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특별 단 심사 ‘이모저모’

국기원 특별단 심사 뒤에 숨겨진 태권도인들의 고민

1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기원 특별 단 심사 현장
미국태권도연맹(USAT) 산하 무도위원회가 지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트로피카나 호텔에서 개최한 ‘국기원 특별 단 심사(이하 특심)’.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봤다.
◆“교육만 끝나면 바로 뜰 거야”
같은 장소에서 13, 14 양일 동안 열린 국기원 품새 세미나에 강사로 참석한 한 교육위원의 말이다. 도복을 입고 품새 지도에 열중이던 그는 “만약에 내일 심사위원으로 위촉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무슨 소리야. 나는 품새만 가르치려고 온 거야.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심사위원을 해, 아침에 감사패 받으면 바로 손 뗄꺼야. 한숨만 나와.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런데서 까딱 잘못하면 끝장이야. 혹시라도 내 이름 거론 하면 안돼”라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 실력이 많이 부족해. 우선은 가르치겠지만 이건 아니야 이렇게 하면 큰일 벌어진다구”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심이 끝나는 내내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야! 너, 심사 보지 말랬지.
특심을 하루 앞둔 저녁 한 한국인 사범(스승)과 그 앞에 열중쉬어 자세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서있는 한 사내(제자)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둘의 대화를 들어봤다. 스승이 “너 여기 어쩐 일이냐? 너가 여기 왜 왔어? 나한테 말도 없이 말이야. 당장 취소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자, 한동안 말이 없던 제자는 수분간 고민한 끝에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돌아섰다. 다음날 오전 9시 20분, 특심은 시작됐다. 바로 그때 반대편 응시자 대기 장소에 어제 그 제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갈하게 도복을 갈아입고 특심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뻔한 대답이 나올 줄 알면서도 가까이 다가가 왜 심사를 보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그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사범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꼭 보고 싶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더이상 속내를 털어놓지 않던 그는 이후 한참 동안이나 특심을 지켜본 후 터벅터벅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국기원, "USAT에서 자체 단증 발급 안 한다고 약속했다"
특심이 한창인 오전 11시, 국기원의 한 핵심 인사는 “이번 특심을 나쁘게만 보는데 실제 따지고 보면 좋은 점이 꽤 있어. 일단은 USAT에서 자체단증 발급을 하기로 한 거 있잖아. 그거 이제 안 하겠데. 확실히 약속을 받아냈지. 그런 조건 없었으면 걔네들 뭐 이쁘다고 여기까지 와서 교육하고 심사하겠어. 이번 특심이 직, 간접적으로 어는 정도는 국기원 단증 홍보에 큰 영향을 끼쳤지”라며 “우리가 USAT 나 MAC 눈치 안보고 심사하기 위해서 항공편도 우리 돈으로 내고 왔어. 심사위원들이 마음에 부담이 있으면 안 되거든, 실력 없으면 과감하게 탈락시켜야지. 혹시라도 자신이 탈락했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을까봐, 비디오 카메라로 전부 녹화해 뒀어. 철저하게 했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특심으로 국기원 단증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고 자신했다.
◆세미나 전날까지 접수 받기, 아스키나스 회장이 직접 움직였다
특심이 열리기 전부터 라스베가스에 모인 태권도인들 사이에서는 “마감시한이 지났는데도, 심사 전날까지 접수를 받았다”며 “아주 돈을 긁어모으려고 작정을 했네, 너무하는 거 아니야”라는 얘기들이 오고갔다. 속 시원한 해명을 위해 국기원의 핵심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그는 “USAT 회장이 직접 국기원에 연락해 선처를 구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일부 참가자들이 몇 시간을 비행기 타고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 그래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거 같애. 그래도 자격이 안 되면 받아 주지 않았지”라고 답했다.
◆‘박종범 식’ 품새 세미나, 'GOOD'
박종범 국기원 간사는 품새 세미나 내내 진정 태권도 사범(Master)다운 기세로 응시자들을 압도했다. “대충해서 단증 취득할 생각이면 당장 짐 싸서 나가세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싹 뜯어 고쳐야 합니다.” 박 간사의 말은 응시생들을 압도했고, 하루 6시간이 넘는 강행군에도 모두들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했다. 교육을 마치고 나온 응시생들은 하나같이 “박 사범의 동작에는 힘이 느껴진다. 정신을 다른 곳에 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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