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도기현칼럼]자존심 강한 경기, 택견!

[택견꾼 도기현의 택견이야기 - 열하나]


택견경기규칙 하나, 발로 상대의 얼굴을 차면 이긴다.(곁차기로 공격하는 모습)


건장한 두 청년이 힘으로 한바탕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겨루어 보려하는데 원수지간이 아니고서야 서로를 죽일 마음은 추호에도 없다. 죽음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승부를 가리는 어떤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격투기는 상대가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인 ‘녹다운(knockdown)’방식을 채택하여 승패를 가리곤 한다.

그런데 택견경기의 승패는 아주 간단하고 허망한 구석이 있다. ‘얼굴을 한번 정확히 맞거나 땅에 넘어지면 지는 것’이다. 격투기 스포츠에서 얼굴을 한번 맞았다거나 혹은 넘어졌다고 그 선수가 패한 것으로 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얼굴을 아무리 세게 맞더라도 혹은 상대의 기술에 의해 크게 넘어지더라도 녹다운이 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반격을 하여 역전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택견은 왜 얼굴을 한번 맞는 것으로 또는 한번 넘어지는 것으로 그 경기에서 지는 것으로 했을까? 필자는 그것이 바로 자존심을 아는 우리선조들의 풍류적인 기개(氣槪)라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얼굴에 먹칠하다’ 또는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라는 말이 있다. 수치스러울 때 하는 말이다. 우리문화에서 ‘얼굴’과 ‘땅에 떨어지는 것’의 의미는 바로 자존심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그 자존심이 상하면 지는 것으로 했던 것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선 ‘얼굴’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얼굴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첫 번째로는 얼굴이 ‘얼꼴’ 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얼굴’이라는 말은 ‘얼’과 ‘골’이 합쳐진 말인데 ‘얼’은 정신(精神)의 순수한 우리말이고 넋이라고도 한다(민족의 얼, 얼차렷, 얼빠진 녀석, 얼뜨기 등). ‘골’은 꼴(모양)의 옛말로 사물의 생김새나 됨됨이를 나타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비속어로 꼬라지, 꼬락서니 등). 따라서 얼굴은 ‘얼골(얼꼴)’로 ‘정신상태가 밖으로 드러난 모양’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즉, 얼굴을 보면(특히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굴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 상태와 생각까지 나타낸다.


택견경기규칙 둘, 상대를 넘어뜨리면 이긴다.(낚시걸이로 공격하는 모습)


또 다른 의견으로는 얼굴이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것이 있다. ‘얼’이 ‘정신’ 또는 ‘넋’이라고 하는 것은 앞의 주장과 같으나 ‘굴’은 ‘꼴’이 아니라 ‘동굴’로써, 즉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것이다.

얼굴의 정확한 어원이 무엇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얼굴은 ‘한 인간의 정신, 혹은 넋이 표현되는 한 인간의 자존심’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얼굴을 한번이라도 맞았다는 것은 자존심이 몹시 상하는 일이기에 계속해서 싸우다 보면 역전해서 상대를 녹다운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치욕을 당했으니 차라리 그쯤에서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자존심 있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또한 손을 땅에 짚거나 넘어지면 상대 앞에서 자신의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져 버린 일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일어나 싸울 수도 있지만 이쯤에서 깨끗이 패배를 시인하고 승부를 가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주장은, 『우리무예 택견에서 상대와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한계는 체력 소진의 정도나 기술에 의한 제압이 아니라 ‘정신’, 즉 ‘자존심’』
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무제한이라면 얼굴을 맞거나 넘어지지 않는 한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반대로 시작하자마자 얼굴을 맞거나 쓰러지면 아무리 싸울 힘이 남아돌아도 진 것이다. 자존심의 실추에 의한 단순한 승패방식은 이기는 자도 지는 자도 깨끗이 이기고 깨끗이 진다. 자존심이 상하면 더 이상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맞아 눈이 찢어지고 입술이 터지면서도 끝까지 싸우거나, 땅에 넘어져 피를 흘리는 상대를 계속 공격하거나 짓밟는 등의 잔인한 모습을 보이는 현대의 다른 격투기와는 달리 깨끗한 승부를 내는 택견이야말로 더욱 사나이다운 멋진 경기형태라고 생각한다. 피가 나고 뼈가 부러지더라도 끝까지 싸울 힘과 패기가 있는 용감한 젊은이가 자존심이 상한 정도에서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택견은 자존심을 존중하는 멋진 경기인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송덕기스승님의 말씀이 아닌 다분히 필자의 주관에 의한 것이고 택견 중심의 작위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모든 맨손무예 경기가 사람을 죽이려는 심각성보다는 힘을 겨루며 호연지기를 키우려는 체육교육적인 경기적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깨끗한 승패방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리고 과연 어떤 형태의 경기방식이 인류의 행복과 건강을 추구하는 21세기적인 무예스포츠의 바람직한 전형인가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필자 사정으로 중단됐던 '택견꾼 도기현의 택견이야기'가 이달부터 다시 연재(격주 1, 3째 목요일)를 시작합니다.

[정리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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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무도인 2009.02.05
택견 경기규칙을 가지고 이런 철학적 의미 부여를 하다니.......역시 도기현회장이십니다. 전통무예진흥법 때문에 다들 난리인데 차분히 택견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쌓아가는 모습에 같은 무도인으로서 찬사를 보냅니다. 짝짝짝*^^*
택견인 2009.02.05
택견은 가장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상생의 철학이다 곧 가장 신사적인 격투기이다 경기규칙을 가지고 철학적의미를 부각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택견경기는 타격적 요소를 없애기 위하여 는질느는 기법을 쓰고있다 얼마나 우리 선인들께서는 지헤로웠는지 택견 경기를 통해서 알수있는 것이다 영원히 부활하라 상생의 무예여 이제 팔걷고 세계로 나아가세
배워라 좀 배워 2009.02.05
택견관계자들 어디 무진법 콩고물에 눈멀고 있지 말고 좀 배워라 배워. 자식들아. 도회장의 의견 정말 멋있잖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븅신들도 좀 배워라.
질문 2009.02.05
결련과 대택의 경기차이가 뭐예요? 결련도 아류예요? 결련이 아류에요? 아니면 대택이 아류예요?
좋은 글 2009.02.06
참 좋습니다. 결련택견이 대한체육회에 들어갔었어야 하는데....뭔 이상한 개량된 택견이 경기에 들어가 있으니...씁쓸합니다. 결련택견 이름도 좋네요. 무진법은 뭐하는거고? 이런 택견에 관심을 가져야지.
지도자 2009.02.06
좋은글 님 아이디는 멋진데 한단체를 폄하하는 말투는 삼가하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단체는 대한택견 연맹으로 문을 열어놓은 상태이며 몇가지 만 지키게 되면 언제든지 체육회 일원으로 경기에 참여할수 있는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택견이 이상한 개량된 택견이라 일&#52989;는 사람들이 더욱더 이상 한것 아닌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결련은 송덕기 ㅊ충주는 신한승 선생님대한은 두분의 가르침을 받았던 기술을 가지고 연구하고 분석해서 이만큼 택견을 성장 시킨 장본인이 있는 단체를 폄하하는 것은 한마디로 예의에 벗어난 행동인것이다
대택인 2009.02.07
칼을 놓고 싸우는 그 행위를 화두로 지혜를 길러야 한는 것이 맨손 무예라고 나는 스승으로부터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무예를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택견 처럼 상대를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하는 경기를 무예가 될 수 없다고 폄한다. 도기현 칼럼에서 대장부의 자존심 싸움이란 대목은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가 없음으로 택견을 무예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전장터의 무예라면 현대과학병기와 논산 훈련소 훈련 커리큐럼은 신식 무예가 되어야 한다. 무예의 가치가 살상기술이라고 한다면 과거 구식 무예는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혜를 &#46386;는(修鍊)것이 목적이라면 칼을 들고 있으나 맨손으로 하나, 다치지 않게끔하거나 상관없는 일이다. 모로가도 제대로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다.
대택인 2009.02.07
18기 하는 사람은 무예도보통지 해석도 다른 연구자에 비해 주체적 관점이 수준 이하인데도 택견이 문화재가 되었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무예는 살상기술인데 어찌 놀이하는 택견이 무예부문 문화재냐고 소리친다. 그 인식은 왜놈이나 뙈놈의 것에 기반을 둔 것이다. 중화 사대와 일제의 잔재가 아직 그런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인식의 무술가가 일류대학 박사 학벌로 무장을 하고 덤벼들지만 아무리 교언을 해도 사실ㅇㄹ 왜곡하기엔 역부족이다. 그것은 지식으로 되는 게 아니다 몸으로 수련을 해서 깨달아 지혜의 눈을 뜨야 택견이 보일 것이다.
ㅋㅋㅋ 2009.02.07
자신들이 폼잡는 무술이라는 것도 원초적으로는 원시적인 격투기법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자신들 구색에만 짜맞추는 꼴이 그동네지요~아무도 인정 안하는데 자신들끼리 무림지존 어쩌고 숭배하는게 완전히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