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태권 패밀리' 만들어준 태권도 무료체험 행사

'태권 패밀리' 만들어준 태권도 무료체험 행사

[태권도 무료체험 수기 - 3]서울 강서구 명성태권도장 최현민 어머니 천향미씨


명성태권도장 최현민 수련생 가족이 태권도 무료체험을 하고 있다


“현민아, 이 띠 이렇게 매는 거 맞니?”, “아니, 엄마 그렇게 매시면 안돼요.”

어설프게 도복을 걸쳐 입은 내 모습을 보고, 10살 난 아들이 달려들어 삐뚤게 매진 띠를 고쳐주었다. 거울을 보니 흰 도복에 흰 띠를 맨 내 모습이 낯설지만 제법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퇴근 후 바삐 돌아온 아빠와 저녁을 챙겨먹고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서 우리 세 식구는 도복을 챙겨 입고 찬바람을 맞으며 태권도장으로 향했다. 태권도를 배우러 도장에 가는 것이 처음엔 조금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이젠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으로 가족의 저녁 나들이 시간이 되어 버렸다.

우리 가족이 태권도를 배우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얼마 전 아들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가족태권도 무료체험이라는 안내문을 받게 되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태권도장에서 자녀와 함께 엄마, 아빠가 같이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평소 아이가 어떻게 태권도를 배우고 어떤 교육을 받는지 궁금했던 나는 안내문을 보자마자 바로 도장에 전화를 걸어 신청을 해 버렸다.

관장님께서 우리가족 태권도 무료체험의 취지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잘은 모르지만 가족이 함께 태권도를 배운다는 사실이 괜히 나를 설레고 들뜨게 하였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태권도를 하겠다고 나선 내가 내심 자랑스럽기도 하고, 우리 엄마가 자기와 같이 태권도를 배우게 됐다고 괜히 들떠 신나있는 아들을 보니 쑥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올해 10살 난 아들 현민이는 5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현재 2품이고, 서울시대회 강서구대회 등 각종 겨루기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기도 했다. 현민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피아노, 영어, 수학 등 여러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태권도는 절대 ‘힘들다 가기 싫다’라는 말 한 번 없이 하루 중 가장 신나고 재밌는 시간이라며 너무나도 좋아한다. 아빠 또한 군대시절 태권도를 배워 1단을 취득했으며 현재까지 퇴근 후 현민이가 다니는 명성태권도장 성인부에서 꼬박 꼬박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줌마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는 운동을 좋아하진 않는다.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이게 다 운동이지 뭐. 뭐하러 돈 들여 운동 한다고들 난리야. 가사 노동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빠가 주말에 등산 한 번 가자는 것도 힘들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생각에 엄두를 못 내던 나였다. 그런 내가 이렇게 도복까지 차려입고 아이와 함께 도장에 다니게 될 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 얏.”, “얍. 에잇.” 도장이 가까워지자 발걸음은 빨라지고 괜히 긴장감에 나는 띠만 만지작거렸다. 언제나처럼 3층 수련생들의 기압 소리가 1층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빠와 현민이를 따라 태권도장에 들어서자 관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어색해하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환하게 켜진 불빛에 넓은 태권도장이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젊은 학생들도 보이고 아빠보다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들도 계셨고 나처럼 아줌마가 확실한 친숙한 외모의 엄마들도 보였다.

태권도는 아이들만 배우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꽤 큰 어른들이 이 밤에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배우러 운동을 하겠다고 도장에 나오는 걸 보고 나는 내심 놀라웠다. 간단한 기본 동작으로 몸 풀기를 한 다음 기본 발차기를 배우는데 몸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생각만큼 다리도 안 올라가고 발차기를 따라한 것 뿐 인데 몸은 휘청휘청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혀갔다. 기초체력 운동으로 가족 왕복 이어달리기를 했는데 처음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다들 어찌나 열심이던지... 모르는 사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 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빈둥빈둥 TV나 보았던 그 시간에 이렇게 구슬땀을 흘리며 아이와 아빠와 함께 운동을 하게 될 줄이야. 흠뻑 젖은 도복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아직 아빠나 현민이 만큼은 아니지만 한 일 년 쯤 후엔 나도 꽤 잘하는 유단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수기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얼굴에 맺힌 구슬땀을 닦는 현민이가 오늘따라 너무 의젓해 보였다. 매일 저녁 이렇게 아들과 상기된 얼굴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집에 돌아왔을 아빠가 너무 부러웠다.

"나도 열심히 배워서 꼭 1단을 따야지."'태권 패밀리'누가 그렇게 부른 것도 아닌데, 혼자 생각만으로도 어깨가 으쓱 해진다. 진짜 너무 멋진 것 같다.'우리는 유단자 가족' 아직은 나 때문에 그 타이틀은 아니지만 내년엔 꼭 그렇게 부를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많지 않은 세 식구가 저녁 한 번 모여 함께 먹는 것도 힘들었는데, 밤 10시.늦은 시간 초여름 시원한 바람과 함께 큰소리가 뻥뻥 울리는 도장에 와서 큰 소리로 기압 넣으며 실컷 뛰고 땀 흘리고 나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왠지 모르게 깡도 생기고 좀 웃기지만 키도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현민이가 다 자라 성인이 되어도 아빠와 함께 태권도장에서 운동하며 흘린 구슬땀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족이 함께 한 행복했던 순간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중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화합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명성태권도장 관장님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싶다. 다시 세 식구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더 가볍고 신이 났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16일 연재 예정이었던 태권도 무료체험 수기 마지막 편이 편집부 사정으로 금일 연재됐습니다.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2

김태수 2009.06.18
수련비가 장난 아닐듯 한데요 태켠처럼 가족 수련비 이런 제도를 만들면 어떨가 합니다. 가족3인이면 최소 월 8만원만 잡아도 24만원 인데.. 부담스럽지 않나..생각됩니다.
태권도 2009.06.18
그러다 망하지 생각을 해도 지금 우리가 월회원 제도가 가장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