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심플' 태권도 프로그램의 위력

[정순기 사범의 월드클래스 태권도장, 성공비결 - 마지막 편]

월드클래스 태권도장 1관의 겨루기 수업 모습
과거 태권도장의 수련 프로그램은 발차기, 겨루기, 품새 등 태권도 기술 위주였다. 단순했다. 하지만 현재 태권도장의 수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다양하다 못해 복잡하다. 태권도 기술수련은 물론이고, 인성교육, 학교체육, 예절교육, 한문, 영어 등의 낯선 프로그램으로 일주일 수련 계획표가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과거 성인 위주의 수련 문화가 아동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수련 프로그램도 변화한 것이다. 아동을 도장에 보내는 부모들의 입맛에 딱 맞게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는 물론 해외 태권도장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요즘 태권도장을 보고 있자면 친절하게도 학교와 가정에서 해야 할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영역 확대라는 측면에서 좋게 볼 수도 있지만, 태권도장의 기본은 태권도를 잘 가르치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한 ‘월드클래스 태권도장(관장 정순기, Master Chong's Worldclass Tae Kwon Do)’은 다양한 수련 프로그램이 아닌 단순한 태권도 수련 프로그램만으로 성공 신화를 써내려고 가고 있다.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순기 관장의 지론은 간단하다. 태권도 수련 속에 인성, 예절 교육 등의 정신적인 측면도 함께 녹여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순기 관장은 “어떤 도장들은 수련생들의 인성교육을 내세워 도장밖의 행동까지도 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오버’하는 것이다. 태권도장은 도장 본연의 역할이 있다. 태권도를 잘 가르치고 도장 안에서의 바른 행동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월드클래스는 보통의 도장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태권도 수업을 한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이 수업 안에는 월드클래스만의 보이지 않는 독특한 철학이 내포돼 있다. 태권도 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인성교육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순기 관장은 “수련생이 태권도 수업에 귀를 기울여 열심히 듣고, 땀을 흘리며 배우는 것은 수련생 스스로뿐만 아니라 사범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월드클래스는 겨루기를 통해 존경과 겸손을 가르친다. 정순기 관장은 “개인적으로 태권도의 가장 앞선 훈련 방법은 파트너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한다. 겨루기 훈련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고 주장한다. 월드클래스의 겨루기 수업을 한번 참관해보니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범의 지시에 따라 진지하게 겨루기에 임하고, 끝나고 나면 즐거운 분위기 속에 토론을 한다. 이는 겨루기뿐 아니라 1대1 호신술 수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월드클래스는 심플한 태권도 수업 프로그램만으로 2천여명이 넘는 수련생을 확보하고 있다. 태권도 수업외의 이벤트도 한 달에 한번 진행하는 생일파티가 유일하다. 최근 미국 내 태권도장에서도 불황의 타개책으로 행사 및 파티를 여는 도장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어찌보면 월드클래스는 ‘복고풍 도장’인 셈이다.
태권도장에서 인성과 태권도 교육을 분리해 놓고 진행하면서, 가정과 학교 교육까지 떠맡겠다는 발상은 어찌보면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다 가랑이 찢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불황 속에 수련생이 늘지 않아 수식어 좋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준비 중인 지도자가 있다면, 월드클래스의 심플 태권도 프로그램을 연구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편집부 사정으로 월드크래스 태권도장 마지막 편 연재가 지연된 점 양해 바랍니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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