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소녀 김은아

함박눈이 내리던 어제(9일) 오후 은아(남해제일고 1년, 3단)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지난 토요일(6일) 정재은 팬클럽 모임에서 보고 처음이다. 그 때도 느꼈지만 긴 생머리의 은아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더 성숙한 모습이었다. 머리에 내린 눈을 털며 은아는 태권넷 사무실로 들어섰다.
기자는 은아를 처음 만났을 때 적잖이 놀랐다. 자신을 태권소녀라고 소개한 후 "(신)준식이 오빠와 (정)재은이 언니를 존경해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은아는 기자에게 손에 들고 있던 다이어리를 보여주었다.
다이어리에는 온통 태권도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 그리고 자신이 쓴 선수들에게 보내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마치 또래 친구들이 가수나 연예인들의 사진을 자신의 다이어리에 간직하듯이 은아는 태권도 선수의 사진을 자신의 다이어리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태권도 전문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열성적인 태권도 팬을 본 적이 없다. 기자는 은아를 처음 만난 날 은아를 태권넷에 초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은아가 태권넷을 방문했다.
기자는 은아에게 왜 태권도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모아두는지 물어보았다.
"그냥 좋아서요. 그리고 운동하다 힘이 들면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어요."
자신도 태권도 선수여서 그런지 은아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태권도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모으면서 위안을 얻으며 태권도 선수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류근무(가스공사), 노현구(한체대), 심혜영(에스원), 김병욱(에스원), 채혜경(경희대), 박천덕(경희대), 김진영(경희대), 문대성(에스원)...." 은아는 좋아하는 태권도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은아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신준식(경희대)과 정재은(한체대). 신준식은 작년 1월 월간지 태권도에 실린 신준식 기사를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운동도 잘하고 잘 생겼기 때문. 정재은은 시드니 올림픽 중계방송을 본 후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역시 운동도 잘하고 예쁘기 때문.
특히 정재은은 은아가 닮고 싶어하는 선수. "저는 재은이 언니와 같은 밴텀급이거든요. 재은이 언니는 체구는 작은데 체력과 기술이 뛰어나요. 재은이 언니의 받아차기 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재은이 언니를 목표로 연습해요.(웃음)"
은아는 이번 겨울 방학 때 고향인 남해를 떠나 사촌 언니와 함께 서울에 머물고 있다. 뭔가 큰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바로 경희대 태권도선수단 팬클럽 창단이 그것이다. 신준식, 정재은, 이선희, 김경훈 팬클럽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은아는 벌써 경희대 이경호 코치를 찾아가 팬클럽 창단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팬클럽 창단을 반대하실 것 같아 걱정했어요. 근데 코치님이 팍팍 밀어준다고 약속해서 정말 기뻐요." 웃으며 말하는 은아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경희대에는 제가 좋아하는 (신)준식이 오빠도 있고 다른 좋은 태권도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경희대 태권도선수단 팬클럽을 창단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마 1월 14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아요."
은아는 지금 오는 일요일(14일) 팬클럽 창단식을 앞두고 더 많은 사람을 모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팬클럽 창단식에 참여할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팬클럽 창단식에) 온다고 약속한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거든요."
은아는 꿈이 많다고 한다. 아나운서, 태권도 학과 교수,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그러나 지금 은아의 목표는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태권도 선수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태권도 선수들도 좋아하는 팬이 있다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열심히 활동해서 태권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은아는 팬클럽 회원을 모집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태권도 선수의 작은 것을 챙길 수 있는 팬클럽에서 활동할 회원을 구해요!"
태권도를 사랑하고 태권도를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는 은아와의 만남은 유쾌했다. 은아와 같은 태권도인들이 100명 아니 적어도 10명만 있다면 태권도도 축구나 야구 못지 않게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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