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이왕표, 밥샙은 ‘SHOW’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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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표, 울트라FC 홍보에 급급

기자회견에 나선 밥샙
WWE(미국프로레슬링)를 어설프게 흉내낸 'SHOW'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7일 여의도 펠리스웨딩홀에서 열린 '경기 조인식 및 기자회견'에서 이왕표(53)는 밥샙(34)에게 따귀를 한방 날렸다. 순간 행사장 안은 짧은 적막이 흘렀다. 회견장을 찾은 언론사 관계자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상황은 금세 정리됐다.
모름지기 '따귀'라는 것이 한대 맞게 되면 주먹다짐으로까지 번지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밥샙은 상황이 정리되고 난 뒤 이왕표와 악수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양 선수 모두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는 까닭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찌됐건 양 선수는 곡절 끝에 종합격투기 룰로 경기를 치르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과정이 너무 유치했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너무 티가 나는 행동을 방송 3사와 언론매체들 앞에서 저렇게 태연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3류 영화처럼 이왕표는 밥샙 앞으로 천천히 두 걸음 걸어가서 뺨을 때리는가 하면 따귀를 맞은 밥샙은 소란 중에도 마이크를 잡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이미 양측은 기자 회견 30분전에 만나 충분한 의견 교환을 했으며,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한국프로레슬링연맹의 최두열 기획실장도 “30분전에 밥샙이 도착해서 미리 룰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지난달 22일 공식발표됐다. 이후 이왕표는 밥샙과 'MMA룰로 싸우기를 원한다'고 국내 언론을 통해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밥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후 따귀를 한대 맞은 밥샙은 정신을 차렸는지 "나는 MMA로 결정했다"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웃기는 상황의 피날레는 이왕표가 장식한다. 그동안 이왕표가 계획하고 있던 울트라FC의 경기에 대한 간접 홍보가 시작됐다. MMA룰로 결정인 난 직후 이왕표는 “원래 밥샙과는 WWA챔피언 벨트를 놓고 싸울 생각이었다"며 “MMA로 결정이 된 이상 울트라FC 초대 챔피언 타이틀매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행사진행을 하던 김동연 아나운서는 “이왕표 선수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벨트”라며 울트라FC 벨트를 꺼내 놓았다. WWA챔피언 벨트를 가져왔어야 함이 당연한데 난데없이 자신이 조직한 울트라FC 벨트를 꺼내 놓는 장면은 정말 촌극의 극치였다.
미국프로레슬링은 철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연출됐다. 선수들은 한편으로 능숙한 연기자인 셈이다. 뭐 기자회견도 짜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는 물론이고, 팬들도(일부 어린이팬을 제외하면) 이런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다 아는 대규모 흥행쇼인 것이다. 하지만 MMA는 다르다. '오버'는 있지만 사전에 서로 짜고 따귀를 때리고 금세 화해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이번 이왕표-밥샙의 기자회견은 MMA를 표방하면서 프로레슬링의 쇼를 했다. 그것도 아주 촌스러웠고, 미국레슬링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국내 언론과 인터넷은 속보경쟁을 통해 진실과 연출을 넘나들었다. 노장 레슬러와 K-1에서 겁쟁이로 몰리며 퇴출당한 밥샙의 쇼가 썩 유쾌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성량 수습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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