승을 거둘 수 없다. 럭키펀치가 아닌 이상. 김동현은 좀 더 적극적인 펀치를 뻗어야 한다.
‘저질 체력’ 추성훈, 타격만 합격점

추성훈이 UFC100에서 앨런 벨처를 상대로 킥에 맞서 카운터를 성공시키고 있다
추성훈의 체력점수는 ‘빵점’이었다. 추성훈은 1라운드 종료 직후 타격전만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2라운드부터는 스텝이 사라졌고, 3라운드에 들어서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급격한 체력 저하로 3라운드 종반,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마지막 파운딩 찬스를 놓치는 등 어이없는 모습도 연출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연습량 부족이었다. 이는 그간 추성훈의 대외적인 활동스케줄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추성훈은 경기 출전 두 달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버라이어티 쇼 ‘패밀리가 떴다’에 참석하는 등 연습보다는 연예계활동에 치중했다. 대전을 떠난 부산에서 4,5개월간 훈련에만 열중한 김동현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너무 오랜 기간 경기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까. 경기 운영에서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 추성훈이 경기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토오오카 마사노리전 이후 장정 10개월 만이다. 이번 경기에서 추성훈은 자신의 유도식 경기운영을 버리고 타격일변도 경기를 펼치기는 했다. 하지만 타격에 이은 안면 가드에 실패했고, 결국 앨런 벨처로부터 많은 펀치를 허용하게 됐다. 1라운드 초반에는 다운을 당하는 등 위기도 맞았다. 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추성훈의 전매특허인 가슴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유도식 ‘누르기’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타격을 고수해 파운딩으로 화끈한 KO를 노렸지만 미흡했다. 물론 유도가에서 격투가로 바뀌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필살기’인 유도를 응용한 그라운드 기술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격투가로서의 위용을 갖출 수 없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추성훈의 타격 만큼은 합격점이었다. ‘유도=추성훈’으로 데뷔해 다듬어지지 않은 훅만 날리던 때와 비교하면, 완벽한 복싱스킬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선제공격을 위한 스트레이트뿐 아니라 상대의 킥에 대한 위력적인 ‘타이밍 카운터’는 수준급이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부족한 점도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는 두 선수의 경기에 이어 열린 동 체급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때마침 김동현과 같은 웰터급의 조르주 생피에르와 추성훈의 체급인 미들급 댄 핸더슨이 같이 출전해 적절한 비교대상이 됐다. 생피에르는 강력한 도전자 티아고 알베스를 맞아 5라운드동안 완벽한 체력과 기술로 승전보를 울렸고, 핸더슨은 강력한 ‘한 방’으로 마이클 비스핑을 실신 KO시켰다.
‘UFC 100’. 김동현에게는 스턴 건에 걸 맞는 맞춤형 타격훈련이, 추성훈에게는 5분 3라운드를 소화해낼 수 있는 체력 보충이 시급한 때이다.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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