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국사연 기자회견, ‘소 잃고 외양간 고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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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은 좋으나, 너무 늦은 시점과 구체적인 대안 아쉬워

기자회견 참석자, 왼쪽부터 김명수, 김기선, 배성실, 진중의, 강원식, 김선구, 임춘길
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연대(대표 강원식, 이하 국사연)는 지난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사연은 이날 △국기원 파행 주역 퇴진 △홍준표 국회의원 국기원 장악의도 철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촉구 등을 주장했다. 태권도인으로서 당연한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뒷말들이 많다.
국사연은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은 정치권력이 아닌 태권도인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태권도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내용이다. 그런데 “왜 지금이냐”는 질문 앞에서 국사연의 주장은 힘을 잃는다. 국기원이 본격적으로 표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6월 엄운규 원장의 사퇴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지난 1년간 국기원은 심각한 내홍과 주변의 소음들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국기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던 태권도 지도자들도 이제는 “또 국기원이야”라며 외면하는 분위기다.
국사연은 지난 1년간 국기원의 파행 주역들이 활개를 쳤고, 문체부가 태권도 특별법의 기본취지에 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기원을 사랑하는 분들이 왜 그동안 지켜만 보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뭐 좋다. 홍준표 회장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국사연이 행동에 옮겼다고 이해하자. 그럼 정치인 홍준표가 아닌 다른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날 국사연은 명분만을 내세운 당연한 주장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말은 많았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홍준표 회장이 국기원에 오면 안되는 나름의 이유는 있는데, 그 다음이 없었다. 엄운규 원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을 적당히 흘렸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사연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태권도 중진은 “이번 기자회견에 나온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순수한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특히 대한태권도협회 임원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홍 회장이 KTA에 입성할 때는 한마디 말도 못하더니, 국기원은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사심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국사연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기원의 요직을 거친 한 태권도인은 “강원식 대표가 무슨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정치인 홍준표 회장은 태권도인을 너무 우습게 여겼다. 국사연이 뒤늦게 나선 것은 유감이지만, 이승완 씨가 홍준표 회장을 내세워 막가파식으로 국기원을 점령하려 했기에 태권도인로서 분개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사연 지지의 뜻을 밝혔다.
국사연의 이번 기자회견은 몇 달 전 도둑맞은 태권도인의 자존심을 이제 와서 되찾겠다고 아우성을 친 것이다. 도둑맞기 전에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한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국사연 스스로는 “지금이라도 나선 것이 다행”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나,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명분만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는 그들만의 기자회견이 됐다. 향후 국사연에게 필요한 것은 태권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국기원의 정상화 방안이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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