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태권소녀 서울대 가다
"태권도가 저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렸어요."
16세 최연소의 나이로 올해 서울대 기초과학계열에 합격한 효순(서울시 서초구)이는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남자 얘들이 막 저를 괴롭혔어요. 그래서 집에 매일 울면서 들어왔어요. 그런 저를 엄마가 태권도를 하면 남자 얘들이 괴롭혀도 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시며 저를 태권도 도장에 보냈어요.(웃음)"
이렇게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다섯 살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는 이미 효순이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실력도 만만치 않아서 3단을 딴 지는 이미 오래 전, 오는 3월 4단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명실공히 태권소녀다.
동네 남자아이들을 태권도로 평정(?)할 무렵인 초등학교 5학년, 효순이는 방문교수로 미국에 간 아버지를 따라 1년간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알파벳만 겨우 깨치고 한국을 떠난 지 1년만에 효순이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전 과목에서 A를 받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성적우수상을 받았다. 한마디로 악바리의 투혼이 빛난 인간 승리였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온 효순이는 미국에서 받은 성적우수상을 인정받아 1년을 훌쩍 뛰어 넘어 바로 중학교 1학년으로 편입했다. 중학교 친구들은 모두 효순이보다 1살이 많은 언니들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지난 1999년 5월 효순이는 큰 결심을 했다. 바로 고등학교 자퇴.
"교실붕괴라는 말이 실감 났어요. 남자아이들은 복도에서 담배 피웠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얘들을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심지어는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아 중간고사 하루 전에 중간고사 범위까지 수업을 하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생활 불과 두 달만에 내린 결정이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만 한 달을 소요했다. "저는 고등학교를 공부하러 갔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
자신의 의지대로 자퇴한 효순이는 그러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 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또래 친구들을 볼 때는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교복 입은 친구들을 보면 많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가끔 눈물도 흘렸고요." 소속감이 없고 곁에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없어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는 효순이는 그러나 씩씩한 태권소녀였다.
"공부하다 딴 생각이 들면 도장에 가서 샌드백을 무지하게 때려댔습니다. 스트레스도 풀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였죠."
효순이는 태권도가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만큼 태권도를 하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정신집중이 잘 되었어요. 그리고 운동을 하니 남들처럼 보약 먹을 필요도 없고요.(웃음)"
효순이는 자퇴하고 1년간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꾸준하게 태권도를 하며 운동했기 때문인지 몸무게가 무려 20kg이나 빠진 것이다. 지금은 키 158cm에 몸무게 48kg으로 건강미 넘치는 날씬한 몸을 자랑한다.
화학자로서 노벨 화학상과 반핵 운동을 펼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을 존경한다는 효순이는 앞으로 커서 라이너스 폴링과 같이 지식과 양심을 겸비한 세계적인 화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효순이는 라이너스 폴링보다 하나의 목표가 더 있다. 바로 태권도 사범의 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미국에 있을 때 반 친구들이 태권도를 가라데와 혼동하고 또 태권도가 가라데보다 나은데도 태권도가 가라데에 비해 주춤주춤하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효순이는 이 때부터 태권도 사범의 꿈을 키워왔다. 태권도 사범이 되어 외국에 나가 태권도를 가르치며 태권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겠다고 마음먹었다.
효순이는 요즘 만화책을 보며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등한시했던 독서(?)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대학생이 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는 효순이는 파란 하늘을 보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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