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국기원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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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 사범의 눈에 비친 국기원

정순기 관장
나는 태권도로부터 많은 것을 얻은 수혜자다. 도장 안에 기합소리가 진동하고 모두가 태권도로 하나될 때 나는 매일 태권도 사범인 것에 감사한다. 진지한 노력만큼 사범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더한 게 있을까? 태권도에 대한 제자들의 열정과 마주할 때마다 더 좋은 클라스를 만들고 싶은 설레임으로 긴장한다.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 관계의 즐거움이 충만한 곳, 자기발전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곳! 그곳이 바로 태권도장이다. 성별, 연령 그리고 능력에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에게 소중한 것들을 태권도 수련을 통하여 습득하고 있다. 그 현장의 중심에서 감동과 감사를 매일 체험하는 그런 괜찮은 직업이 태권도 사범인 것이다.
미국에서 낳고 자란 아들이 대학을 마치면서 태권도 사범의 길을 선택했다. 평생직업으로 도전해서 좋은 사범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자식과 함께 일하는 것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정말이지 큰 힘이 된다. 진심으로 태권도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태권도에 항상 '빚진 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오늘의 태권도가 있기까지 선봉장의 역할을 해온 국기원에 대하여 할 말이 있다.
1972년 모든 태권도인들의 자랑(당시로서는 정말 멋진 위용이었다)이 된 이래 국기원은 태권도 세계화의 중심었다. 교육과 연구의 산실이었고, 수많은 각종대회를 치루면서 우수선수 배출에 기여했다. 또한 얼마나 많은 태권도 수련생들이 국기원에서 승단심사를 받았는가? 각계 각층의 국빈들을 초빙하여 태권도시범을 통한 스포츠외교의 장이 됐고, 세계태권도연맹(WTF)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태권도가 '올림픽정식종목'이라는 민족의 쾌거를 이루어내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했다.
김운용 전 총재의 비전과 리더십이 태권도 지도자들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현실화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거기까지! 국기원은 국기원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했어야 했다. 국기원이 WTF를 지원, 올림픽운동에 동참하는 동안에도 많은 태권도인들이 국기원의 제반업무 수행능력이나 방향제시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올림픽진입'이라는 커다란 명제 앞에서 최대한의 참을성을 보여왔을 뿐이다. 몇해전 국기원 유사단체가 생겨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를 만든 사람의 진짜 속내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국기원이 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는 주장은 옳은 지적이다.
내가 미국태권도연맹(USTU)의 경기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1992년 이래부터 미국에서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데 국기원 단증이 자격조건이 될 수 없었다. 국기원단증이 없어도 혹은 가라테, 쿵푸 심지어 뒷 마당에서 독학을 했더라도 미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USTU에 선수등록을 하고 지방대회에서부터 이기고 올라오면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다.
WTF의 규약을 가지고 항의를 해 봤지만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미국올림픽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국기원 단증이 선수 자격요건으로 남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의 국기원이라면 종주국에서의 국기원단증 사용여부도 불투명하다. 다시 말해 더이상은 경기단체에 의존적인 국기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세계 태권도의 중앙도장으로서, 종주국 태권도의 메카로서, 모든 태권도인들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는 국기원이어야 한다. 심사제도나 심사환경이 태권도인들로 하여금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변화가필요하다. 일선도장이 필요로하는 교육자료와 커리큘럼은 사회 환경과 가치기준이 변화하는 만큼 부단한 개선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것은 국기원의 몫이다. 꼭 그렇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국기원의 브랜드화다. 일단 국기원은 태권도가 추구하는 수련목적과 교육목표에 어울리는 멋진 포스터를 다양하게 제작해서 전세계 도장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국기원'이라는 이름이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태권도 수련의 의미와 연결되어 항상 수련생들과 가까이 있게 한다면, 국기원 단증이 더 큰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세계태권도한마당'같은 국기원 고유의 대회를 발전시켜서 전세계 태권도인들이 종주국 방문과 함께 태권도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전통'이라는 단어에 권위라는 무게가 실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태권도공원과 진흥재단의 관계, 특수법인화 등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엄운규 원장의 사표 이후 국기원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때에 홍준표 회장 같은 능력있는 강력한 리더가 국기원을 이끌어 가는 것은 현재의 난마와 같은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를 이끌어 가는 열정과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것으로 볼 때 잘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리가 있다. 홍 회장이 능력있고 애정도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현재의 국기원은 37년전 김운용 원장이 태권도에 온 몸을 던져 새로운 창조의 역사를 만들어 내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홍준표 회장은 얼마전까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한 사람이다. 홍 회장의 정치적인 비중을 볼 때 국기원의 실무와는 멀리 있게 될 것이다. 결국 홍준표 회장을 옹립하는 일부인사들이 국기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을 쉽게 예상할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분명 수많은 태권도인들의 반대가 있을 것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게 될 것이다.
국기원장(이사장)은 태권도인의 자리다. 국기원의 실무만큼 국기원의 상징성 또한 중요하다. 엄운규 원장이 복귀하는 일도, 새로운 원장을 뽑는 일도, 어느쪽이든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태권도인들이 해내야 한다. 그 과정에 고통이 있다면 이겨내야 한다. 더딘 걸음일지라도 모든 태권도인들의 합의를 담아 한층 태권도가 성숙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평생을 태권도에게 빚졌다고 생각하는 '한 해외 한인 사범'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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