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의山山水水]해동검도가 김운용컵을 만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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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이야기 - 24년 띠동갑, 김운용과 김정호
해동검도는 자랑스러운 한국 고유의 무술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관련 기사를 쓰는 것이 껄끄럽기만 하다. 검도 하면 ‘사무라이의 나라’ 일본을 떠올리는 분위기에서 살짝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해동검도는 일단 그 어감부터 정감이 가서 좋다. 여기에 26년의 짧은 역사지만 국내 500여개 도장과 세계 50여 개국에 전파됐다고 하니 더욱 뿌듯하다. 이런 진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동검도가 크게 세계해동검도연맹과 한국해동검도연맹 등으로 갈려 오랫동안 법정공방까지 벌이는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가 나가면 기사내용의 옳고그름은 그다지 상관이 없이 ‘안티’들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반대편은 물론이고, 기자까지 가차없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카스> 기자가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물론 결과는 무혐의).
어쨌든 이번 산산수수의 화두는 해동검도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해동검도연맹(이하 세계해동)이다. 더욱이 주로 언급할 인물이 수장인 김정호 총재(53)이다. 세계해동은 탤런트 나한일 씨가 총재를 맡고 있는 한국해동검도연맹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김정호 총재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내용을 다루면 한국해동 측으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한번 욕 먹을 각오로 세계해동과 김정호 총재를 쓸 작정이다. 해동검도는 물론이고, 태권도나 혹은 무술계 전체가 ‘이 남자가 사는 법’을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계해동이 한국해동에 비해 마켓쉐어(market share)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또 정통성도 갖추고 있다는 식의 내용을 강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 문제는 향후 별도로 무카스의 <발언대> 코너를 통해 충분히, 건전한 논쟁을 펼칠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다. 그러니 기사에 대한 소모적인, 그리고 억지스러운 과민반응은 사양하고 싶다.
이 남자들이 사는 법

지난 7월에 열린 세계해동검도선수권대회 환영식에서의 김정호 총재
어쨌든 최근 김정호 총재가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이 아이디어 속에 올림픽태권도와 한국스포츠외교의 거인인 김운용 전IOC위원이 포함돼 있다. 김정호 총재 하나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용의 부활’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초미의 관심사인 김 전IOC위원까지 비중있는 배역으로 특별출연하는 것이다.
김정호 총재는 최근 한 루트를 통해 내년 7월31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팬아메리카해동검도대회’에서 태권도 대회를 동시에 개최하고 싶고, 이 대회의 이름에 ‘김운용’이라는 이름 석 자를 꼭 붙이고 싶다는 뜻을 김 전IOC위원에게 전달했다. 쉽게 말해 태권도가 아닌 해동검도가 ‘김운용컵 태권도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무카스 기사 참조>
“언뜻 사람들은 태권도와 해동검도를 아주 이질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의 경우 해동검도 사범님들은 대부분 태권도사범님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난해 태권도팬암연맹회장선거에 출마했던 유명한 외국태권도인이 해동검도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는 해동검도인(파나마에서 태권도 및 해동검도 협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바라간)이기도 하죠. 해동검도는 96년부터 해외진출을 준비했고, 미국을 시작으로 미주대륙 유럽 아시아 등으로 급속하게 전파됐습니다. 그런데 해동검도를 배우러 온 분들이 대부분 태권도사범님들이었습니다. 도장에서 태권도는 물론이고, 검도를 그것도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고유의 검도를 가르치니 외국인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던 겁니다. 뭐 따지자면 후배 해동검도가 세계화에서 있어서 선배 태권도에게 확실하게 신세를 졌다고 할 수 있죠.”
김정호 총재는 혹시라도 해동검도의 ‘김운용 태권도대회 창설’이 김 전IOC위원이나 태권도계에 누가 될까 걱정까지 했다. 김 총재는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복권이 되고, 앞으로 명예회복 등 큰 일을 많이 하셔야 하는데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김운용컵 태권도대회가 어렵다면 대회 현장으로 모실테니 특강이라도 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신심을 담은 뜻을 전달했다.
김운용 전IOC위원은 최근 무척 바쁘다. 대학특강와 인터뷰는 물론이고, 복권 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면담요청에 30분 단위로 스케줄을 조정할 정도다. 7일에도 일본의 게이오기숙 특임교수로 1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그런데 세계해동 김정호 총재의 ‘특별한 제안’을 전해들은 후 일부러 짬을 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이름을 걸고 대회를 열겠다는데 최소한 직접 만나 취지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일 여의도에서 ‘두 김 총재’가 만났다(둘은 1931년과 1955년 말띠 띠동갑이다). '작은 김 총재'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해동검도가 이룬 성과(자료)들을 조심스레 꺼내놓으며 “제가 직접 (세계화를)해보니 태권도를 세계 최고의 무술로 만든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주로 태권도인들인 해외사범님들이나, 외국사람들을 만나면 김 총재님에 대한 평가가 정말 대단한데 이상하게도 유독 한국에서만 그동안 왈가왈부 말이 많았습니다”라는 대목에서는 김운용 전IOC위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김 전IOC위원은 최근 몇 년간 정치적 테러를 당하며 평생을 거쳐 쌓은 ‘공’은 철저하게 무시되면서 ‘과’만 강조됐기 때문이다.
김정호 총재의 화술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감동적이었다.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지 않으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담았고, 또 정확한 맥을 짚어 뜻을 전달했다. ‘아 저렇기에 뭐 특별한 배경이 없이도 오늘의 해동검도를 일궈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이에 김운용 전IOC위원도 간간히 자신이 태권도를 세계화하고, 또 올림픽종목으로 만든 과정을 소개하며 해동검도도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내놓았다. 뭐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를 창설하겠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겠지만 김운용 전위원은IOC수장에 도전할 정도로 이미 온갖 찬사를 다 들어본 사람이다. 쉽게 아부에 넘어갈 수준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 김정호 총재가 이런 김운용 전위원을 분명 기분좋게 만든 것은 확실하다.
40여분이 흘렀을까. 김운용 전IOC위원은 “그렇게 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급할 게 없고, 또 이번 연말 제법 중요한 일들이 많으니 천천히 결정하자는 참모진의 의견을 뒤로 하고 선듯 ‘YES'라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김 전위원은 “이렇게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태권도계에서 해야할 일을 먼저 제안했다고 해동검도에 선뜻 넘겨줄 필요가 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상관없다.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모든 것은 역사가 말해주는 법이다. 억지로 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해동검도의)취지가 좋으면 그만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때 김정호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갔다. “결코 상업적인 의도가 아닙니다. 혹시라도 향후 태권도계에서 부정적 여론이 있거나, 다른 어떠한 이유로 인해 불편한 생각이 드신다면 언제라도 대회를 취소하겠습니다.” 김 전IOC위원이 “괜찮다”라고 답한 것은 물론이다.
태권도에는 김정호가 없다

김운용 총재가 해외태권도 사범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있다.
태권도계를 돌아보자. 참여정부 시절 김운용 전IOC위원이 70을 넘긴 나이에 실형을 살 정도로 공격을 받자 태권도인들은 쉽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마구 김운용을 짓밟았다. 그건 쉬운 일이었다. 예컨대 김운용이 만든 국기원과 WTF에서도 그의 이름을 소중히 간직하지 않았다. 심지어 WTF는 처음에는 명예총재라는 타이틀을 남겨놓았다가 얼마후 이마저도 슬그머니 빼버렸다. 나중에 이것이 문제가 되자 IOC위원장의 요청이 있었다, 정부의 압력이 있다는 등 구차한 변명을 했다. 태권도계가 이제와서 김운용 전위원에게 “왜 당신이 일으킨 태권도계가 아닌 해동검도에 먼저 김운용컵이라는 이름을 주느냐”고 따지는 것도 우스워보일 정도다.
끝으로 정말이지 우연 치고는 기가 막힌 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이날 ‘두 김 총재’가 제법 의미있는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는 바로 그 커피숍에 나한일 한국해동검도연맹 총재도 있었다. 우연히 지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것이다. 김정호 총재는 자리를 마칠 때 나한일 총재와 인사를 나눴다. 만일 김정호 총재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나한일 총재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김운용 전IOC위원과 함께 한국 고유의 두 무술에 대한 얘기를 했더라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다.
[유병철 선임기자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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