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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전 파헤치기]⑤라이트급 남자는 '희(喜)', 여자는 '비(悲)'

[최종전 파헤치기]⑤라이트급 남자는 '희(喜)', 여자는 '비(悲)'

친구(親舊) 및 절친한 선후배 간의 대결


“최고의 선수들이 대거 포진, 난공불락의 체급이다.”(삼성에스원 김세혁 감독)
“올림픽금메달리스트 임수정에게도 힘든 도전이다.”(수원시청 김진기 감독)
“체급변동으로 인해 가장 힘든 체급이 됐다.”(고양시청 이창건 감독)


오는 25일부터 3일간 전북김제체육관에서 열리는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대회(이하 최종전)’ 여자부라이트급에 선수를 출전시키는 감독들의 말이다. 실제로 최종전 라이트급에는 임수정(23,수원시청), 박혜미(23,삼성에스원), 김새롬(25,고양시청), 김보혜(24,안산시청) 등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노리고 있다. 앞서 라이트급은 5명의 선수만이 최종전명단에 올라 쉬운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체급이동으로 인해 임수정과 김보혜가 라이트급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더없이 재미있는 대결구도가 짜여졌다. 바로 친구 및 절친한 선후배 간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경희대 동기 임수정과 박혜미

2007년 아시아대회 박혜미(왼쪽) 경기 장면


올해 경희대를 졸업한 여자선수 중에는 뛰어난 인물이 많다. 2005년 동아시아대회 1위 이승아(수원시청), 베이징올림픽 스타 임수정, 2008년 아시아선수권 1위 박혜미, 세계대학선수권 3위 서소영(수원시청) 등이다. 경희대 05학번 동기인 네 선수는 각각 밴텀, 페더, 라이트, 웰터급으로 출전해 매 대회마다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경희대를 졸업하고 박혜미는 에스원을, 다른 세 선수는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이로 인해 수원시청으로 간 세 친구는 여전히 체급을 조정해 가며 서로를 피해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하지만 친구들과 떨어진 박혜미는 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이로 인해 결국 꺼려하던 친구간의 대결이 이뤄졌다. 이번 최종전에서 임수정이 체급을 라이트로 올렸고, 결국 박혜미와 ‘우정싸움’을 벌이게 됐다.

두 선수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수정은 전형적인 ‘공격형 파이터’다. 경기 내내 스텝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공격 시에는 빠른 발(뒷발 끌어 돌려차기)에 이은 나래차기 등의 연속발차기로 득점을 뽑아낸다. 반면 박혜미는 ‘철벽요새’의 수비형이다. 들어오는 상대의 타이밍에 맞춰 큰 키를 이용한 앞발 상단 돌려차기가 특기다. 또 뺏다 돌려차기(몸통과 얼굴)로도 많은 득점을 한다. 김진기 수원시청 감독은 “두 선수간의 공식적인 경기는 처음이다. 두 선수는 동기이기 때문에 코치들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선수를 믿고 경기를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보혜, “김새롬은 어린시절 나의 우상”

김보혜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우상으로 여기던 선수는 1년 선배인 김새롬이었다. 김새롬은 각종 전국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고, 남자 못지않은 화려한 동작으로 유명했다. 중학교시절부터 김새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김새롬은 김보혜가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을 갖춘 선수였다.

이후 김보혜는 김새롬처럼 되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김새롬의 발차기를 따라 연습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김보혜도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눈부신 성장과 함께 김새롬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두 선수는 주니어대표로 한 솥밥을 먹으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체급이 다른 까닭에 서로의 경기를 지켜보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 두 체급만이 출전하는 올림픽선발전 등에서는 사이좋게 3승 3패를 기록하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부터는 김보혜가 라이트급을 선택함에 따라 ‘자신의 우상’과 마주칠 일이 많게 됐다.

김보혜의 ‘김새롬 따라잡기’로 인해 두 선수는 경기 스타일도 비슷하다. 두 선수 모두 왼발잡이에 뒷발 돌려차기가 주득점원이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경기 장면으로는 두 선수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김보혜는 “새롬이 언니랑은 안 마주치길 원했어요. 같이 대표로 선발돼서 태릉에서 만나고 싶었거든요”라며 “라이트급에서 같이 시합하게 된 이상 서로 좋은 컨디션에서 웃으면서 재밌게 경기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언니라고 해서 절대 봐주지는 않을 겁니다”라며 밝은 목소리에 굳은 의지를 담았다.

선수보다 앞선 감독들의 우승 다짐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선발전에서 송지훈(왼쪽)과 이문규가 경기를 치르고 있다


남자 라이트급은 송지훈(25,에스원)과 이문규(24,한국가스공사)의 2파전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라이트급 대표였던 송명섭(25,한국가스공사)이 페더급으로 내려가면서 올림픽예선전에서 1위를 차지한 송지훈과 지난해 최종전에서 2위를 기록한 이문규의 대결로 좁혀진 것이다. 두 선수는 현재 한국의 실업 양강 삼성에스원과 한국가스공사에 각각 소속돼 있다. 두 선수의 대결에 대해 해당 감독들이 먼저 우승을 장담하고 나섰다.

김세혁 에스원 감독은 “알다시피 송지훈은 지금껏 대표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큰 경기마다 집중하지 못해서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송지훈은 지난 5개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이제 송지훈의 사전에서 역전이라는 단어는 지워졌다”며 “이번 최종전에서는 가스공사의 이문규가 호적수일 것이다. 하지만 호적수일 뿐이지 송지훈을 뛰어넘지는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만 가스공사 감독은 “솔직히 이문규는 라이트급 치고는 단신이다. 이는 경기마다 상단을 많이 내주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힘, 스텝, 연결발차기. 상단발 등 모든 것을 다 갖췄다”며 “가스공사는 다른 팀에 비해 자유로운 훈련스타일을 추구한다. 선수들을 꽉 조인 사슬에 묶어놓으면 넓은 경험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사슬을 사용하지 않고 선수들을 방목하는 것”이라며 “이번 최종전에서 부상없이 태권도를 즐기기로 유명한 이문규의 적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출전선수 5명으로 가장 손쉬운 경기가 예상됐던 여자라이트급은 체급변동으로 인해 가장 치열한 체급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번 최종전 출전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을 줄이기 위해, 즉 미리 다크호스들을 쳐 내기 위해 1,2차 예선까지 참가해 했던 선수들은 한층 더 긴장하고 있다. 반면 남자 라이트급은 ‘우승후보 0순위’ 송명섭의 페더급 전향으로 모든 선수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접수마감일인 오는 14일 예측할 수 없는 최종전의 체급별 명단이 모두 발표된다.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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