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칼럼] 8m 사각형 속에 숨겨진 비밀
태권도 겨루기 경기에 담긴 의미
태권도 경기에서 선수는 각종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그 가운데 몸통 보호구(이하 호구), 머리 보호대는 청, 홍 색깔로 구분돼 있다. 그것은 언제부터 착용하게 되었으며, 청홍의 색깔은 동양철학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또 경기장이라고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경기지역은 일정 크기의 정사각형이고, 2분 3회전 경기 등도 궁금증을 갖게 한다.현 경기지역(이하 경기장)의 10m x 10m 넓이는 1997년 11월 18일 개정에 따른 것인데, 원래 최초 넓이는 8m x8m 정사각형이었다. 경기 시간도 1962년 11월 3일 제정된 KTA(대한태권도협회) 경기규칙에 따르면 경기는 1분 3o초 x 2회전에 중간 휴식은 30초였다. 그러다가 1967년 3월 7일 개정에 따라 2분 x 3회전(중간휴식 30초)으로 바뀌었다. 한 동안은 3분 3회전으로 경기가 치러졌고, 그것이 체급별 당일 결승전 및 시상식에 따른 체력을 배려, 개정되어 현재는 2분 x 3회전, 회전 간 휴식 시간은 1분이다.
경기 규칙 개정 가운데 대체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선수가 착용하는 청 및 홍 몸통 호구와 머리 보호대의 색깔이다. 여기서 머리 보호대는 처음에는 흰색이었던 것이 KTA에서 먼저 호구 색깔에 맞춰 청, 홍 색깔로 바뀌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에서는 1997년 11월 홍콩에서 개최된 제13회 세계대회 때 결승전에 한해 시험적으로 청, 홍 머리보호대를 사용한 것이 처음이었고, 그 후 오늘날과 같이 청, 홍으로 정착되었다.
보호구 중 몸통호구는 세 가지 기능을 완벽하게 결정짓는다. 첫째는 두 선수의 위치 구분이고 둘째는 신체 안전 보호 기능이고 나머지는 득점 부위 표시이다. 득점 부위란 득점 허용기술로 그 부위를 정확하고 강하게 가격하는 것이다.
경기장 크기는 다시 원래의 크기 즉 사방 8m로 적용토록 지난 2008년 11월 14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WTF 합동기술회의(Joint Technical Meeting)에서 결의됐다.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적 회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두 선수 간 치고받는 공간의 크기가 알맞아야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는 청, 홍 두 선수의 위치가 정해져 있다. 주심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청, 왼쪽은 홍 선수의 위치다. 심판교육 시 주심은 제일 먼저 손짓을 접하게 된다. 양손에서 오른손은 청, 왼손은 홍이라는 자동화 훈련이다. 왼쪽이 홍이라는 근거는 방위의 색에 따른다.
지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성혜(오른쪽) 선수의 경기 사진
정사각형의 경기장과 3회전에서 숫자 3은 동양에서 흔히 천지인(天地人)으로 대표되는 우주의 통합이라는 뜻이다. 또는 삼은 순수한 우리말로 보아, 태(胎: 생명성)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네모꼴은 방(方) 즉, 땅을 상징하는 공간이고 8m x 8m 경기장의 숫자 8은 곧 8괘에서 서수(序數) 로서 땅에 해당하는 숫자와 맥을 같이한다.
천지인삼극(三極)의 상징적 도형은 원방각(圓方角 원사각삼각)이다. 경기에서 주심의 위치는 청홍 두 선수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역삼각형을 이룬다. 삼각은 천지인삼극에서 인(人) 즉, 사람을 상징하고 있다. 여기서 경기장 네 모서리는 팔괘의 사괘(四卦)라고 봄이 맞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를 떠올리게 한다. 태극기의 음양배치의 원칙을 따라 왼쪽에 홍색과 오른쪽에 청색의 음양이기(陰陽二氣)의 대대관계, 사괘는 네모서리에서 부심의 역할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음양 즉 청홍 두 선수가 서로 싸고돌아 공방의 순환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 하늘의 원리로서 천지인, 원방각의 역할과 형상이 내포된 태권도 경기는, 너무도 우주적인 철리(哲理)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청홍 두 선수는 주심의 운영에 따른 음양 두 기의 교류(交流)로도 볼 수 있다. 그 두 기의 교류는 하늘의 원리에 상응하듯 회전의 움직임과 각종 차기의 기술 득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마침내 많은 기술을 구사한 자에게 승리의 성취감도 안겨진다. 경기는 음양 즉 청홍 두 선수와 오행 즉 다섯의 주 부심 간의 행위로써, 이 음양오행이 땅(경기장)위에서 3회전으로 이뤄지는 천지인이 3수로 태극(1수 승자)고지를 향한다. 셋이면서 하나이기도 한 우주적 태극놀이가 태권도 경기의 특성인 것이다.
이처럼 태권도 경기는 광대한 우주의 근본원리에서부터 대한민국의 독특한 이념까지 표현하고 있다. 태권도는 ‘한국의 문화 이미지(Images of Korean Culture)’ 10가지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 발원된 고유한 전통무예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인격을 닦는다. 특히 경기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참나(我)를 찾아 나서는 행동철학이라는 관점도 성립되는 것이다.
[담당자 = 정대길 기자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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