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 수련 일기 (11)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지저분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포츠 머리는 머리가 조금만 길면 머리가 펑퍼짐하게 보이기 때문에 보기가 흉해진다. 그리고 제일 싫은 것은 머리가 커 보이게 된다.
맘먹은 김에 머리를 깍아버리면 왠지 속이 후련해지는 듯 했다. 이때까지 길러온 앞머리는 아깝지만.
저녁 7시 아직도 초등 제2부 아이들이 운동하고 있을 시간 하지만 왠지 그날은 몸이 근질거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일찍 가서 창문에 다리를 올리고 열심히 다리 찢기를 하고 있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7시 30분 초등부의 운동이 끝나고 약 30분 동안의 짬에 내 스스로 몸풀기로 가볍게 몸을 풀고 가볍게 발차기나 앞뻗어올리기 찍기 등의 다리들어 올리는 스타일의 발차기를 많이 차고 물론 품새연습 또한 한다.
8시 중고등부 시간, 일제히 아이들이 품새 말고 겨루기를 하자는 듯한 식으로 사범님과 관장님을 몰아부쳤다. 나는 상대가 없다. 덩치고 크고 내 발차기의 파워를 받아낼 마땅한 상대가 없다(현진이나 수진이는 내 발차기에 3일을 앓았다).
그러니 내 상대는 자연히 관장님뿐이었다.
"준비! 시작!" 관장님과 상견례 후 바로 내 겨루기 자세를 잡았다. 순간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많이 본듯한 자세 바로 내가 내 스타일이라 여겼던 것이 바로 관장님의 겨루기 스타일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이 같으면 뭐하나. 그날도 결국 3점 내고 7점주곤 끝났다. 별로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인데 무지하게 신경쓰인다.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마치 관장님 자세를 표절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 내 스타일을 한번 만들어 볼까?" 이제 겨우 빨간띠 주제에 무슨 스타일.하지만 조금이라도 찝찝한 건 그대로 못 넘겨서. 거리를 걸을 때도 생각하고 있다. 나만의 이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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