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철의 복싱인사이드]②대전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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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챔피언 대전료에 관한 오해

황현철 총무부장
전 WBC 페더급 세계챔피언 지인진 선수의 대전료가 1천만원으로 오보되어 한바탕 곤욕을 치른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지인진은 2006년 12월 17일 타이틀을 재탈환할 때 도전자 자격으로 2만불(약 2천만원)의 개런티를 받았다. 이 금액이 마치 챔피언 시절의 대전료인 양 언급될 때는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었다. 언론의 관심은 세계챔피언의 파이트머니가 너무 적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앞서 지인진은 1월 일본에서 방어전을 가졌을 때 1억원 이상의 대전료를 받았다. 또 타이틀을 반납하지 않고 미국에서 지명도전자 오스카 라리오스(멕시코)와 방어전을 치렀을 경우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을 수 있었던 정황은 모두 무시되었다. 만일 논타이틀전이라도 아시아의 슈퍼스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와의 경기가 성사되었다면(일주일 차이로 취소된 바 있음), 최소 3억원의 대전료가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인진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K-1으로 진출해 프로복싱은 졸지에 가난한 스포츠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프로복싱의 황금기 1980년대

2007년 7월 지인진(왼쪽)과 로페즈의 경기 모습
1983년 5월 29일 서울 문화체육관에서는 당시 최고 중량급이었던 미들급 라이벌전이 벌어졌다. 중년 남성들에게는 아직 친숙한 박종팔의 OPBF(동양태평양) 미들급 타이틀 16차 방어전이었다. 28승(27KO) 2패 1무를 기록하고 있던 챔피언 박종팔에게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의 ‘하드펀처’ 나경민(11전승 11KO)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성사되었다. 이 경기는 현재의 월드컵축구나 WBC야구에 견줄 만큼 국민적인 관심거리였다. 당시 이 경기의 열기로 인해 83년 초여름 저녁의 거리에는 한산했다.
이 경기에서 나경민은 7회에 세 차례의 다운을 빼앗으며 KO승을 거두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박종팔은 자신의 주특기인 레프트 보디블로우를 오히려 허용하고 무너졌다. 이 때 박종팔의 대전료는 2천5백 만원이었고, 도전자인 나경민은 5백 만원을 받았다. 당시의 프로야구 톱스타 박철순, 이만수, 김봉연, 김우열 등의 연봉이 2천4백 만원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특급 선수들의 연봉을 2천 만원으로 제한하고 다음 해에 20%까지의 상한선을 두었으므로 최고연봉 선수는 2천4백 만원을 넘을 수 없었다. 같은 해 9월 4일 박종팔과 나경민은 리턴매치를 가졌다. 이 경기에서 박종팔은 4회 통렬한 KO승으로 복수에 성공했고, 각각 1천5백 만원의 파이트머니를 챙겼다.
1983년 3월 장정구는 WBC 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어 6월과 9월 각각 두 차례의 방어전을 가지면서 최고 인기복서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장정구가 그 해에 받은 대전료(격려금, 후원금 등 제외)는 1억원이 넘었다. 세계챔피언도 아니었던 동양챔피언 박종팔의 한 경기 대전료가 프로야구의 전설로 남아 있는 선수들의 1년 연봉보다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프로야구선수가 최초로 연봉 1억원을 돌파한 것보다 훨씬 일찍 장정구와 유명우 챔피언은 한 번의 방어전에 1억원 이상씩을 받았던 것이다. 또한 ‘국민영웅’이었던 전 WBA플라이급 세계챔피언 김태식은 1980년 한 해에만 1억원 이상(당시 집 10채를 넘게 구입할 수 있었던 금액)을 벌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프로복싱은 지금 호황

지난 해 12월 매니 파퀴아오가 오스카 델 라 호야를 이기고 기뻐하고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미국의 ‘골든보이’ 오스카 델 라 호야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후 16년간 프로생활을 했다. 호야가 획득한 파이트머니만 총 3억달러(약 3천9백억원)이 넘는다. 그는 2007년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의 경기에서는 5천2백 만달러라는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는 이미 1천 만달러 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네임밸류를 가진 챔피언클래스의 선수들은 어렵지 않게 1백 만달러 이상을 받고 있다.
‘1백 만달러 복서’들을 수두룩하게 배출한 유럽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영국의 슈퍼스타 조 칼자게는 로이 존스와의 경기서부터 이미 1천 만달러 개런티를 넘어섰다. 또 매니 파퀴아오와 슈퍼 파이트를 앞두고 있는 릭키 해튼(영국) 또한 메이웨더와 시합에서 3천2백 만달러(러닝 개런티를 포함)를 손에 쥔 바 있다. 전 WBO헤비급챔피언 술탄 이브라기모프(러시아)는 2007년 10월 자국에서 벌어진 이밴더 홀리필드(미국)와의 경기에서 8백 만달러를 받았다.
홈 링에서 충분한 흥행으로 원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본의 세계챔피언들도 경기 당 5억~10억원의 대전료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8차 방어에 성공한 WBC밴텀급챔피언 하세가와 호주미의 대전료는 1억엔(14억원) 이상이었다.
국내에도 100만불 복서가 탄생할 수 있다.
국내 복싱은 흥행 여건이 좋지 못해 상대적으로 선수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단 동양챔피언에만 등극해서 외국으로 원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일한 OPBF 챔피언 김정범(유명우범진)는 일본에서 원정경기를 치를 경우 최소 3~4만불의 개런티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세계챔피언이 될 경우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국내 선수가 받은 최고의 몸값은 미화로 계산할 경우 전 WBA 슈퍼미들급챔피언 백인철이 1990년 3월 프랑스에 원정했을 때 수령한 35만달러이다. 한화로 따질 경우 전 WBA 슈퍼페더급챔피언 최용수가 1998년 9월 일본 원정에서 받은 30만달러(IMF로 환율이 높아 5억원 이상)로 기록되어 있다. 조만간 국내 최초로 1백 만달러 시대를 여는 복서가 등장하기를 많은 팬들은 바라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현재 미국 무대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김지훈(일산주엽)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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