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들 전자호구 '어렵다 어려워'

전자호구와 부심들 간의 ‘엇박자’

지난 전국체전 경기, 부심과 주심이 모여 얼굴득점 유무에 대해 상의하고있다
선수보다 심판들이 더 전자호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전북 김제에서 열린 국가대표 예선전에 참가한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KTA) 상임심판들은 여전히 전자호구를 어려워 하는 모습이었다. 전자호구 사용 이전까지 몸통과 얼굴 득점을 총괄했던 부심들이 얼굴과 주먹 득점만을 담당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채점 패턴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할일' 크게 줄어든 부심들은 아주 가끔 나오는 얼굴 및 주먹 득점을 기다리면서 경기를 관람하게 되는 웃기는 현상을 연출했다. 또 얼굴 및 주먹 득점보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몸통공격에 눈길이 더 많이 가면서 전자호구의 정확도를 측정하곤 했다. 이는 경기 흐름에 영향을 끼치기 충분했다. 즉 하염없이 기다리던 부심들이 경기의 맥을 놓치고, 진짜 득점 순간마저도 놓쳐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 것이다. 한 경기 당 많게는 2~3회 정도 얼굴득점에 대한 이의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KTA의 한 상임심판은 “아직도 일부 심판들은 경기중에 전자호구가 몸통득점을 잘 잡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심판을 본다”고 전했다. 최정호 KTA 심판위원장도 “이번 대회에서 돌려차기 몸통득점 채점에 익숙해져있는 심판들이 간혹 주먹득점과 얼굴득점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예선전 심판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상당수 심판원들은 “할 일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전자호구가 점수를 잘 잡아내서 나온 말이 아니라 ‘가뭄에 콩나듯’ 적중하는 얼굴득점과 주먹득점을 보고 있으려니, 좀체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현재 전자호구를 사용한 경기에서 전자호구와 부심들 간의 ‘엇박자’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선전 종반 무렵 KTA 심판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호구의 성능개발이 한계에 봉착했다면, KTA 집행부는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KTA가 계속적으로 전자호구 사용을 밀어붙일 것이라면 그에 맞는 경기규정 개정이 선행 돼야한다. 그런 다음 매 경기 전에 심판들을 소집해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 해야한다”고 전했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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