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IOC위원 일시 자격포기' 왜?

지난해 7월, IOC위원직 포기 결정 승인. 5개월이나 지나서야 IOC 홈페이지에 개재

이건희 전 회장과 IOC 홈페이지에 실린 결과문(오른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상 처음으로 현직 IOC위원이 스스로 자격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인공은 지난해 7월 IOC 위원직을 자진 포기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소식은 국내 언론에 5개월이나 지난 2009년 1월 8일에서야 공개됐다. 그것도 IOC 홈페이지를 통해서 말이다. 이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향한 ‘IOC의 특별한 배려’로 받아들이기 충분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IOC 위원직을 포기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들여다봤다.
2008년 7월 17일, 이건희 전 회장은 1심에서 조세포탈 혐의로 일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직 유지 여부가 7월에 있을 IOC윤리위원회, 아니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8월 3일 소집될 IOC 집행위원회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IOC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어떠한 처분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인 지난 8일, <연합뉴스>를 통해 ‘이건희 IOC 위원직 일시 포기’라는 제하의 기사가 터졌다. 이 기사의 소스는 IOC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IOC 윤리위원회의 결정문도 공개됐다. 내용인즉슨, IOC 윤리위원회는 2008년 4월 이건희 전 회장이 한국에서 기소를 당한 것에 대해 논의를 했고, 명확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후 2008년 6월 5일 아테네 집행위원회에서도 이를 승인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7월 16일 서울지방법원은 이건희 전 회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보다 하루앞선 2008년 7월 15일 이건희 회장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앞으로 스스로 자격을 포기하겠다는 편지를 보내냈다. 이 같은 내용이 7월 18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윤리위원회에서 받아 들여졌다.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IOC의 특별대우였다.
여기까지는 이 전 회장이 IOC 위원직 일시 자격포기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중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전 회장이 자격을 포기하겠다는 편지를 로게 IOC 위원장에게 전한 시점이다. 이 전 회장은 1심 판결이 있기 전날인 지난해 7월 15일 로게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다음날 1심 유죄 판결(17일)이 떨어지기 하루 전에 말이다. 이는 김운용, 박용성 전 IOC위원들처럼 자격정지를 당할 것을 염두 한 이 전 회장의 ‘명예 지키기’로 풀이 된다.
이건희 전 회장을 향한 IOC의 처사가 얼마나 너그러웠는지는 지금은 물러난 두명의 전 IOC위원(한국)들의 선례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먼저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은 구속기소가 된 직후, 바로 자격정지 조치를 당했다. 박용성 전 IOC위원의 경우에도 1심 선고가 있은 뒤, 곧장 자격정지를 받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IOC의 형평성 없는 처사인 것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과거 삼성그룹의 총수답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처세술을 보여줬다. 우선은 징계를 피했고, 명예까지도 지킬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잘만 되면 오는 10월 IOC 총회 이전에 정부의 사면복권을 받을 수도 있고, 당당히 IOC위원으로 복직 하는 수순만 남게 된 것이다.
현재 IOC 홈페이지에 등재된 IOC 위원 명단에는 이 전 회장의 이름이 빠져있는 상태이며,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에 선출된 문대성 IOC 선수위원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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