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태권도 수련생 984명 '죽느냐, 사느냐?'

국기원, “984명 국기원단증 받을 수 없다”

2006년 10월 30일. (사)대한민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이하 초등연맹)은 장충체육관에서 300여 명이 응심한 가운데 ‘제1기 승단(품) 심사대회’를 개최했다. 초등연맹이 대한태권도협회 산하 연맹체에서 퇴출된 상태에서 이뤄진 자체 승단(품) 심사 강행이었다. 당시 국기원은 “국내 심사권을 대한태권도협회에 위임한 상태이기 때문에 초등연맹의 독자적인 심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증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결과 300여명 응심자 전원의 국기원 단증 취득은 수포로 돌아갔다.
2009년 3월 14일.천안시태권도협회(회장 최정만, 천안협회)가 천안 단국대학교에서 충남 전역의 태권도 수련생 984명을 대상으로 '2009 국기원 승단(품)심사'를 열었다. 국기원이나 대한태권도협회(KTA)에서 감독관이 파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자체 단증심사였다. 파문은 급속도로 퍼져갔고, 이에 국기원과 KTA는 즉각 “984명의 승단(품)을 인정해 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무카스미디어는 984명의 승품단 심사여부와 관련해 18일 국기원의 최종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기원의 이근창 사무처장은 “5단 이하의 심사권은 각 시도태권도협회에 위임된 상태”라며 “이번 천안시협회의 심사는 충남협회를 통하지 않았다. 이는 국내 태권도계의 심사질서와 국기원의 단증 규정을 전면 위배한 것이다. 984명의 응심자들은 국기원 단증을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만약 국기원에서 이를 용인하고 984명에게 국기원 단증을 준다면 큰 혼란이 올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의 무등록 도장들이 너도나도 시도협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국기원으로 단증 심사를 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지난 2006년 초등연맹의 자체 단증 심사 강행에 따른 추후 300여 명의 국기원 단증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국기원 단증을 한 장도 발급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국내심사를 KTA에 위임한 상태에서 산하 16개 시도협회의 자체 심사 체계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국기원의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다.
KTA 역시 규정과 원칙을 강조했다. KTA 류호윤 기획부장은 “앞서 초등연맹의 선례에서도 (단증발급은)인정되지 않았다”며 “984명은 정말 많은 인원이다.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응심자들이 국기원 단증 취득에 성공하는 선례를 만들 수는 없다”고 전했다. KTA도 984명이 국기원 단증을 취득하게 되면서 발생할, 무등록 도장들의 ‘봉기’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예상과는 달리 상황이 ‘단증 발급 불가능’쪽으로 기울자 천안시협회측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천안시협회 산하 충남태권도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김창식 사무국장은 “법적인 대응을 취하겠다. 우리는 충남협회의 잘못된 사무국 운영과 공정하지 못한 승단(품)심사로 인해 타격을 입은 피해자였다. 회장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거의 똑같은 체제다”면서 “충남협회와 천안협회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 대의원총회에서도 KTA 홍준표 회장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다. 이번 심사를 치르기 전에도 도저히 충남협회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국기원과 KTA에서 감독관을 파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수련생들의 심사 연한은 다가오는데,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 선택한 극단의 조치였다”고 토로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984명 모두 국기원 단증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액만 1억원(심사 접수비 및 기타비용)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천안시협회가 감독관 없이 자체 심사를 진행한 과오를 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984명 수련생들의 향후 예상되는 대규모 '단증 민원 대란'은 국내 태권도계의 큰 짐으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태권도 내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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