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이승형의 얼바인 산책]태권도로 가족과 부부 ‘愛’ UP!

[이승형의 얼바인 산책]태권도로 가족과 부부 ‘愛’ UP!

첫 번째 이야기-패밀리 클래스라는 기분좋은 상상


이승형 사범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칼럼으로 연재해 달라는 <무카스>의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저보다 덕망 높고 도장운영도 정말 잘하는 선후배님들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더욱이 현재 제가 미국태권도연합(ATU) 회장직을 맡고 있기에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이승형의 얼바인 산책’은 태권도판의 정치적인 부분이 아닌 20년간 도장에서 사범으로 몸소 겪은 '작지만 의미있는 일'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새로운 시도라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냈습니다. 부족하지만 무카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산책'에서는 제게 태권도 사범으로 보람과 성공을 함께 선물해준 패밀리 클래스(Family Class)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개관하지 5년이 조금 넘은 저희 도장(텔륨태권도장)에서 패밀리 클래스는 기획된 작품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직접 자녀를 도장으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도장 로비에서 클래스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죠. 그래서 “부모들에게 태권도의 즐거움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패밀리 클래스를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기대 이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은 2, 3관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밀리 클래스라고 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온가족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태권도 수련을 함께 한다는 것뿐입니다. 개인수련과 다른 점은 가족 구성원이 서로 서로 품새나 발차기 동작을 잡아주고, 의논해 가면서 많은 소통을 한다는 점입니다. 수업이 끝난 후 땀으로 범벅이 된 서로의 얼굴을 닦아주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머금어 집니다. 태권도 사범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죠.

사실 패밀리 클래스는 부부 금실에도 상당한 도움을 줍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도장에서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 온 에릭 부부의 분위기가 싸늘했습니다. 아마도 집에서 언쟁을 벌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부에게 초점을 맞춰 파트너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 불편해 하던 둘은 점차 수업의 열기에 빠져들면서 언제 싸웠냐는 듯이 밝은 미소로 수업을 마쳤습니다. 후에 에릭 부부는 저에게 고맙다며, 작은 선물을 전해주더군요.

텔륨태권도장 패밀리 클래스의 산종코 앨런(Sanjongco Allan) 부부와 4자녀


오는 25일 산종코 앨런(40, Sanjongco Allan)씨가 블랙벨트 심사를 볼 예정입니다. 앨런 씨는 부인 그리고 4자녀와 함께 지난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수련을 했습니다. 그의 가족에게 앨런 씨는 아버지와 태권도 선배로서 정말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앨런의 가족도 패밀리 클래스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가족애가 두텁답니다. 솔직히 심사를 하는 저도 이번에 앨런 씨가 꼭 '검은 띠'가 되기를 바라고 있답니다(물론 심사는 무척 공정하고 까다롭습니다^^).

어쨌든 패밀리 클래스는 저희 도장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분을 쌓은 부부 수련생들이 자연스럽게 도장의 발전을 위한 자모회를 구성해 각종 행사와 모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단지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뿐인데 말이죠.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국 태권도장의 현실에서는 패밀리 클래스가 힘들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것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환경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전에 한국에서는 '조깅'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마라톤 동호회가 활성화될 정도로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장점이 많은 패밀리 클래스도 곧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도 태권도장의 나아갈 방향은 패밀리 클래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태평양 반대편에서, 혼자 기분좋게 상상해 봅니다.

* 이승형의 얼바인 산책은 격주 수요일로 연재됩니다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3

태권맨 2009.04.16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이승형 사범님. 앞으로도 좋은 내용으로 태권 후배들에게 가르침 많이 주세요. 까마득한 후배가, 멀리서
도객 2009.04.16
훈훈한 이야기지만, 여러모로 참고할 점이 있는 좋은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가 이리도 가슴에 와닿는 것은 왜일까요. 저도 도장을 벌써 10년이나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음을 깨닳게 해주는 글이네요. 한국도 안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고 시도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류혜성 2009.06.15
형님글 잘 보았습니다.지난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겠지만 지금 그 보상을 받고 있으니 보람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형태의 상황이 좋은 일과 나뿐일이 지나 지금의 위치에 와있지만 아직도 할일이 많다고 생각이드는군요.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지도자의 역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또한 군에서 경험해서 이해함니다. 항상 좋은일만 있기를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