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국기원 이사회? 파행운영 가능성 커져

'친엄운규계' 대 '친홍준표계'의 싸움 양상

국기원 이사회가 둘로 나눠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의 모 음식점에 사표를 제출한 이사들과 엄운규 이사장이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몇몇 이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이사들은 “우린 아직 국기원 등기부등본상에 이사로 등재돼 있다. 국기원 이사로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국기원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엄운규 이사장께서 직접 이사회를 소집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엄운규 원장은 “이사들의 요구는 일리가 있다. 검토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기원 이사회는 지난 3월 이후 13명의 이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했다. 이후 지난 달 22일 상근이사 3명(송상근, 송봉섭, 박현섭)과 비상근이사 2명(이승완, 조영기)이 5인 이사회(엄운규 이사장은 불참)를 열어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등 7명의 이사를 보선했다. 이로 인해 국기원 이사회는 정족수(19명) 3분의 2를 충족하며 정상운영이 가능해졌다. 이승완 국기원 이사는 “이달 안에 이사회를 열어 나머지 이사 보선을 마치고, 공석인 국기원 원장(이사장) 선임건도 처리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표를 제출한 일부 이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사표를 제출한 한 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기원 사무처 책임자가 이사 전원이 사퇴하면 새로운 판을 짜 국기원을 안정화 시킨다고 해서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일괄사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의 국기원은 안정화는 커녕 ‘힘의 논리’에 지배를 받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달 초 사표 반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기원 사무처에서 사표반환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러자 이들은 국기원 이사회 개최라는 '극약처방'을 꺼내 들었다.
만약 엄운규 이사장 주관으로 사퇴한 이사들이 참석하는 이사회가 열린다면, ‘진짜이사회’ 공방전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각자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표를 제출했던 한 이사(익명요구)는 “국기원의 법적지위권은 엄운규 이사장에게 있다. 또 등기부등본상의 이사는 우리”라며 “얼마 남지 않은 이사 임기가 탐나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태권도인으로서 몇몇 사람들의 야욕으로 인해 국기원이 망가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이승완 이사는 “명분도 염치도 없는 짓”이라고 단정했다. 이승완 이사는 “우리는 국기원 정관과 법률자문을 통해 합법적으로 국기원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라며 “사표를 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사 자격을 다시 되찾겠다는 것은 ‘생떼’를 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태권도 중진은 “만약 이사회가 둘로 나눠진다면, '친엄운규계' 대 '친홍준표계'의 막장싸움의 끝을 보게 되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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