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의 2009년]구타(특수법인) 유발자들
![[국기원의 2009년]구타(특수법인) 유발자들](https://mookas.com/webzine_img0/con_img/news_image/090305_kuki2009_head.jpg)
국기원의 내홍에 정부는 ‘싱글벙글?

지난 19일 아수라장이 된 국기원 기자회견 현장
지난 1976년 5월 27일, ‘20세기 최고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국기원을 방문한다. 알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앞다투어 보도하던 국내외 언론들에 의해 국기원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3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2009년 1월 19일, 국기원이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중국 등의 외신에 다시 대서특필됐다.
이날 국기원은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서울시태권도협회 관계자들이었다. 그리고 이승완 국기원 이사는 서태협의 지지를 받고 단상에 올라 예정에 없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국기원과 서태협 측이 과격하게 충돌하면서 기자회견은 온갖 욕설과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러한 ‘국기원 추태’는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 중국 등의 외신에까지 고스란히 보도되면서 전세계 태권도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해 6월 태권도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재단법인 국기원을 특별법인 정한 법인(이하 특수법인)으로 전환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기원 임직원들과 정관개정(임원결격사유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렇다고 문체부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은 민간단체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MB정부가 상당히 위축돼 있는 시점이었다. 국기원 문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때가지만 해도 국기원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는 “문체부가 국기원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만 주장한다면, 특수법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보인 추태는 문체부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했다. 이후 문체부의 발언은 과감해 졌다. 언론을 통해 “태권도인들에게 실망했다”를 시작으로 “전과자로 가득찬 국기원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 “국기원의 내분에 정부가 개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것도 작정이나 한 듯 공개적으로 말이다. 신재민 문체부 차관은 “개인의 이익을 앞세워 태권도의 장래를 가로 막아서는 안된다”며 국기원 특수법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말이지 문체부의 ‘어부지리(漁父之利)’였다. 한 태권도 원로는 “현 국기원 임직원과 이를 끌어내리려는 자들의 싸움이 국기원, 나아가 태권도에 계속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는 협상의 여지없이 태권도인의 국기원을 한국정부의 국기원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국기원 몇몇 임원들이 ‘아차’하고 있다. 한 이사는 특수법인 전환을 반대하고 나서며, 다른 이사들을 설득 중이다. 그리고 동변상련이라고 할까. 상당수의 임원과 태권도인들이 특수법인 반대를 주장하고 나선 한 이사에게 동조를 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대체로 ‘임원결격사유 해당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국기원 일부 임직원은 하루빨리 특수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기원이 준정부기관으로 변신하면 절대 망할 리 없고, 소속 직원들의 신분이 안정되고, 철저한 감사를 받게 돼 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각종 사업 등에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이사들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이들은 “국기원의 안정화는 태권도인들의 손을 이미 떠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창피한 말이다. 한 태권도 원로는 “아직은 기회가 있다. 태권도인들이 욕심을 버리고 한발씩 물러나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태권도인의 국기원을 정부에 갖다 바치는 것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특수법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기원, 문체부 주연의 '특수법인 유발자들'

2006년 개봉한 한국영화 ‘구타유발자들’이 생각난다. 이 영화는 공권력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한석규), 동네 양아치 집단의 사이코 대장(이문식), 폭력을 방관하며 동조하는 주변 인물들 등을 그리고 있다. 영화제목 그대로 구타유발자들을 보고 있으면 불쾌한 감정에 주먹이 저절로 쥐어진다. 국기원과 문체부가 주연한 영화 ‘특수법인 유발자’가 태권도인들의 관심 속에 상영 중이다. 이 영화에도 구타 유발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소개한다.
구타유발자 하나, 태권도인들의 충분한 합의 없이 특수법인을 강행하는 국기원의 일부 임직원들. 이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충실히 지키며 밥그릇 사수에 나서고 있다. 한국정부의 국기원을 만들기 위해 억지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구타유발자 둘, 태권도인들의 국기원을 지키자며, 특수법인을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태권도인들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태권도인들에게 이들은 구타유발자들이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켠 사람, 자신만의 시도협회에 만족하지 못하고 국기원마저 장악하려는 사람. 이들의 특수법인 반대는 오히려 정부가 국기원을 장악하기 쉽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들 때문에 특수법인으로 가야한다는 명분이 커지고 있다.
구타유발자 셋, 공권력으로 국기원을 차지하려는 문체부다. 이들은 태권도 발전을 위한 고민보다는, 국기원이라는 큰 떡고물에 관심이 크다. 진정 태권도인을 위한다면 중재에 나서면 되는 것을 ,구타유발자1, 2가 싸워서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체부 차관의 발언을 풀이하면 “너희 둘이 싸우면 우린 기다렸다 먹겠다”가 아닌가.
구타유발자 넷, 방관하는 태권도인들이다. 당장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국기원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 아직 정관개정이 안 됐기에 태권도인들이 힘을 모아 나서면 정부를 위한 국기원이 아닌 태권도인들을 위한 국기원이 가능한데도 말이다. 이들의 무관심은 태권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특수법인의 비극이 시작되면 이들은 곧 그 피해가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구타유발자들은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기에 더 미운 법이다. 2009년 국기원에서 구타유발자가 사라져야 한다.
기획연재 [국기원의 2009년] 업로드 일정
1. 상상하기 싫은 국기원의 미래상- 3일
2. 구타(특수법인)유발자들 - 5일
3. 정부의 특별법이 아닌 태권도인의 특별법이 필요하다 - 6일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