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형의 얼바인 산책]태권도는 ‘중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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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잊지 못할 사람들②

이승형 사범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는 요즘, 저의 눈길을 잡아끄는 차들이 있습니다. 웨딩카입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봄에 결혼식이 많은 편입니다. 신랑신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가 최근 부쩍 결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다가오는 6월 20일 결혼식을 올리는 알리핸드로 아시라(34,남)와 에이미 스티넬나(37,여) 예비부부 때문입니다.짐작하시겠지만 두 사람은 저의 제자들입니다. 현재 얼바인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죠. 현재 진행형인 이 둘을 ‘잊지 못할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에 소개하는 이유는 태권도가 키워준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태권도가 아니면 이어지기 힘들었다고 할 수 있죠.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는 것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8살짜리 딸을 홀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죠. 알리핸드로의 딸인 아시라는 태권도를 배운지 1년 6개월이 됐고, 에이미의 딸인 씨에라는 2년이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차량운행이 없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부모들이 자녀들을 도장에 데려옵니다. 또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데려갑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됩니다. 알리핸드로와 에이미도 딸을 기다리다가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이 둘의 ‘사랑의 스파크’를 감지한 사람은 소피아였습니다. 우리 도장 학부모 중 한 명인 소피아는 프랑스 출신답게 ‘마담뚜’ 역할을 충실히 했죠. 두 사람이 급속도로 가까워 진 것은 소피아의 노력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태권도였습니다.
에이미가 태권도를 너무 좋아하는 씨에라를 따라 도복을 입은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알리핸드로도 자연스럽게 에이미를 따라 도복을 입게 됐죠. 두 사람이 함께 수업을 받은 것은 4개월이 조금 지났네요. 엄한 수업 시간에야 들어내고 애정표현을 할 수 없지만, 눈빛은 속일 수 없죠. 그러더니 끝내 결혼발표를 하더라고요. 두 사람의 결혼식은 우리 도장의 축제가 될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이 별도의 파티도 계획 중이고, 들러리도 서로 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아시라와 씨에라도 아빠와 엄마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것에 조금은 들떠 있고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저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결혼식 이후 가족이 되는 이들은 지금처럼 태권도를 배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태권도가 중매쟁이 역할을 했다면서 무슨 소리냐고요. “하하” 그만둔다는 것이 아니고, 수업시간을 옮긴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한 패밀리 클래스로요. 가족만이 배울 수 있는 이 특별한 수업에 알리핸드로 부부와 두 딸이 태권도를 함께 배우는 것이죠. 그런데 두 사람에게 미안한 일이 생겼습니다. 결혼식 당일 참석을 못하게 됐기 때문이죠.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태권도연합(ATU) 토너먼트 대회 일정과 겹쳐버렸습니다. 속상하지만, 결혼식 이후 별도의 파티를 여는 것으로 용서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 이승형의 얼바인 산책은 격주 수요일로 연재됩니다
[정리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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