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국기원 사태 해결안 A, B, C

국기원, 서태협(이승완 이사), 문체부가 각각 바라는 해결안
지난 19일 세계태권도본부라고 자임하는 국기원이 만신창이가 됐다. 태권도인들에 의해서였다. 물론 국기원 임직원과 서울시태권도협회(이하 서태협) 그리고 특정 인사의 싸움이었지만, 이들도 태권도인이다. 이 싸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태권도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서로 “태권도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06년부터 시작된 국기원(특정 인물일 수 있음)과 서태협(한 사람 혹은 두 사람 일 수 있음)의 싸움은 올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국기원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속 특수법인 추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7년, 국기원 임직원(이사포함)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체적으로 잘 굴러가던 민간단체(재단법인) 국기원을 정부에 헌납(?)했다. 그런데 지금은 특정인사가 ‘아차’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유야 어떻든 태권도인들은 하루 빨리 국기원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선 지도자은 태권도가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카스>가 국기원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국기원(현 임직원), 서태협, 문체부 입장을 A, B, C 순서로 정리, 분석해 봤다.

A. 국기원, 이사회의 결단이 중요
이번 국기원 기자회견의 골자는 엄운규 원장의 복귀요청이었다. 하지만 엄운규 원장은 복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엄 원장의 복귀가 이뤄질 수 도 있으나,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국기원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이사회다. 어떤 단체든 의사결정기구가 있다. 국기원의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지난해 7월 엄운규 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후 여러 차례 이사회가 열렸다. 엄 원장의 사표수리 문제와 특수법인에 따른 정관개정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사회는 특정 이사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대부분 흐지부지 끝난다.
국기원 재적이사는 19명(엄운규 원장 포함)이다. 이들은 정관에 따라 국기원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의견이 충돌할 경우에는 투표에 붙여 해결하면 된다. 어찌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이사들끼리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은원관계가 걸림돌이다. 또 원장과 상근이사(부원장) 중심으로 부여된 권한이 그동안 국기원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한 원인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사회가 결정을 내려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기원 한 관계자는 “국기원은 윈칙을 지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엄운규 원장 사표수리(혹은 복귀) 여부와 정관개정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B. 명예이사장 김운용, 이사장 태권도원로, 원장 이승완
서울시태권도협회(이하 서태협)의 요구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국기원 현 집행부의 퇴진이다. 국기원 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국기원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 뒤에는 임윤택 서태협 회장과 이승완 국기원 상임이사가 서 있다. 이승완 이사는 서태협과의 관계를 부인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서태협과 이승완 이사가 더욱 똘똘 뭉치게 된 것은 문체부가 요구한 정관개정 때문이다. 문체부는 임원결격사유(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승완 이사는 과거 전력 때문에 임원결격사유에 해당된다. 정관이 개정되면 국기원 이사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후 이승완 이사는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는 국기원이 바로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상태로는 안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국기원 원장이 되고 싶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짧은 기간이라도 가능하면 하고 싶다. 내가 과거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태권도와는 별개이다. 난 태권도에서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이승완 이사는 현재 지도관(태권도 통합이전 9개관 중 하나) 총관장으로 정통 태권도인 출신이다. 국기원 원장으로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기원이 특수법인을 추진하면서 뜻하지 않게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태협과 이승완 이사는 김운용 전 국기원장을 명예이사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물론 김운용 전 원장은 이에 대한 작은 반응조차 없다. 그럼에도 서태협과 이승완 이사는 한결같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에 대해 태권인들은 국기원을 위한 것이 아닌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C. 문체부, 임원결격사유는 양보할 수 없다
문체부는 초지일관 정관개정(임원결격사유) 타령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기원 사태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번 국기원 기자회견 사태를 피할 수도 있었다. 엄운규 원장이 사표를 낸 직후, 국기원과 서태협의 중재 역할을 문체부가 맡아야 했다. 그랬다면 정관개정이나 엄운규 원장의 남은 임기를 수행할 새로운 원장 선임도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국기원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국기원 문제이기 때문에 이사들이 알아서 결정을 해야 한다. 아직은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체부 계약직 공무원이 태권도계를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새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태권도특별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재단법인 국기원은 특수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7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과적으로 문체부가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체부는 여유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 태권도인들은 문체부가 국기원을 ‘꿀꺽’하기 위해서 지금의 싸움을 즐기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현재 국기원은 난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사고단체로 지정하고 싶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물론 아직은 민간단체이고, 사고단체의 요건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사고단체로 지정 후 관선 이사를 파견 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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