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의2009년]정부의 특별법이 아닌,태권도의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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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특별법에 대해 논의하자

1971년, 건립공사 중인 국기원
‘재단법인 국기원은 제2항에 따라 설립등기를 마친 때에는 민법 중 법인의 해산 및 청산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산된 것으로 본다.’ 이는 2008년 2월 29일 법률 제8852호로 제정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하 태권도특별법)’의 부칙 내용 중 하나다. 법률상의 해석이지만 1972년 12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6번지에 세워져 37년간 태권도인들의 본부이자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국기원은 ‘해산’되는 것이다.
태권도특별법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내용도 몇 페이지 안 된다. 국기원에 대한 부분은 한 페이지 정도다. △태권도 진흥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업과 활동을 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국기원을 설립한다. △국기원은 제1항에 따른 목적사업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국기원은 임원으로서 이사장·원장·이사 및 감사를 두고, 임원의 정원·임기 및 선출방법 등은 정관으로 정하며, 이사장은 이사 중에서 선임하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
태권도인이라면 분명 다 읽어 봤을 거라 생각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후에는 이 특별법과 문체부의 승인에 꽁꽁 묶이게 된다. 설립부터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하고 사업과 활동을 정해놨다. 수익사업은 철저하게 문체부령에 따라야한다. 그리고 이사장은 취임하기 위해서는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하고, 나머지 임원도 '정관'이 정한 바에 의해 규정된다. 이 '정관'도 문체부의 동의가 없으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힘들다(지금이 그렇다).
백번 양보를 해도 태권도특별법 내의 국기원이 현재보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정부는 이미 태권도특별법으로 태권도진흥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태권도에 국고를 지원한다면 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꼭 국기원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정부에게 국기원은 연간 예산 90억원의 산하단체를 날로 얻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국기원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 상원의원들을 만나려고 요청했다가 거절을 당했을 때 미국의 태권도 사범들이 다리를 놓아 준 일화는 유명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세계에 진출해 있는 태권도인들의 인프라는 활용하기에는 국기원이 제격이다. 또 선거법 개정으로 2013년부터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의 투표가 가능해진 점도 문체부가 국기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태권도인들이 만들어놓은 '민간단체' 국기원은 정부에게 아주 탐나는 '물건'인 것이다.
지금은 태권도인들끼리 치고받고 싸울 때가 아니다. 국기원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은 잠시 접어두고, 정부를 향해 태권도인들의 권익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국기원을 태권도특별법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민간단체로서 태권도특별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도 굳이 정부 밑으로 들어가 지시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정치권력의 선처를 기대하는 것(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은 정치학의 기초를 모르는 것이다. 지금의 태권도특별법 및 시행규칙에는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 정부의 특별법이 아닌 태권도인들의 특별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태권도특별법을 제안한 정세균 의원(현 민주당 대표)에게 태권도인들이 힘을 모아 항의라도 해야 한다.
엄운규 원장은 복귀해서 문체부와 태권도특별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이승완 이사는 개인 욕심으로 비쳐지는 행동은 그만두고 국기원을 살리는 고민부터 하자.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치졸하게 교회 앞에서 시위를 하지 말고 문체부 앞에 가서 태권도인들의 힘을 보여줘라. 국기원 직원들은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국기원의 미래를 보고 행동해야 한다. 늦었다는 판단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끝)
기획연재 [국기원의 2009년] 업로드 일정
1. 상상하기 싫은 국기원의 미래상- 3일
2. 구타(특수법인)유발자들 - 5일
3. 정부의 특별법이 아닌 태권도인의 특별법이 필요하다 - 6일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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