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유병철의山山水水]태권도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고함

[유병철의山山水水]태권도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고함

열네 번째 이야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이만재 상임감사(57)는 한나라당 정치인 중 스포츠전문가(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중앙선거 대책위원회 체육위원장)로 통한다. 태권도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전국구 승계)을 지냈다. 2007년 12월 대선 당시 이만재 상임감사의 활약은 눈부셨다. 당시 체육계는 일방적이다시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후보에게 쏠렸다. 다른 건 몰라도 체육만큼은 이전 진보정권보다 보수 쪽이 낫다는 정서가 팽배했던 탓이었을 것이다(실제로 체육계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들 불렀다). 이때 이 감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아세사)이라는 체육인 단체를 만들어 정치인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체육인을 하나로 모았다. 당연히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직능단체(체육) 몫으로 이만재 상임감사의 공천이 유력시됐다. 그런데 2월초 한나라당 공천심사 초반에 맥없이 탈락했다. 많은 체육인들이 ‘체육계 천시’라며 분노했고, 이 감사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2월말 이만재 상임감사가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 감동에 겨운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이제 서운하지 않아요. 정치에서 소외된 체육계를 대표해 금뱃지를 달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체육부가 생겼잖아요. 이제 만족합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조직개편의 마지막 순간에 기존 문화관광부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바꿨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에서 10년 만에 체육이 살아나는 것이다(1982년 전두환-체육부, 1990년 노태우-체육청소년부, 1993년 김영삼-문화체육부, 1998년 김대중-문화관광부).

이 정권에서 더욱 소중한 문화‘체육’관광부


지난해 태권도의 날에 참석한 유인촌 장관(왼쪽에서 세번째), 조정원 총재


이렇게 어렵게 태어난 문화‘체육’관광부인 것이다. 그리고 체육인들의 큰 지지를 받은 만큼 이 정부는 쇠고기파동, 촛불집회, 금융위기, 해머국회, 몰입식영어교육 등 말썽 많은 정치 경제 교육문제와는 달리 체육 하나만큼은 아주 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요즘 이 문화체육관광부(줄여서 문체부)가 영 탐탁치 않다. 장관이 공석에서 욕설을 한 후 사과했다거나, 문대성 IOC 선수위원을 만들기 위해 돈을 좀 썼다고 ‘자랑’한 후 크게 문제가 될 조짐이 보이자 보도통제에 나선 참모들의 어설픔을 새삼스레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태권도 때문이다.

한국의 최대 문화수출품인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존속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2009년 10월 IOC총회에서 2016년 올림픽 잔류가 결정되는데 태권도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유인촌 장관이 지난 해 태권도의 날 행사 등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조정원)은 ‘포스트 김운용’ 이후 개혁 작업을 아주 잘 해왔고, 음해세력이 흔들지만 않는다면 올림픽 잔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설령 좀 문제가 있어도 국익을 위해 좀 참아달라고 부탁한다. 반면 반대쪽은 이에 경악하고 있다. WTF가 2007, 2008년 동안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실수를 시리즈로 범했고, IOC 위원들의 신뢰를 져버린 까닭에 이대로 가면 태권도 퇴출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하고 있다(편의상 후자를 ‘반WTF'라고 부르자).

문체부의 직무유기 - 뜸 들이다 밥 다 탄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손태진(왼쪽에서 두번째).


<산산수수>는 여기서 누가 옳은지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만 고민해 보자. 당연히 국내외 태권도계 여론은 물론이고, IOC 내부의 흐름까지도 정확히 판단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현 WTF집행부의 판단이 옳다면 그 ‘음해세력’에게 준동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하며 정부의 힘을 보태 ‘태권도 일병 구하기’ 작전을 펼쳐야 한다. 반면 WTF의 주장이 억지이고, 이대로 가면 올림픽에서 빠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 하루빨리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정부가 어떻게 국제기구에 간섭하느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답변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문체부는 계약직 공무원이 태권도 바닥을 누비면서 술과 밥을 얻어먹으며 온갖 정보를 취합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유인촌 장관과 조정원 총재의 만남, 문체부 간부와 모 WTF임원의 회동 등은 이미 많은 태권도인이 알고 있다. 심지어 장관이 외국 IOC위원들과도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물론 이것도 웃긴다. 어쩔 때는 공개하고, 어쩔 때는 비밀로 한다.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가?). 그리고 현 조정원 총재도 지난 정권이 ‘낙하산’으로 앉힌 인물이지 않은가? ‘진짜 국익’을 위해 문체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속으로는 걱정하면서 겉으로 책임회피를 위해 원칙론을 내세우는 것은 정말 비겁한 행동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IOC 등 국제스포츠계는 한국정부의 주무부서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까지 충분히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 이제 코펜하겐 총회까지는 만 8개월밖에 없다. 언제 입장을 정해 총력을 기울여 태권도 사수 작전에 나설 셈인가? 지금 시작해도 시간이 결코 넉넉한 것이 아니다.

혹시라도 문체부가 이미 방침을 정하지 않았는가 하고 따질 수도 있다. 반WTF를 지지한다면 큰 변화가 감지됐겠지만 아직 조용한 까닭에 뭐 대안이 없는 관계로(혹은 기타 이유로) 현WTF체제를 택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WTF와 태권도를 위해 문체부가 한 일이 무엇인지를 냉정히 묻고 싶다. 얼마전까지도 실무자들이 ‘음해세력들’과 만나고 다녔고, 설 명절을 앞두고는 장관이 WTF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태권도 원로들을 한 테이블로 불렀지 않았는가? 부디 말도 안 되는 눈가림은 하지 말자. 백번 양보해도 아직 방침은 정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프랜들리’ 정권이 출범한 지 만 1년이 되가고,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5개월이 지났다. 여기서 정부에 공개적으로 으름장 하나 던지고 싶다. 만일 오는 10월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빠진다면 결코 문체부나 이명박 정부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직무유기, 무능 등의 단어가 쏟아질 수 있다. 또 이는 자칫 내년 봄 지방선거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산산수수>는 결코 WTF, 혹은 반WTF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하는가 하는 ‘가치의 문제’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그저 열심히 정보수집만 하다가 실기(失期)를 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것은 문체부의 판단이고,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늦출 것이 아니라 행동할 때가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문체부를 두고 다음과 같은 볼썽사나운 괴담들이 들리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000은 전 정권에서 심어놓은 사람이다. 그래서 문제다.”, “대신 XXX를 올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어이가 없다. 태권도의 상황은 급하기만 한데 내부 자리다툼에 줄서기 경쟁까지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문체부에 던지는 정말 궁금한 질문


끝으로 확실히 하는 의미에서 문체부 체육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

첫째, 2009 코펜하겐 IOC총회 때 블록투표에 포함되는 종목이 26개인가? 25개인가? 전자라면 태권도는 안도의 한숨이, 후자라면 퇴출의 확률이 높다. WTF도 잘 모른다고 하는데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정부 외교라인의 협조를 얻어 태권도인들에게 확실하게 답해줬으면 한다.

둘째, 만일 그 결정이 IOC내부적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그 확정 예상시기는 언제인가? 3월? 5월? 6월? 그때까지 태권도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리고 정부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속시원하게 답하는 것이 지금 문체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연히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선거에 개입했다고 망신당하고, 대한체육회와 별도로 사상 유례가 없는 문체부 체육인 신년회를 열어 갈등을 표면화하는 등 엉뚱한 데 정력을 쏟는 대신 말이다(참고로 문체부는 국기원 분쟁에 대해서도 법을 어겨가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님들에게 진심으로 부탁한다. “뜸만 들이다 밥 다 타버리면 큰일납니다.”

[유병철 편집장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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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찬성 2009.01.20
올소이다. 말한번 시원하니 잘하네. 이렇게 대처하다간 태권도 망한다. 제발들 정신들 좀 차리시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2009.01.20
각자의 맞는 그릇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릇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태권도를 사랑하는 분들도 지켜보기 아타깝고, 답답 하 실 거라 생각 됩니다. 갑자기 이런말이 생각나는 군요.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가지가 시원치 않아서 그래 2009.01.20
가지가 버드나무가지니 모두들 건들건들거리지. 두꺼워 봐라. 기둥은 남고 잔가지는 부러지지. 모두가 건들건들. 국기원은 기둥. 시도협회는 가지. 뿌리는 태권도인. 뿌리는 뽑히지 말지어다. 그럼 지금 무카스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무예는 뭐냐. 어린 나무냐. 빛을 보지 못해 크지 못한나무냐. 아니면 잡풀이냐. 그건 무예하기 나름이지.
^^ 2009.01.20
산산수수 멋져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