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시범의 세마리 토끼 '정통-퍼포먼스-공연'

정통과 변화에서 갈등

K-타이거즈가 지난달 서울 광장에서 가진 쇼케이스의 모습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빛의 속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집 전화가 전부였던 시대를 지나 개인 호출기가 등장했고, 현재는 1인 평균 한 대의 휴대전화기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시대의 변화가 태권도시범에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최근 태권도시범은 정통과 변화에서 갈등과 변화를 겪고있다.
태권도시범단의 원조는 국기원시범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기원은 1974년 최초의 태권도시범단을 창설했다. 물론 배트남전에 파병되었던 태권도인들이 현지에서 시범을 보인 바 있지만 체계적인 시범단은 국기원시범단이 최초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기원은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범의 정통성을 이어 오고 있다. 남승현 국기원시범단장은 “태권도시범은 정통성을 벗어나면 안 된다. 정통성을 벗어나는 순간 태권도의 위력적인 요소가 떨어지게 된다. 정통을 지키며 수련할때 가장 태권도다운 모습과 파괴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중들은 점점 빠르고 다이나믹한 시범을 원한다. 이로 인해 국기원시범단의 시범을 두고 ‘지루하다’, ‘틀에 박혀있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국기원시범단이 본격화되던 때에 민간시범단인 'K-타이거즈'가 창단됐다. K-타이거즈는 1990년에 창단해 국기원과 같은 정통적인 시범을 펼쳤다. 2000년대 즈음 K-타이거즈는 ‘빨리 빨리’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퍼포먼스를 위주로 시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쏟아진 평가는 ‘가볍다’, ‘너무 흥미 위주다’, ‘기품이 없다’라는 지적들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K-타이거즈의 퍼포먼스는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 지난 베이징세계선수권에서 최대 규모의 시범을 보이며 세계 태권도인들의 찬사를 받았고, 이후에도 K-타이거즈의 해외공연은 매번 많은 관중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가운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범문화를 선언하며 대한태권도협회는 국가대표시범단(이하 KTA시범단)을 창단했다. KTA시범단은 2007년 ‘태권도시범 공연화’를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시범문화에 뛰어들었다. 뒤 늦은 출발을 보완하기라도 하듯 KTA시범단은 적극적인 공연활동을 펼쳤다. 특히 올해 ‘최소리의 아리랑파티’에 참가해 타악연주와 태권도를 접목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투어를 기획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태권도를 너무 상품화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자신의 단체를 옹호하는 시범단원

무카스에서 실시한 무림투표
이렇듯 태권도시범은 정통에서 공연, 또 퍼포먼스로 변화하며 단계별로 도약했다. 하지만 각각의 시범단은 서로를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변화가 최선이라 여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카스에서 실시한 <온라인투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무카스는 지난 6월 19일부터 30일까지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태권도 시범단은?’이라는 주제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K-타이거즈가 38%(558명), 국기원시범단이 37%(540명), KTA시범단은 19%(279명)의 순이었다. 문제는 투표결과가 아니라 댓글이었다. 댓글에는 각 단체에 속한 시범단원으로 추정되는 옹호의 글들로 넘쳐났다.
자신을 ‘태권도시범전문가’라고 밝힌 한 독자는 “초창기 태권도 시범은 전통적인 면을 강조해 왔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시범 문화가 활성화되고 태권도를 홍보하고 보급하기 위해 무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노력들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뿐이다. 시범단원들은 태권도인으로서 정통성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신을 ‘우스워’라고 밝힌 한 독자는 “예전에는 국기원시범단같이 정통성을 추구하는 시범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신생 단체들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문화와 태권도가 잘 융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국기원시범단도 내부적인 문제점 해결과 동시에 정통시범을 벗어난 새로운 공연문화 창출해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태권도시범은 과도기를 겪고 있고, 정통과 변화 속에서 태권도인들 간에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에 한 태권도원로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시범도 변해야한다. 너무 고전적인 것을 고수하면 결국 소외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빠른 변화는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킨다. 정통을 고수하며 천천히 변화를 이루는 것이 현 태권도시범단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다”고 조언했다.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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