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유병철의山山水水]김동현의 비비디바비디부

[유병철의山山水水]김동현의 비비디바비디부

열 다섯 번째 이야기 - 비비디바비디부, 소원이 이뤄진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노래는 무엇일까. ‘붉은 노을(빅뱅)’ 속의 ‘노바디(원더걸스)’에 이어 ‘총맞은 것처럼(백지영)’ ‘지(Gee, 소녀시대)’의 열풍까지 지나간 탓에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비비디바비디부’가 가장 인기란다. 뭐 광고에서 본 것 같기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몰라 알아봤더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요정(할머니)이 요술을 부릴 때 쓴 주문(노래)이라고 한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짧지만 가사가 제법 좋았다. 요즘같이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생각대로’ 소원이 이뤄진다는 것에 착상해 이런 광고카피를 만들었으니 한국 광고장이들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라가둘라 메치카 불라 비비디-바비디-부
Salagadoola mechicka boola bibbidi-bobbidi-boo
모두 합치면 당신은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지요
Put 'em together and what have you got
비비디-바비디-부
bibbidi-bobbidi-boo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바비디-부
Salagadoola mechicka boola bibbidi-bobbidi-boo
믿든 안 믿든 난 요술을 부리지요
I'll do magic believe it or not
비비디-바비디-부
bibbidi-bobbidi-boo

선수는 한국이 낫지만, 미디어는 일본의 우세


지난달 1일 UFC94에서 파리시안에게 킥을 날리는 김동현


어쨌든 그 정확한 어원은 모르지만 ‘비비디바비디부’는 ‘소원을 이뤄준다’는 뜻의 주문이다. 지난 2월1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UFC 94를 현장에서 관람했다. K-1, 프라이드FC 등을 현장에서 본 적이 있지만 UFC만은 아직 경험이 없어 아쉬웠는데 UFC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 그것도 MGM그랜드 아레나에서 제대로 체험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

더욱이 UFC는 한국에서 직접 날아와 UFC를 현장에서 취재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법 특별대우를 해줬다. 취재신청이 늦었지만 문제삼지 않았고, 심지어 UFC 사상 최초로 저널리스트(방송이 아닌 글쓰는 기자를 일컫음)에게 라커룸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뭐 이것저것 느낀 것이 많지만 개인적인 흥분을 과대포장하고 싶지 않기에 생략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꼭 밝혀야겠다. 한국의 미디어 입장에서 김동현에게 아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경기장 내 기자석은 옥타곤으로 불리는 UFC 링에서 불과 5m안에 위치했다. 난타전이 벌어지면 선수들의 피가 튈 거리였다. 그런데 마침 옆자리에는 일본기자가 앉았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공’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잡지사에서 취재를 왔다고 했다. 일본이 아무리 ‘잡지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잡지사에서 기자를 파견한다고 하니 다소 놀랐다. 더 놀란 것은 이어지는 대화였다.

일본기자 : 한국에서는 기자가 몇 명 왔습니까?
산산수수 : 음(대답을 못했다. 나 혼자라고 하기엔 좀 자존심이 상해서 그래서 되물었다), 일본기자는 몇 명이나 되죠?
일본기자 : 글쎄요. 우리가 둘이고, 셋 넷…, 최소한(at least) 열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산산수수 : (이크, 괜히 물었다)음 글쎄요. 제가 급하게 오느라 잘 모르겠네요. 저 말고 더 있을 겁니다.


이날 일본은 고노 아키히로라는 선수 한 명이 출전했다. 한국의 김동현이 메인메치인 반면 고노는 TV중계가 안 되는 다크매치 선수였다. 쉽게 말해 김동현의 레벨이 훨씬 높은 것이다. 그런데 취재열기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이 열악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력이나, 격투기 대중화가 한국보다 훨씬 위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한국 낭자부대의 비중이 30%가 넘는다는 미LPGA(골프)에서도 한국특파원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일본기자들은 대회마다 수십명씩 몰려다닌다. 그것도 한국의 평범한 선수보다도 못한(1승도 없는) 미야자토 아이 한 명을 따라다니느라 말이다. 한국스포츠는 미디어부터 획기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

김동현 UFC와 재계약 '비비디바비디부'


이날 김동현은 꿈이 하나 있었다. 세계 9위의 파리시안을 화끈하게 꺾은 후 이날 메인이벤트를 위해 경기장에 나와있는 조르주 생 피에르를 가리키며 공개 도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김동현은 대등한 경기를 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1-2로 판정패했다. 당초 1대3으로 김동현에게 불리하게 나왔던 스포츠베팅은 경기직전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갔고, TV로 본 팬들을 잘 모르겠지만 헤비급스타인 프랭크 미어가 라커룸부터 김동현을 응원하며 직접 세컨까지 볼 정도로 기대가 컸었다. 그래서인지 김동현은 경기후 “왜 그렇게 힘을 못썼지”라며 아주 속상해했다(물론 파리시안이 도핑테스트에서 걸리며 이 경기는 현재 무효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공식적으로는 김동현의 무패행진이 계속 살아있는 셈이다).

김동현은 자신의 경기를 졸전이라고 부끄러워하며 UFC와의 재계약을 많이 걱정했다. 국내 언론도 4경기 계약의 마지막인 4차전을 잘해야 재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데 김동현은 귀국 후 UFC로부터 연락을 받았다(2월 중순). ‘재계약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비록 판정패를 했지만 웰터급 세계 9위의 강자와 대등한 경기를 했고(오히려 화이트 대표는 김동현이 이긴 경기라고 독려했다),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동현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계적인 파이터들을 보면 자신의 경기가 없을 때 여자친구를 데리고 경기장에 구경나오곤 해요. 이번에 보니까 일본의 고미(프라이드챔피언)도 여친 데려왔더라고요. 파이터들 여자친구는 다 예쁜 거 같아요. 제가 생 피에르 정도의 선수가 되면 저도 여자친구를 데리고 구경올 수 있겠죠?” 이 말에 김동현의 후배는 “동현이 형 여자친구도 많이 예쁘잖아요. 곧 그렇게 될 거에요”라고 답했다. UFC스타 김동현이 여자친구도 있고, 미모도 출중하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고등학교 시절 유도 특기자도 되지 못했던 김동현은 우연히 TV에서 격투기를 접한 후 ‘바로 저거다’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일본 무대를 거쳐 지금까지 그야말로 ‘비비디바비디부’를 현실화하고 있다.

원래부터 잘난 장동건이나, ‘월드스타’ 비보다 김동현의 ‘비비디바비디부’가 훨씬 더 신데렐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현의 UFC 재계약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유병철 편집장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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