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의山山水水]무술TV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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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없는 한국해동
-1-지난 3주간 필자 사정으로 산산수수를 연재하지 못했다. 원래 공백은 2주로 최소화하려고 했으나 그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애독자 여러분에게 사과드리며, 너그러운 양해도 구하고 싶다. 참고로 이번주 산산수수는 분량이 제법 길다. 혹시라도 긴 글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는 바로 ‘-2-’를 읽으면 된다.
마지막 산산수수(열 번째 이야기-해동검도를 위한 발언대)는 한국해동검도연맹(이하 한국해동)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무카스>의 ‘발언대’ 코너를 통해 속시원히 내놓으라고 제안했다. 어떤 내용이든 게재하겠다는 뜻도 확실하게 밝혔다. 그런데 4주째를 맞은 지금까지 한국해동이 그토록 하고픈 말은 <무카스>에 전달되지 않았다.
그 사이 <무카스>는 한국해동의 큰 국제대회를 예고기사는 물론이고, 현장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혹시라도 무카스와 악연이 있는 한국해동이 산산수수의 제안을 진실하게 받아들지 않을까 걱정했기에 더욱 충실히 보도하려고 애를 썼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12회 해동검도 명인배 전국대회 및 국제대회
답답해서 몇 차례 담당기자에게 한국해동측의 원고를 채근했다. 처음에는 “한국해동의 000이 할 얘기가 너무 많아 3편으로 나눠 글을 보낸답니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래서 “3편이든 10편이든 일단 하나라도 먼저 보내달라고 요청해라. 향후 언제든지 하고픈 말은 계속 내보내겠다고 전해라”고 주문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확인을 했지만 “아직”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사이 큰 대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시간이 많이 지났다. <무카스>에 그렇게 댓글을 올리던 한국해동 측 인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우리(한국해동)는 왜 기사 안 써주냐”며 핏대를 높이더니 정작 멍석을 깔아놓으니 왜 반응이 없는 것일까. 조금 실망이다. 적어도 한국 고유의 자랑스런 해동검도를 책임지겠다는 단체에서 한 달이 되도록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을 능력이 없다는 것인가?
참고로 이참에 한 가지 한국해동 측에게 확실히 할 것이 하나 있다. 자꾸 ‘언론의 중립성’을 따지는데 이것 참 웃기는 얘기다. 여기서 중립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중립’이 아니라는 것은 언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노골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국내 보수언론은 그렇다고 해도,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로 소문난 미국의 유수언론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뉴욕타임스가 편파적인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론의 불편부당은 옳고그름에 대한 판단, 즉 진실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얘기까지 해야하는 게 참 답답하다.
한국해동은 무카스가 역사논쟁에 대한 기사를 쓰며 세계해동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고 뿔이 났다. 무카스가 ‘그럼 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론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받아보질 못했다. 무카스는 분명히 세계해동이 더 정통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판단 하에 계속 기사가 나간 것이다. 왜 자신들은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다른 쪽의 정당성을 보도하면 중립성이 결여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이에 한국해동은 왜곡 편파보도라며 무카스 기자를 고소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법시스템은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안타까운 것은 고소를 한 후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비언론을 혼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한국해동측은 무혐의 판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무카스 기자에 대해 인간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무카스는 역으로 한국해동을 무고죄로 고소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무술인들인데’라는 생각으로 이를 포기했다. 이 과정은 무카스의 지난 기사를 보면 잘 나와 있다.
이후 한국해동측 인사로 추측되는 이들은 이런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무카스에 검도 관련 보도가 나가면 ‘비난성 댓글’을 서슴없이 달아 왔다. 무카스 편집부는 가능한 대응을 자제해왔는데 그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지난 번 산산수수를 통해 ‘한국해동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되새김하면 솔직히 <무카스>가 억울한 게 많다. 사과 한 번 받지 못했고, 터무니없는 댓글 공격만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해동의 행사를 보도하고, 또 공개적으로 한국해동의 입장을 게재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해동검도의 역사논쟁이나 정통성 여부는 이미 사법부 자료 등 많은 증거가 있다. 해동검도인은 물론이고, 무술계 전체에 한국해동이 옳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나 자료가 있다면 얼마든지 공개하기 바란다. <무카스>는 얼마든지 ‘중립적으로’ 보도할 의사가 있다. 정말이지 한국해동의 설득력 있는 글을 기대한다.
두 권의 택견 책

우리금융배 택견배틀 경기모습
-2-몇 주간 산산수수를 쉬면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모두 택견 관련 서적으로 결련택견협회의 도기현 회장이 쓴 ‘택견 그리고 나의 스승 송덕기’와 이용복 대한택견연맹 총사의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는 책이었다. 두 권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도 회장의 책은 ‘전문 글쟁이’를 자부하는 필자가 보기에도 정말 잘 쓴 책이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기자를 통해 약속을 잡고, 직접 찾아가 좋은 책을 낸 것에 대해 고마움까지 표하고 왔다(바보같이 책에 사인을 받아온다는 것을 깜박했다). 물론 이용복 총사의 책도 택견을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로 만든 집념이 잘 나와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택견은 현재 크게 4단체로 나눠져 있다고 한다. 위의 두 멋진 저자 외에 충주택견에 두 단체가 더 있다고 했다. 이미 해동검도가 세계해동과 한국해동으로 나눠져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벌써 내분의 진통을 겪고 있는 무술이 두 개나 된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합기도는 더 처참하다. 대한체육회 가맹을 위해 대통합을 선언해놓고 다시 엄청난 분열로 서로를 헐뜯고 있다. 대한민국의 간판 무술로 올림픽 종목으로까지 성장한 태권도도 따지고 보면 WTF와 ITF가 있고, ITF는 다시 세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솔직히 외국인들이 한국 무술계의 이런 속사정을 다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련택견의 도기현 회장이 “택견은 언젠가는 꼭 통합할 것입니다”는 말을 해 좀 위로가 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나눠진 한국의 무술단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하나로 뭉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해당 무술의 속사정을 알면 알수록 통합이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인기스포츠에 비해 나눠먹을 파이도 그리 크지 않은 무술계에서 이렇게 분열이 심각하다는 데 크게 실망했다. 뭐 정치권력이 나서 강제 통합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답답한 노릇이다. 그럼 이같은 현실에서 무술계가 정말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고민을 했다. 건전한 논쟁이 있고, 또 이를 거쳐 통합 및 진정한 발전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무술TV
뒤에 소개할 대단치 않은 발상은 ‘대한민국에 태권도를 포함해 무술을 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에서 비롯됐다. 태권도만 따져도 대학의 학과만 50개가 넘고, 동아리까지 포함하면 세 자릿수에 달한다. 여기에 택견 검도 합기도 경호무술 무에타이 태극권 국선도 등 그 수를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무술을 모두 포함하면 도대체 수련인구는 얼마인가?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모 무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아무리 줄여 잡아도 1000만 명은 될 것이라고 한다.
바둑담당기자를 해서 아는데 세계 최강인 한국바둑은 동호인 수를 600만 명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30대 이상의 나이가 많은 층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게임의 영향력에 잡혀있는 청소년층의 유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 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바둑도 전문TV가 두 개나 된다. 게임채널도 2개이고, 여기에 낚시, 패션, 다큐멘터리, 종교 등 케이블 전문캐널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그런데 무술TV는 없다. 예전에 무협TV가 있었지만 최근 경제전문채널로 넘어갔고, 지금은 ABO가 무협전문채널이다. ABO는 말 그대로 무협액션, 무협영화 전문 채널이지 무술인들이 원하는 무술TV는 아니다.
태권도를 포함해 한국의 무술을 총괄하는 전문채널이 없다는 것이 따지고 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태권도진흥법에, 전통무예진흥법까지 마련된 마당에 전문채널 하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큰 문제인 것이다. 방송계에 알아보니 케이블TV사업의 PP(PROGRAM PROVIDER,프로그램제작사)의 설립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신규로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채널을 인수할 수도 있다. 비용도 의외로 많지 않다(그나마도 정부 주도로 만들면 사비를 털 이유가 없다).
무술TV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굳이 스포츠채널이나 지상파에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태권도는 물론이고, 해동검도, 합기도, 택견 등 각종 무술을 쉽게 중계할 수 있다. 생중계가 힘들면 녹화라도 좋다. 택견의 이용복 회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KBS위성방송이 택견을 중계해 택견중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 무술TV가 생긴다면 이런 중흥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술전문 뉴스에, 각종 정책 토론회, 그리고 골프레슨처럼 수련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까지 사실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2001년 무술열풍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국내에 이종격투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한 지상파 방송사(인간극장)가 ‘고수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방영하면서 무술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나마 폭발했다(인간극장 사상 역대 2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TV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이런 사례 때문에라도 무술TV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일단 무술TV는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 어느 특정 무술이나, 특정파벌이 주도해서는 곤란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부투자기관 형식(아리랑TV처럼)으로 만들어져야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제라도 모든 무술인들이 서명운동이라도 해서 무술TV를 만들자고 하면 ‘오버’일까? 오히려 진정한 무술 발전이라는 효과 면에서는 현재 태권도진흥법이나 전통무예진흥법이 담고 있는 각종 방안보다 ‘무술TV 설립’이 훨씬 나아 보인다. 많은 무술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하다. 참고로 현재까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한 무술계 전문가들은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유병철 선임기자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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