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경기 활성화를 위한 문제제기
<이 글은 류병관 교수가 20일 한체대에서 열린 태권도신문사 주최, 태권도경기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제한 글이다.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들어가는 글
그리스 올림픽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올림픽이 끝난 해라기보다는 새롭게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되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아니 세계인들로부터 외면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인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후 이구동성으로 나온 소리는 "재미없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이곳 저곳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들은 가장 많은 이야기가 "태권도경기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만은 우리들 스스로가 부인을 하지 못할 것이다.
소위 스포츠라는 것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간다. 그래서 스포츠의 꽃은 관중이다. 관중이 없는 스포츠는 무의미한 것이고 그런 스포츠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태권도는 이제 처음으로 올림픽의 정식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우리는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수많은 관중들이 보냈던 야유도 우리들이 떠 안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이겨야 하는 올림픽을 치르자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를 세계인들이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규칙 안에서 이긴 자에게는 환호를 보내고 진 자에게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 스포츠로서의 정당성이 확립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긴 자가 이기고 진 자가 지게 해야 된다.
경기장에서의 그런 정당성 확립이야말로 진정으로 태권도가 세계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는 이제 어느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것도 아니다. 태권도는 세계인들이 함께 하는 가장 세계적인 우리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들이 시급히 해야할 일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본다. 이제는 정치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살릴 태권도인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태권도가 있기까지의 모든 보이지 않았던 노력들이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라는 꽃을 피웠다면 이제 우리들은 가장 재미있고 훌륭한 스포츠로 태권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우리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던 많은 허물들은 벗어버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비의 시발은 서로 흉허물을 털고 객관적인 자세로 다시 마주 앉는 것이라고 본다.
오늘의 이 자리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오늘의 이 자리는 올림픽 정식종목을 치르고 난 뒤 재미없는 경기로 외면받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태권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들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종주국 내에서 태권도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종주국 내에서 태권도경기가 활성화되고 스포츠로서의 정당성을 확립해야 세계인들에게 보다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종주국이어서만도 아니다.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경기가 이루어졌고 가장 많은 경기인들이 있으며, 가장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시금석으로 새로운 틀을 우리들 스스로가 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다시 우리들을 되돌아 볼 때 그동안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의 일단을 쉽게 표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림픽 이후에 나타난 다양한 변화의 요구들은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를 못했다. 공식적으로 우리들이 가진 문제를 스스로 끄집어 낼 용기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더 큰 것은 우리들 스스로의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무엇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본다. 한시라도 우리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우리들 스스로가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그렇게 모색된 방법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규칙과 실천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가 잘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제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첫째, 경기규칙의 문제이다. 과연 논란이 되고 있는 차등점수제의 도입과 도입의 정도, 그리고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규칙들을 적용하고 집행할 심판의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그것을 집행할 법관들이 그 법을 따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동안 단일득점제에서도 심판 판정의 문제가 결국 전체의 모습을 좌우했는데 과연 차등점수제를 도입하고 그것을 집행할 심판운영능력의 개선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라고 하는 우려들을 씻어낼 수 있는 우리들 스스로의 자정적 해결방안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심판들과 지도자들 간의 관계의 재정립이다. 서로 총구를 맞대고 있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태권도경기를 함께 운영해 나가는 동반자적 입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보다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으로 함께 발전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넷째는 기술개발과 선수들의 문제다. 단순히 경기에서 이기는 선수가 아니라 우수한 종주국의 기술들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뛰어난 경기력을 가진 선수가 되려는 자기의지들이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본다. 이런 개별적 노력들과 함께 일사분란한 행정적 뒷받침도 있어야 하고 언론과 정부의 국기태권도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이제는 배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태권도인들 스스로가 먼저 우리들의 것을 빛나게 닦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1. 차등점수제 문제
우리들이 논의할 차등점수제의 문제는 첫째는 차등점수제를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와 둘째 차등점수제를 도입할 때 과연 어느 정도로 도입할 것이냐의 문제로 집약된다. 동시에 차등점수제 채택의 논의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심판의 입장과 심판 기능에 대한 기능적 사항들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에 있어, 도입할 경우 키 작은 우리나라가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또 기술력을 감안한 차등점수제의 도입이냐 단순한 공격부위별 구분이냐의 문제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 심판의 문제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심판계 내부의 문제와 맞물려 차등점수제 도입의 대세적 기류는 차제에 우리들 스스로가 함께 심판의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연적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의 의식들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심판의 문제는 심판들만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심판은 선수와 관중과 더불어 경기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심판의 문제는 심판계를 초월한 모든 태권도인들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단일득점제에서도 심판의 자질부족과 부정으로 인한 심판판정의 문제가 끊이질 않았는데 어떻게 차등점수제를 도입하느냐?"는 뼈아픈 네티즌의 반응은 심판들뿐만이 아니라 태권도 모두가 함께 해결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공과는 뒤로 하고,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새로운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의 단계로 돌리는 허심탄회한 자성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국내 경기장에서 야기되었던 다양한 심판문제들에 대한 태권도인 모두의 대승적 차원의 반성과 동시에 새로운 규칙을 위한 제도적 제 정비 방안들이 반드시 논의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심판과 지도자의 문제
심판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대립되는 모양을 보이면서 동시에 가장 동조자의 입장을 취해온 것이 바로 지도자들의 자질이었다는 데에 대한 반성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동기를 유발하는 제공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항변도 그래서 일방적인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도 우리들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심판과 지도자의 문제는 언덕을 앞에 두고 서로 총질을 해대는 적군이 되어서도 안되고, 부정을 유도하고 거기에 기대어 승리를 탐하는 획책자가 되어도 안된다. 이제는 함께 태권도의 경기 질서를 걱정하고 태권도경기의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야말로 허심탄회하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서로 진술하고 각자의 기능들을 이해하여 경기장 문화를 재정립 해나가는 방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 선수와 기술개발의 문제
재미있는 태권도경기가 되고 태권도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결국 태권도의 다양한 기술들이 경기에서 발휘되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칙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주국의 태권도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 있는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들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기는 선수가 되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선수들도 다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변화들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작이 없으면 변화는 없다. 오늘의 간담회는 다른 어떤 거창한 세미나보다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들 스스로를 알고 살피는데 가장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스스로가 풀고 꺼내놓고 보따리를 다시 잘 수습해서 진짜 태권도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스포츠가 되는 여정의 시작이 희망적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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