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 국술 서인주, NFL 선수 제압해 대박 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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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가 넘는 미식축구 선수와의 아찔했던 대결
나이 지긋한 무술 사범들의 과거 무용담은 참 재밌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사범들이 겪은 일들은 묶어 놓으면 웬만한 액션영화 한 편은 우습게 만들것 같다. 70,80년대 미국에 진출한 한국 사범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가라테 등의 타 사범들의 거친 도전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명 ‘도장깨기(원조는 미야모토 무사시)’라고 한다. 도장깨기는 사범 간에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혹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도전을 청한 사람부터 동네건달들까지 다양했다. 사범간의 대결이 생존권을 위한 것이었다면, 외국인의 도전은 생존권은 물론, 무술의 자존심까지 건 일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게 되면 짐을 싸고 떠나는 것은 물론 그 무술의 자존심이 추락하는 것이 당연지사였기 때문이다. 국술원의 서인주 회장도 이런 아찔한 경험을 했다.

대구 국술원 본관의 서인혁 총재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인주 회장
때는 1980년,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서인주 회장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서인주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국술은 물론 각종 무술을 익혀왔고 해병대에서 무술교관까지 지냈다. 당연히 20대 후반의 나이에 떠나는 미국행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형이자 국술의 창시자인 서인혁 총재가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젊은 서 회장'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UC버클리 대학 인근)에 국술 도장을 개관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관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국술이라는 무술이 생소했던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해 8월, 거대한 덩치의 흑인 한 명이 도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서인주 회장은 국술을 배우려고 온 사람인 줄 알고 반갑게 맞이했다. 그 흑인은 뭔가 길게 말을 했다. 하지만 당시 영어가 유창하지 못했던 서 회장은 그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스파링’이라는 단어를 통해 겨루기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했다. '오케이'라고 답하자, 그 흑인은 ‘정말 괜찮냐’라고 되물었다. 재차 오케이라고 확인하자 서 회장의 얼굴을 전부 뒤덮고도 남을 우악스러운 손이 다가와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160cm가 조금 넘는 서 회장은 그의 한 손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됐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힘 센 사람은 처음 봤다. 죽을 힘을 다해 팔에 술기를 걸어 꺾었다. (그 흑인이)보통 사람이었으면 팔이 부러졌을 것이다. 나를 잡았던 손이 풀리기는 했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팔은 멀쩡했다. 그 흑인은 ‘오케이, 이 정도면 배워보고 싶다’며 그 날 바로 입관계약을 하고 돌아갔다. 나는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무술가의 자존심을 떠나 세상에는 정말 강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난 그 흑인을 통해 겸손을 배웠다.” 아직도 생생한 서 회장의 회고다.
그런데 좀 과장하자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이날의 위기는 행운이라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다음 날 약속대로 덩치 큰 흑인은 도장을 찾아와 국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지역 사람들이 굉장히 놀라는 눈치였다. 알고 보니 조 모간(JO MORCAN)이라는 이름의 이 흑인 남자는 미프로풋볼(NFL)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풀백을 맡고 있는 스타플레이어였다. 경기 중 무릎을 다친 모건은 재활치료기간 중 우연히 국술도장을 지나치게 됐고, 호기심에 도장 문을 열고 들어왔던 것이다.
모건이 도장에 와 국술을 배우는 날이면, 밖에는 그를 보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미국에서 NFL 선수의 지역인지도는 과거는 물론 현재도 상당하다. 자연스럽게 국술을 배우려고 입관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80명이 넘어섰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조가 재활운동을 하던 7개월 동안은 1주일에 3~4일은 도장에 나왔다. 팀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하루 정도밖에 나오지 못했다. 형 및 봉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2년 동안 꾸준히 나와 브라운벨트(3급 상당)까지 땄다. 하지만 이후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더 이상 도장은 나오지 못했다. 조에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도장 운영을 떠나 당시 기고만장했던 29살의 나에게 겸손을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술이라는 이름과 함께 크게 성공한 서 회장은 기회가 되면 모건을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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