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심사비에 대한 진실과 오해

태권도단체 배분은 '합리적', 일선관장은 "받을 돈을 받는 것"
잊어버릴 만하면 태권도계의 국기원 승품(단) 심사비와 관련해 ‘검은 돈' 운운하는 비판성 기사가 터진다. 내용은 당연히 ‘국기원 심사비 = 비싸다’, '태권도인 = 심사비 폭리'라는 식으로 공식화돼 있다. 언론은 이런 심사비 문제를 태권도계의 공금 횡령 등으로까지 연결시켜 태권도계 전체를 싸잡아 깎아내리기 일쑤다. 이때마다 일선 지도자들은 현실과 다르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당한 대가”라고 설명해도 돌아오는 건 ‘폭리’라는 오명뿐이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태권도계 내부를 잘 모르는 주류언론이 한번 이런 식으로 훝고 지나가면 태권도계에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분명 심사비와 관련해 명백한 진실과 풀어야할 오해가 있다. 이에 <무카스>가 심사비의 진실과 오해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수원의 한 도장에서 정기 승급 심사를 보고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같은 상황은 심사비와 관련한 잇따른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09년 4월, 국민일보<우리사회 거품을 빼자>‘검은띠 심사비 10배 뻥튀기’
2008년 1월, KBS 1TV<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태권도 승품 심사비 왜 이렇게 비싼가’
2005년 3월, 동아일보<독자의 편지>‘태권도 승단심사비 너무 비싸’
이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2만 800원짜리가 20만원으로 바뀌냐’이다. 태권도 단체들이야 차치하더라도 일선 태권도장 관장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사비 총액의 절반 정도가 관장의 호주머니에 들어간다는 비판이다. 또 단증을 빌미로 태권도계에 모종의 '검은 커넥션'이 자리 잡고 있다고 칼날을 들이대기도 한다.
최근 모 언론은 "△국기원 공식 심사비가 2만여 원에 불과한데, 일선도장에서 많게는 2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고 있다 △국기원이 받는 1단 심사비는 공식적으로 2만 800원 뿐인데 이 과정에서 대한태권도협회가 3,328원 16개 시도협회가 9,568원 가량을 나눠 갖고 있다 △2만 800원은 국기원(등록수수료), 대한태권도협회(심사수수료), 시도협회(시행수수료)가 나눠갖는다"며 "이 모든 과정이 명쾌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없는 현행 태권도 승단심사 운영체계의 ‘진실’이다.
하지만 이는 태권도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저것을 교묘하게 뒤섞어 태권도계 전체가 구조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불쾌한 감정을 갖게 만든다.
먼저 심사를 국기원이 아닌 대한태권도협회 산하 각 시도협회에 맡겨 중간 수수료를 챙기게 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살펴보자. 국기원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국내 승단(품) 심사 응시자 수는 55만 명, 2008년에는 57만 명이다.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기원의 총 직원 수는 52명이다. 52명의 직원이 57만 명의 수련생의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사 인원의 수에 맞게 국기원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직이 엄청나게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각 시도 태권도지부에 심사권을 준 것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응시생을 서울 국기원까지 오게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고려했다. 소비자를 위한 배려인 것이다. 어떤 일이든 최소한 경비가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고, 수혜자(단증취득자)가 이를 부담하는 것도 경제상식에 부합한다. 심사과정을 3단계로 나누다 보니 비용도 나눠갖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2만800원이라는 단가가 결코 과도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비난의 화살은 태권도단체가 아닌 일선 태권도장의 관장들에게 겨냥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 일선 관장들은 대부분 최고 20만원 상당의 단증 심사비를 요구하면서도 당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선관장들은 ‘국기원 심사비 내역서’를 소상히 기재해 학부모에게 배포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 태권도 단체들이 가져가는 수수료 등이 일목요연하게 적혀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액이 ‘특별 관리 비용’ 즉, 정규 수업 이외 사범이 교육을 하는 가운데서 발생하는 ‘시간외 근무수당’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시부터 밤 10까지 짜여있는 빡빡한 수업일정을 마무리하고 황금 같은 주말을 맞이하고 싶지만, 이들은 또 도장에 나와야 한다. 수련생들의 심사 합격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합격률에 따른 도장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사범은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것이다. 관장이 아닌 추가 업무를 하는 사범에게 주어지는 수고비다. 즉 심사에 응하는 수련생은 그렇지 않은 수련생에 비해 더 많은 교육서비스를 받고, 사범은 그에 대한 댓가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20만원에는 심사를 보러가는 교통비, 식비, 기념사진, 도복과 띠 제공 등의 일체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정작 사범에게 쥐어지는 추가수당(심사비의 일부)은 5~10만원선이다. 1단 심사비용으로만 22만원을 받고 있는 서울의 OO태권도장 측은 "수련생이 검은띠를 찰 수 있도록 떳떳하게 가르치고 정당하게 요구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심사비 폭리로 떼돈을 벌었다는 태권도지도자는 찾기 힘들다. 결국 심사비의 오해에 대해 정확하지도 않고, 또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는 '언론의 뭇매'를 더 이상 맞지 않도록 지도자들의 결심이 필요한 것이다. 즉 학부모에게 보내는 승품(단)심사비 공문에 국기원 승품단 심사비 원가를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다른 한켠에 별도도 ‘부대비용’ 청구서를 반드시 작성할 필요가 있다.
서울 신림동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한 모씨(31)는 심사비가 과다하다는 언론의 기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1품 심사비로 15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심사가 끝나고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그동안 너무 수고가 많다며 50만원을 주셨습니다. 만일 심사비에서 폭리를 취했으면 이들이 제가 추가로 감사의 뜻을 표시했을까요? 제가 부정한 돈을 받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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