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정관보다 ‘원장’ 자리가 문제

문체부와 정관제정 합의가 끝났음에도 계속 표류

국기원
재단법인 국기원은 지난해 초 태권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 소속의 ‘특수법인(특별법이 정한 법인)’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임원결격사유(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국기원은 특수법인 전환에 따라 정관을 개정하고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제11조 임원의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승계임원이 제8조 임원의 선임 중 이사장, 원장에 선임되는 경우에도 잔여임기 범위 내에서 이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체부는 이 조항에 대해 ‘제11조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임원은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정관 시행과 동시에 퇴임한다.’로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기원 일부 이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이승완 이사(임원결격사유 해당)는 “국기원은 문체부 산하 일반 조직들과는 다르다. 태권도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국기원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문체부 요구를 ‘제11조 임원의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승계임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하고 이 정관이 시행된 이후 선임임원에 대해서 적용한다.’로 다시 수정했다. 이를 두고 국기원과 문체부가 팽팽한 줄다리기 벌였다. 이후 문체부가 소위원회의 안을 받아들기로 합의하며 일단락 지어졌다.
특수법인 전환에 걸림돌이 됐던 정관개정이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도 특수법인 전환은 진전이 없다. ‘원장’ 자리 때문이다. 승계임원은 법으로 임기를 보장하며 임원결격사유에서 제외됐지만, 선출직인 이사장과 원장은 그렇지 않다. 이사들 중에 선출하게 돼 있지만 임원결격사유자는 해당사항이 없다. 국기원 원장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던 이승완 이사가 반발하는 이유다. 또 이승완 이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이사도 임원결격사유에 해당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사회 내에서도 발언권이 강한 이승완 이사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기원의 한 이사는 “이승완 이사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측근들이 나서서 설득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태권도계를 위해 일해 보겠다는 진심은 알겠으나, 지금의 행동은 개인의 욕심을 위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기원 쇄신을 명목으로 서울시태권도협회와 함께 움직이는 듯한 행동은 그만했으면 한다. 국기원의 안정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수법인 전환이 늦어지면서 국기원은 물론 문체부도 애가 탄다. 최근 신재민 문체부 차관은 "학교 같으면 관선이사라도 보낼 수 있는데 국기원은 현재 법률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가끔은 민간이 자율로 하는 것이 효율이 너무 떨어져 안타깝고 무력감도 느낀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국기원도 비상이다. 법인전환은 둘째 치고 2009년 사업 및 행사에 대한 예산안 승인도 아직 안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엄운규 원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기원 한 관계자는 “엄운규 원장이 일단 복귀해 이사회를 주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기원 이사들과 직원들이 명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특수법인 전환 처리를 마무리 할 때까지만 원장 일을 수행해 달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태권도협회와 이승완 이사는 복귀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자진 사퇴 후 8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복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태권도본부를 자임하는 국기원의 위상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기원 기자회견에서 보인 추태는 태권도인들의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전세계 태권도인들은 하루빨리 국기원이 안정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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