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황당한 항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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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를 삭제하라는 욕설
24일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몹시 흥분한 목소리였고, 다짜고짜 한양대 사회교육원 주임교수가 쓴 ‘[발언대]승단심사 질서유린에 대한 제도권의 직무유기(4월 23일자)’의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난처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30여초 간 언성을 높여가며 얘기했다. 관계자인 것 같아 본인의 성함을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그제서야 “나 경희대학교총연합회 김삼종 회장이오”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김 회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에는 대다수 경우가 그렇듯이 김 회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하는 언론사의 입장이기에 성심 성의껏 경청했다. 김 회장이 주장하는 핵심은 간단했다. 기사 내용 중에 '경희대연합회 측이 용인대 동문과 동시에 경기도협회에 심사권을 요구했지만, 경기도태권도협회는 수용불가 방침을 내렸다. 이에 경희대연합회는 타 시도에 심사를 요청하기까지 이르렀다'라는 내용 때문이라고 했다. 경희대 연합회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희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쾌하니 당장에 빼라"고도 말했다. 뭐 이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에 기자는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모든 언론사의 발언대, 기고문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분명 해당 기사에도 그런 지침을 명기했고요. 이 코너는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겁니다. 사실 확인여부는 글을 쓴 오춘성 교수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외부 기고문이라고해서 모두 게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글은 편집회의와 편집장의 판단을 거쳐 불가 판정을 받기도 합니다. 만일 오춘성 교수님의 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일단 당사자에게 항의하십시오. 오 교수님이 직접 쓴 글이기 때문에 무카스가 함부로 고치거나 기사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오 교수의 요청이 있으면 잘못된 내용은 언제든 바로 잡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무카스는 [발언대]뿐 아니라 각종 기사에 대해 독자나 관계자들의 전화가 많이 오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자가 이렇게 상황을 설명하면 이해하고 '상식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달랐다. 아래는 김 회장의 답변이다. 차마 입에 담기 싫은 거친 표현이 많고, 모멸감까지 들지만 더 이상 태권도와 무술계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능한 그대로 옮겼다.
김 회장 : “이런 XX같은 신문이 다 있나! X팔 그깟 태권도기사 조금 쓰는 게 뭐가 대수야! 당장 기사 삭제 안 해! 니네들 말야, 무슨 놈의 이런 XX같은 것들을 봤나. 뭐하는 사람이야? 당신.” 기자는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얘기했다. “회장님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죠. 말씀이 심하시네요. 큰 학교의 동문회 회장님이라고 하시는 분께서요.”
사실 김 회장 전화 이전에 같은 연합회의 부회장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물론 기자의 설명은 마찬가지였다. 이를 잘 이해한 그는 “알겠습니다. 오춘성 교수와 통화를 하고 오해를 풀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기자가 김 회장에게 다시 물었다. “부회장님과 충분히 기사와 관련해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연합회에서 오춘성 교수와 통화를 해서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회장님은 부회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못하셨나 봅니다.”
그래도 김 회장의 몰상식한 언사는 끝나지 않았다. “당신네들이 잘했다는 거야? 지우라면 지울 것이지 뭔 말이 많어? 그냥 지우라고 뭐XX, 대단하다고 X나게 말 안 통하네, XX.” 이쯤이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결국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편집장이 전화를 돌려받고 나서야 '욕설항의'는 간신히 종료됐다. 편집장은 같은 설명을 했고, "언제라도 무카스의 <발언대>는 열려있으니 할 말이 있으면 지면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무카스는 이후 오춘성 교수에게 전화를 해 "기사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항의를 받았다. 사실이냐?"고 확인을 요청했고, 오 교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문제의 [발언대] 기사도 삭제는 물론이고, 어떤 정정도 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오춘성 교수도 경희대 출신이다.
김삼종 회장은 현재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 태권도지도자로, 그리고 메이저 태권도 대학의 동문회 회장로 태권도전문 미디어에 이렇게 항의를 해도 되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무카스가 확인한 결과, 김 회장은 같은 경희대학교 84학번 동기인 오춘성 교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고, 부회장 역시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 무카스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무카스가 경희대연합회의 요구에 글을 쓴 오춘성 교수의 의사와 상관없이 글을 삭제하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아무리 '작은 미디어'지만 이렇게 욕설을 해도 괜찮은지 말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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