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라
시드니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현란한 발공격과 함께 주먹공격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했던 시드니 올림픽 태권도 경기는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했던 관중들은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시간끌기와 점수지키기 식의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재미없는 태권도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제기된 것이 바로 차등점수제의 도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의 모든 공격을 발차기에만 의존하는 태권도 경기가 단지 차등점수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재미있는 경기로 거듭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즉, 차등점수제 도입과 같이 경기 규칙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을 허용해서 주먹공격을 개발해 발차기 공격에만 의존하는 태권도 경기에 좀더 다양한 공격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이 도입된다면 발차기 만으로 이루어졌던 공격 패턴이 주먹과 함께 이루어져 더욱더 다양한 공격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발공격과 주먹공격의 배합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물론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까지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용인대 류병관 교수는 주먹공격을 위한 글로브 개발을 전제한 후 "태권도는 말 그대로 태(발)과 권(주먹)을 나타낸다. 하지만 현재의 태권도 경기는 오로지 태만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얼굴 주먹공격이 허용되어 발의 움직임과 기술 그리고 주먹의 공격과 방어가 조화를 이룬다면 이는 완성된 태권도에 한 발 짝 다가서는 일이다"라고 얼굴 주먹공격 허용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교수는 "당장에 얼굴 주먹공격을 허용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며 얼굴 주먹공격의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경기는 분명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경기보다 긴장감과 박진감이 더하다. 이는 국제태권도연맹이 차등점수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을 허용하는 등 선수들에게 주먹공격을 적극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세계태권도연맹 경기에서도 주먹공격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주먹공격은 몸통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득점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극히 드문 형편이다. 때문에 선수들은 주먹공격 자체를 잘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삼성 에스원 김세혁 감독은 "태권도 경기에서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을 허용한다면 태권도 경기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닌 격투기일 뿐"이라고 말하며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 허용은 안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하지만 "일선 도장에서 주먹공격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며 스포츠로서의 태권도와 무도측면에서의 태권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 허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당장에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 허용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 싶다.
하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무도를 변함없이 고스란히 간직하는 무도는 없으며 그러한 무도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태권도는 지금까지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순항해왔다. 하지만 태권도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술을 독창적인 감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댓글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