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통무예진흥법 시행령 '팥 없는 붕어빵인가'
예고된 전통무예진흥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

이용복 총사
작년 3월28일 제정되어 오는 3월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전통무예진흥법(이하 법)의 시행령(이하 영)이 1월22일 입법 예고되었다. 내용에 따라서 무예단체들의 이해가 엇갈릴 수가 있는 것이어서 첨예하게 관심을 모았던 시행령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였다. 영은 법에서 위임된 사항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규정해야 하는 것과 함께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 영에는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고, 법에서 위임한 부분에 국한해서 마지못해 정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일단 시행령을 제정하여 법적 기한 내에 최소한의 행정절차를 이행해놓고, 그 다음에 시행규칙(장관 령)에서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전통무예진흥법(이하 법) 관련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과에서 맡았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사이에 담당자가 교체되더니 금년 1월2일부로 스포츠산업과로 업무이관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에 쫒기는 정부입장에서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섣불리 영에서 어떤 기준을 정했다가는 벌집을 건드리는 격이 되는 것도 피해야 했을 것이다. 정부는 법이 발효되고 난 후 기본계획수립과 시행규칙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과 계획 및 시행규칙 작성을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겨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당초 이 법 시행과 관련하여 예산을 1억 정도 편성해 둔 것을 보면 정부가 처음부터 계획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시간은 자꾸 흐르고 그 새 무예계는 비쩍 마른 목만 길게 늘이고 있어야 할 판이다.
이 법은 수백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무예계의 진운(進運)이 걸려있다. 그런 법령을 제정하는데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서 달랑 2개조의 영 제정을 예고한 것은 정부의 입장이나 그간의 과정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안일(安逸)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대조적으로 무예계는 그야말로 지난 1여 년 동안 격렬하게 움직였다. 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무예계는 이 법이 상황탈출의 통로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포럼이니 세미나니 하며 일찍이 무예계에서 볼 수 없었던 자구노력이 활발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합집산과 눈치 보기 같은 부정적인 행태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예계가 과거와 달리 분주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법령에 거는 기대와 함께 법이 실효성 없이 있으나 마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굴러가는 눈덩이마냥 커졌다. 이런 무예계의 눈으로 볼 때 이번에 예고된 시행령은 팥이 들어있지 않는 붕어빵과 같을 수밖에 없다.
6개조로 구성된 법 중 대통령령에 위임된 사항은 2개항이다. 이에 따라 영제2조는 1. 전통무예 발굴 및 육성 2.전국단위 전통무예 시연 및 경기대회 3. 전통무예 국제학술 세미나 및 국제친선무예경기대회를 규정했다. 이것은 이미 법3조2항에 규정된내용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서 별로 영양가가 없는 규정이다. 최소한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의 유사규정을 벤치마킹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두 번째 영 제3조 전통무예지도자의 종류 등에 관한 사항은 그런대로 구체적이지만 이 규정역시 자격취득이 의무화되지 않고, 특혜도 없으니 깡통이기는 매 한가지이다. 전통무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볼 때 반드시 필요한 규제이기는 하지만 자격 유무와 상관없이 전통무예지도자로서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법처럼 무예지도자의 보호육성 대책을 시행령에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격제도에 대해서는 추후 기존 유관제도와 상호 간에 연수와 검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가 따라야 하고,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고등교육법 같은 관련 법령을 정비, 보완하여 자격증에 대한 효력발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무예진흥법이 제 구실을 하려면 법 제2조2항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못한 '전통무예'에 대한 정의를 시행령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진흥할 전통적·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는‘전통무예 종목지정, 단체육성, 지도자 양성, 등 구체적 사항은 이해관련 자들과 별도 협의 후 고시(시행규칙)로 처리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소한 고시 제정에 필요한 내용을 영에다 규정하여 법과 규칙 사이에 교두보를 마련해두어야 할 것이다.
시행령에서 기준을 정하게 되면 이에 따라 이해가 갈라지는 각 무예종목들 간에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이 정부로 튀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를 피하려고 한다고 해서 피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쪽이 현명하다. 이 문제의 해결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정부가 주도하여 정부의 시책을 수행하는 자율적 무예진흥협의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 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무예단체들이 알아서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에 흙을 묻히지 않으려고 하는 이상이 문제는 무예계를 분열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근 무예계 일부에서 종목별 연합회를 구성하여 협의회를 조직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문제이다.
정부주도의 협의회 설립은 국민생활체육협의회나 체육인재 육성재단을 모델로 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이 두 단체는 그 설립근거가 법령에 없지만 정부가 주도하여 비영리법인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이런 선례를 적용하여 협의체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한 근거를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 역시 전혀 불가한 것도 아닐 터이다. 현재 정부 인력만으로는 제대로 법을 시행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협의기구의 설치를 가장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見義不爲 無勇(견의불위 무용)’이니 정부 당국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시행령은 행정절차법상 20일 이상 예고 기간을 두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제정이 된다. 의견서 제출은 개인, 단체, 기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2월 12일 까지 문화관광부장관(참조: 스포츠산업과)앞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우리 무예계에서는 어떤 고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아전인수, 견강부회의 주장은 자신을 포함해서 전체무예진흥에 해만 될 뿐이다. 겨울이 되어서야 잣나무의 절개가 드러나는 법이다. 무예계가 건곤일척에 서있는 이때에 강호제현이 오랜 기간 무예수행을 한 본뜻이 발휘되어 무예진흥의 탄탄한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리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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