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 배우려고 줄 서는 성인수련생들

[신준철 기자의 태권도 IN U.S.A]김재훈 태권도장의 비밀 마지막 편

김재훈 태권도장 보스톤 본관 수련생들이 창헌류 시범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권도 성인수련생은 품새 수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품새는 승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우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는 한국에서 태권도 수련을 하는 성인 연령층이 20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30대 이상 수련자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20~30대 수련자들은 정형화된 품새 수련보다는 에너지를 맘껏 분출할 수 있는 발차기, 겨루기 등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태권도의 정수를 모아 놓은 품새 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일부 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김재훈 태권도장의 수련 프로그램은 크게 기본기, 겨루기, 품새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세부적으로 수준별, 단계별, 연령별 등으로 다시 분류해 진행하지만, 큰 범주로 높고 보면 그렇다. 이 중 성인수련생들의 참여도가 가장 높은 것이 폼(Forms) 클래스 즉 품새 수업이다. 폼 클래스는 가끔 인원이 넘쳐 일부 실력 미달자는 돌려보내거나 연습 클래스로 돌리기도 한다. 한국의 태권도 현실을 놓고 봤을 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재훈 태권도장의 품새 수업의 활성화는 우선 성인수련생의 다양한 연령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재훈 관장은 “나이가 많거나 의사, 변호사, 교수 같은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몸을 다칠 수도 있는 겨루기 클래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태권도를 통해 땀을 흘리며,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것을 선호하다. 그런 면에서 품새 수련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수련방법으로 최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재훈 태권도장만의 특별한 품새 수업은 성인수련생의 욕구를 만족시켜준다. 김재훈 관장은 성인수련생에게 국기원 품새 대신 창헌류(고 최홍희 국제태권도연맹 총재가 만든 품새, 창헌은 최 총재의 호다)를 가르친다. 김재훈 관장은 “국기원 품새와 창헌류를 함께 가르쳐도 봤는데, 대부분 창헌류를 선호한다. 국기원 품새도 분명 훌륭한 품새지만, 성인들에게는 창헌류가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창헌류가 국기원 품새보다는 종류와 동작 수가 많은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재훈 관장은 창헌류를 통해 수련생들을 묶는다. 그룹별로 과제를 내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한 그룹에 ‘화랑’을 시범하기를 주문한다. 김재훈 관장은 시범을 보인 그룹에게 ‘낫 배드(Not Bad)’라는 한 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다음 클래스에 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후 그 그룹원 서로가 서로에게 지도자가 된다. 이를 통해 이들의 실력은 한 단계 올라선다. 수련생 상호간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김재훈 관장이 가르치는 창헌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하고 있는 ‘틀’과는 차이가 있다. ITF 틀은 몸 전체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샤인웨이브’라는 동작이 들어가지만, 창헌류는 이 동작이 없다. 창헌류는 1960년대에 최홍희 총재가 박정태, 박종수 사범과 함께 완성한 것이다. 반면 틀은 최 총재가 북한에 거주하던 1980년대 말 창헌류를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이때 가미된 것이 샤인웨이브다.
창헌류와 틀의 차이점에 대해 김재훈 관장은 “둘 중 어느 것이 좋다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빠르게, 정확하게, 힘 있게’라는 내 태권도 철학에는 틀보다는 창헌류가 맞다”고 말을 아꼈다. 태권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창헌류가 틀보다는 간결하면서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품새가 뛰어나다”는 식의 논쟁은 쓸데없는 소모전이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김재훈 태권도장에서 주목할 점은 품새 클래스를 통한 성인수련생의 활성화다.
* 편집부 사정으로 20일 연재 예정이었던 '김재훈 태권도장의 비밀 3편'이 연기된 점 양해 바랍니다
[뉴저지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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