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이경명칼럼]품새에서 ‘나’란 누구인가?

품새의 의미와 가치는 우리들 마음가짐에 있다.


품새는 품새명, 품새선, 동작군, 기합 등으로 구성된다. 품새선은 품새 이름에 따른 상징성을 표상한다. 품새선에는 동작군과 방향 기호가 있다. 품새의 동작군(群)은 대개 20개, 동작은 50개로 구성돼 있고 품새선 방향 기호의 부여는 동양적 사유 개념의 원리에 따르고 있다.

전후좌우(前後左右) 어순에 따라 방향 기호는 시작점을 행하는 본인이 서 있는 곳이므로 “나”를 중심으로 한다. 앞 방향은 “가”,왼쪽 방향은 “다” 오른쪽을 “라”로 표시했다. 일여 품새의 경우 “나” 뒤 쪽은 “마” 가 된다. 유급자용 품새 태극은 역(易)에서 말하는 팔괘(八卦)로 구성되어 있다. 앞뒤, 곧 “가” “나” 방향을 세로선을 그어 임금 왕“王”자로 표시한다.

유단자용 (‘태극인’- 필자)품새는 모두 글자 혹은 부호로 표상되고 있다. 그 중에서 품새 지태와 천권의 품새선을 혼동하여 잘못 표기된 교본이 더러 보인다. 동양에서 천지인삼재를 상징 부호로 표시할 때 “工” (공)자가 그것이다. 아랫부분의 아래 획은 “땅”을, 윗부분의 가로 획은 “하늘”을, 그 사이 세로획은 “사람”을 상징한다. 그로부터 지태(地跆)는 하늘을 상징하는 위의 가로 획을 없애 “ㅗ”, 천권(天拳)은 땅을 상징하는 아래 가로 획을 없애 “ㅜ” 모양으로 표기한 것이다. 교본에서는 편의상 한글 모음 ‘오’, ‘우’라 부른다.

품새선 상의 “나” 의 함의는 두 가지가 가능하다. 하나는 시종(始終시작과 끝)의 위치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 즉 자아를 함의하는 것이다. 도대체 나란 누구인가?이 화두를 붙들고 우리는 품새 수련 시 ‘나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닦음이요 깨달음을 갈구하는 구도(求道)의 길이다. 품새란 태권도 정신과 기술의 정수를 모아 심신수양과 공방원리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나타낸 행동양식(태권도교본, 2006, 304)이고 품새선이란 닦음과 깨달음의 길이다.

품새에서 “나”란 화두는 수련자의 마음가짐이 핵심이다. 바로 내가 ‘나’라는 개념의 정체성을 확고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타인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다. ‘나’란 자아(自我)를 말한다. 상대와 ‘나’ 혹은 이것과 저것, 즉 공방이 둘일 수 없는 절대의 자아를 일컫는다. 곧 대(對)가 끊긴 상태의 자아이므로 내가 곧 세계이고 진리이고 질서가 된다. 내가 곧 일체이며 일체가 그대로 ‘나’다.

닦음을 표현하는 한자말은 수행(修行), 수신(修身), 수도(修道), 수련(修鍊), 수양(修養) 등으로 표현 할수 있다. 태권도 인(人)이 즐겨 사용하는 말인 수련은 실천방법을 중심으로 닦음을 표현한 말이다. 우리가 태권도를 수련하면 몸과 마음을 닦을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일까. 태권도를 수련하면 자동적으로 몸과 마음이 닦이는 것일까? 라는 의문의 답은 수련을 통해 확실히 몸의 기술화, 체화(體化)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수양, 즉 닦음은 기술처럼 자동적이지 않는 것이 다르다.


WTF 세계품새선수권대회 모습


수련의 방법론적 요체는 크게 ‘반복’ ‘균형’ ‘실행’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몸의 행위와 ‘반성’ ‘절제’ ‘실천’하는 마음의 지향적 행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련의 목표는 동작 행위를 통한 심신이 주체와 객체로서의 닦음이 목표가 될 것이며 몸의 목표는 지, 덕, 체에 두고 마음의 목표는 진, 선, 미 덕목에 두는 것이어야 한다.

운동은 반복성의 주체인 내(몸)가 대상인 몸의 움직임(동작)을 통해 체화하는 것이다. 체화란 몸의 운동성에 의한 습관의 획득이라 할 수 있다. 태권도에서 동작은 주체가 의미 있는 몸짓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몸짓, 즉 동작이란 몸의 운동이나 마음이 동시에 수반되는 행위이다. 마음이 몸을 주재한다고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태권도적 동작은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몸짓”이다. 우리는 스스로 하는 인간적인 몸짓을 통해공방적 기술을 닦음으로써 마음도 닦고 동시에 기술도 닦는 것이다. 동작 기술의 닦음, 즉 그 세부적인 몸의 행위는 인의예지신(긍정적인 의지와 성취감은, ‘거듭’ ‘거듭’ 올바르고 의연한, 지혜와 믿음으로 이뤄진다는) 오상(五常)의 실천적 방법에 있고 태어날 때 마음에 부여된 인의예지(仁義禮智) 곧 사람다움은, 의기와 의칙 그리고 지혜라는 네 가지 단서를 동시에 닦음으로써 몸동작에 의한 지, 덕, 체 곧 삶의 지혜, 품성, 강인한 신체 그리고 진, 선, 미 곧 올바른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의 심성(心性)을 육성함으로써,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얻고 타자와 더불어 삶을 향유하는 상생의 덕목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상적 수련을 통해 도덕적 덕목을 성취하고자 애쓰는 것은 인간이 지닌 최상의 도덕적 책임감이며 인간의 도덕적 역량의 완전한 실현을 통해 인간의 자기실현과 자기완성을 목표하는 것이다.

태권도는 닦음을 통해 진정한 인간에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어떻게 닦을 것인가와 무엇을 닦을 것인가는 결국 태권도의 본질과 그 본질 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완성과 가치 실현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꾸준히 닦고 몸소 체험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스스로 깨닫게 되고 자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충분히 인간답게 될 수 있다. 즉 자기의 전체적인 품성과 자기 수양에 연결되어 있고 전체적인 자아, 즉 전인(全人 사람다움의 실현)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품새의 의미와 가치는 우리들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충분히 그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자 = 정대길 기자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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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필자 2009.01.03
첫 문단 3행에서 "품새의 동작군은 대개 20개 동작에서 많게는 50개 동작으로 구성돼 있고"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